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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가 답이다
[투표가 답이다⑤] 총선과 대한민국의 미래
2020. 04. 01 by 서예진 기자 syj.0210@sisaweek.com

현대 민주주의에서 국민 여론을 가장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법 중 한가지가 투표다.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바꿀 수 있고, 투표를 통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 수도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암울한 정치사는 유권자인 국민들이 투표를 잘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왔다. 또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투표다. 젊고 유능한 인재를 선량으로 뽑아 경험을 쌓게 할 수도 있다. 이처럼 투표는 지금의 대한민국 뿐 아니라 미래의 대한민국을 바꿀 힘이다. 그래서 투표는 중요하다. <편집자 주>

국회가 장기 파행되는 가운데 지난해 6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소회의실에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칸칸이 가득 쌓여있다. /뉴시스
20대 국회는 끝없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국회가 장기 파행되는 가운데 지난해 6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소회의실에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칸칸이 가득 쌓여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4.15 총선 투표일이 14일 남았다. 4년에 한번 지역의 일꾼을 뽑는 날이다. 

◇ 20대 국회 계류 법안 1만5,424건

국민의 투표로 선택된 20대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끝없는 파행이었다.

1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의 계류법안은 1만5,424건이다. 의원·위원장 및 정부의 법안발의를 모두 합하면 2만3,997건이다. 2016년부터 4년간 처리한 법안은 8,573건에 불과하다.

또 매니페스토 본부가 지난해 2월부터 2개월간 지역구 국회의원 253명의 공약 이행도를 분석한 결과, 20대 의원들은 총 7,616개의 공약을 내걸었으나 지난 2월 임시국회 이전까지 완료율은 46.8%(3,564개)로 나타났다. 19대 국회의 51.2%보다는 4.4%p 낮고, 18대 국회(35.2%)보다는 11.6%p 높은 수치다. 

20대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한 것은 유독 파행이 잦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20대 국회에서 여야는 무한 정쟁을 벌였다”고 평가했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2016년만해도 원 구성으로 인해 파행을 빚었고, 첫 국정감사도 새누리당이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국감에 불참한 바 있다. 그 이후엔 탄핵 정국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파행은 그치지 않았다. 여전히 여당과 제1야당의 의석 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진영논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무총리·장관 임명, 예산 정국, 헌법 개정안 등 사안에서 여야는 끊임없이 대립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내대표 간 협상을 진행하고,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정례회동을 가졌지만 이마저도 파행을 맞는 경우도 잦았다.

20대 국회가 끝없는 파행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국회를 구성하는 의원들도 이를 뼈저리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5선 이상 여야 중진의원 7인이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해 ‘일하는 국회법’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김무성 의원(미래통합당), 원유철 의원(미래한국당), 원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더불어시민당), 정갑윤(미래통합당), 정병국 의원(미래통합당)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가 적대적 대립 속에 국회파행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고 심화됐다”며 “‘일하는 국회법’으로 여야 간 합리적인 정책토론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국회의원의 윤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틀을 20대 국회 임기 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하는 국회법’의 주요 내용으로는 ▲공전 없는 국회의 첫 단추 역할을 할 ‘신속한 원구성’ ▲일하는 국회 실현 ▲국회의원 윤리 강화를 위한 ‘신뢰받는 국회’ 등이다.

이들은 “국회의장 선출 절차를 법정화하고 상임위원장 배분도 정해진 기간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교섭단체 의석 규모를 기준으로 배분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중 법안처리를 할 수 있도록 임시회를 매월 개회하고, 짝수 주 목요일에는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의무화할 것을 제안한다”며 “정례적인 법안소위 개최일정을 주·요일 단위로 규정하고 국민청원 운영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15 총선이 14일 남은 1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 창룡문에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연 연맹 회원들이 연을 날리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4.15 총선이 14일 남은 1일 오후 경기 수원시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 창룡문에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와 한국연 연맹 회원들이 연을 날리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 품격있는 국회와 끊임없는 감시 

그렇다면 21대 국회는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박상병 초빙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20대 국회에서 무한 정쟁을 벌였던 주역의 80%가 이번에 다시 출마했다”면서 “20대 국회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하고, (유권자들이) 응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선거제도를 비틀고, 꼼수를 쓰는 정당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런 꼼수,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하는 정당은 한 석도 뽑아줘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깨어있으니 꼼수를 쓰면 망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위성 비례정당 출범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가 정당 대결로 가다보니 인물과 정책은 선거에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면서 “기호 1, 2번이 아니라 지역에서 커왔던,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무소속이라도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정당이 아니라 인물이고, 그 인물은 정책으로 말한다”고 말했다. 정당이 아닌 인물·정책 위주로 투표할 것을 당부한 셈이다.

박 교수는 21대 국회가 보여줘야 하는 모습으로 ‘대화’를 꼽았다. 박 교수는 “이제는 대치나 대결이 아닌 대화가 돼야 한다”면서 “그리고 국회는 국민의 지도자이므로, 지도자다운 품격과 도덕성을 겸비해 정치를 복원하고 의회정치를 성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는 “사실 21대 국회는 비례 위성정당이 나오고, 공천과정에서 파행을 빚는 등 정상적이지 못한 과정을 밟았기 때문에 역대 국회 중 가장 진영논리로 부딪히는 국회가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투표로 응징하기 보다는 당선된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잘 하는지,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지 감시하는 ‘의정감시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이렇게 해서 (국회의원들을) 압박하지 않으면 21대 국회는 2022년 대선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투표로 평가하는 것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강도 높은 시민운동, 의정감시를 하거나 선거법을 바꿔서 낙천·낙선운동도 합법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앞날도 암울할 수밖에 없다. 국회 자체가 헌법기관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의원 개개인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