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이 13일부터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 주도로 매주 2차례 진행돼왔던 원내회의 협조를 중단하기로 했다. 연초부터 당 원내회의를 국민당(가칭)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안철수계 의원들의 행보가 못마땅하다는 이유에서다.

바른미래당 사무처는 13일 안철수계(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들이 주도하는 원내대책회의 협조를 전면 중단했다. 따라서 전날(12일) 회의 일정 기자단 공지는 물론 당일 자체 촬영 및 자료 준비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우리 당 회의기구에서 이미 탈당한 안철수 전 대표의 정신과 안철수 신당(국민당)에 대해 발언하는 데 대한 당 차원의 문제 제기가 나왔다”며 “논의 결과 더 이상의 협조를 할 수 없다는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 등 안철수계는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의 귀국을 전후해 원내회의 모두발언에서 안 위원장 찬사 발언을 해왔다. 문제는 지난달 29일 안 위원장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후다. 당시 이 권한대행은 “바른미래당이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사라졌다”고 했다.

안철수계는 ‘안철수 신당’의 윤곽이 드러난 2월부터 더욱 노골적으로 신당 홍보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이 권한대행은 지난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안철수 신당’은 국민과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창당 작업 중”이라며 “기존 정당과 차별되는 혁신적 비전을 계속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급기야 손 대표를 향해 “해당행위를 하고 있는 안철수신당 참여 비례대표 의원들을 즉각 제명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출당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례대표 의원은 스스로 탈당할 경우 의원 직을 잃기 때문이다.

이들은 6일 원내정책회의에서 국민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홍보했다. 9일 발기인 대회를 마친 후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당의 창당정신을 거론했다. 이 과정에서 당직자들의 불만이 거세게 표출됐다. 사무처 내에서 “더 이상 지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모아졌고, 최종적으로 당 지도부가 ‘협조 중단’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사무처 협조 없이 시작된 데 대해 안철수계는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권한대행은 “국회운영 주체인 원내대표 권한대행과 원내지도부가 참석하는 회의를 당에서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유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회 본청은 국회 운영의 중심이 되는 국회의원을 위한 공간”이라며 “의정활동을 방해하는 당의 조치에 대해 국회법으로 처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즉각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매주 화·목요일 오전 원내회의는 그대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원내정책회의 직후 본지와 만나 “우리가 원내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지도부가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라며 “일단 오늘은 협조를 하라고 질책한 것이다. 국회의원 정도 된 사람들이 품위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미 안철수계 전원은 국민당 주요 당직을 맡고 있고, 스스로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고 인정한 만큼 큰 소동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도 사무처 협조만 중단할 뿐 공간 이용에 대해서는 넘어가는 분위기다.

또 국민당 중앙당 창당까지 열흘(23일) 남았다. 출당이든 탈당이든 안철수계와의 결별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불편한 동거는 곧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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