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시스
북한이 연이은 대남 비난으로 한반도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노동신문-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북한이 연이은 대남 비난으로 한반도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침묵을 지키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 남북과 다르게 조용한 북미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 이후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오후 현재까지도 직접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북한도 우리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은 이어갔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우회적인 비판은 존재했다. 북한은 ‘친미사대’, ‘상전이 강박하는 한미실무그룹(한미워킹그룹)’ 등의 표현을 써 남북관계에 미국의 영향력이 과도하다는 식으로 지적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노망난 늙은이(dotard)’라고 칭하는 등 아슬아슬한 수위의 ‘말 폭탄’을 던진 것을 감안하면, 현재 북한이 미국에 보이는 태도는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단을 자신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직접적인 대남 비난을 이어가며 트럼프 자신의 치적을 빛바래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발동된 행정명령 13466호(2008년 6월 26일) 등 6건의 대북 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행정명령 13466호는 북한의 핵 확산 위험을 국가 긴급 상황의 대상으로 규정하면서, 이에 의거해 미국 정부는 자산동결 등 대북 경제 제재 조치를 가하는 내용이다.

이 행정명령은 매년 6월 말 의회 통보와 관보 게재 절차를 통해 효력이 연장된다.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매년 행정명령을 연장해왔다. 즉, 이는 연례적인 조치인 셈이다.

◇ 트럼프, 대선 앞두고 셈법 복잡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로 국내정치를 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재선 도전을 앞둔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거의 확정적인 분위기였다. 민주당 후보로 나올 조 바이든 후보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 경제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바이든 후보가 지지율 조사에서 10%p 이상 앞서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온 셈이다.

이에 자신의 치적에 흠집을 낼 수 있는 북한 이슈를 부각시키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과 한반도 이슈가 자신의 재선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이슈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코로나19 사태 진정과 시위 진정, 경제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 갈등이 자신의 재선에 불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머지않은 시점에 직접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국면 전환을 위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시점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다시 한 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