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지역사회 등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한중관계도 영향권 아래에 들어왔다. 국민들 사이 중국과 관련해 누적돼왔던 갈등과 불만이 이번 감염증 사태로 표출되는 양상이다. 사드배치 이후 험악해진 한중관계 복원에 힘써왔던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다소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중국에 대한 반감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확인된다. 정부가 후베이성 외국인 입국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중국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5일 기준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은 67만을 넘어선 상태다.

또한 중국인들의 이른바 ‘마스크 사재기’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감정적으로 격앙된 분위기다.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노골적인 혐중 게시물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일부 게시물에는 공감하는 댓글 다수가 달리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한중 우호관계를 강조하고 나섰다. 앞서 4일 싱하이밍 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으로서 더욱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야 한다”며 “중국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한국 교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으며 한국 측의 교민 철수에 대해 지지와 편의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며 한중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던 과거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혐중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 ‘비관세 장벽’ 등과 같은 중국의 패권주의적인 행태에 대한 경계심이 누적돼 온 것이 크다. 후베이성 지역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 싱하이밍 대사가 “WHO(세계보건기구)에 근거했다면 되지 않을까 한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를 한 것도 한 몫 했다. WHO는 중국에 대한 여행 및 무역 제한 조치가 아직까지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들 사이 혐중정서가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도 유지해야 하는 청와대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싱하이밍 대사의 기자회견 내용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중 간 긴밀하게 풀자는 취지의 이야기였다”며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으로 소통과 긴밀한 협력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베이성 입국조치를 취하면서도 “중국의 어려움이 바로 우리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며 “이웃국가로서 할 수 있는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감염증 확산에 따른 혐중정서는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중국을 방문했던 문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방한을 요청했으며,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진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중 방한하기로 확정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 전 빠른 경기회복을 위해 3월 방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기가 좋지 않은 만큼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언론에서는 시 주석의 방한이 ‘연기됐다’는 보도까지 내놨다.

이와 관련해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올해 상반기 확정적이라고 지난해 연말 공식적으로 밝혔고, 시기는 한중 간 협의 중인 사안”이라며 “합의가 되는대로 한중 간 공동으로 밝힐 예정이다.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부분을 ‘연기’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