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대권 경쟁이 날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지사의 대권 경쟁이 날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차기 대선주자 경쟁 구도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인 독주’가 무너지고 ‘이낙연 대 이재명’ 양강 구도가 점점 더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이낙연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대선주자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또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 등 4개사가 지난 20∼22일 진행한 공동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이 지사가 차기 대통령감으로 가장 적절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직전 조사보다 6%포인트 오른 24%로 집계됐다. 반면 이 의원에 대한 지지도는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하락한 22%였다.

이보다 앞서 한국갤럽의 8월 2주차 조사(11~13일)에서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이 지사가 전월보다 6%포인트 오른 19%를 얻어 처음으로 이낙연 의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선호도 20%대 중반으로 1위를 달렸던 이낙연 의원(17%)은 2위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이재명 지사는 웃어야 하고 이낙연 의원은 울어야 하겠지만 두 사람 모두 마냥 울거나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 이재명, ‘민주당 지지 기반 취약’ 한계

두 사람 모두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약점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재명 지사의 경우는 이 의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지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여전히 큰 격차로 이 의원에게 밀렸다. 이 의원이 1위 자리를 내주고도 다소 여유를 부리는 것도 민주당 지지층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 공동 조사에서 이 의원(47%)과 이 지사(31%)의 민주당 당원 지지율 격차는 16%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5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는 팬덤 강하지만 동시에 비토 그룹도 강하다”며 “특히 당내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금은 이낙연 의원이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재명 지사를 앞서더라도 이 지사가 전국 지지율에서 계속해서 이 의원보다 우위를 나타낼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심(黨心)’도 동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낙연이든 이재명이든 누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대선에서 승리하고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향후 이 의원과 이 지사의 전국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고, 이 의원이 당내 경선 구도에서는 앞서는데 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당 내에서 대선 경선 룰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지사는 이와 함께 한국갤럽 8월 2주차 조사 기준으로 18세 이상부터 20‧30‧40대, 미래통합당 지지층과 보수‧중도층, 정의당 지지층에서까지 이 의원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50대(이재명 20%, 이낙연 22%)와 60대(이재명 8%, 이낙연 18%)이상 장년층에서는 이 의원에게 뒤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사가 젊은층과 정의당 지지층에서 이 의원에 앞선 것은 ‘사이다 행보’에 대한 긍정적 효과로 풀이되고, 통합당 지지층과 보수‧중도층에서 우위를 보인 것은 ‘반문 정서’를 흡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지사가 장년층에서 이 의원에 밀리는 것은 장년층에게 안정감과 정책적 신뢰성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지사의 2차 재난지원금 주장은 젊은층에서는 환영 받을 수 있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연령층에서는 빚으로 여겨진다”며 “이 지사의 정책적 한계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두 한계점을 노출했다./뉴시스
최근 발표된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모두 한계점을 노출했다./뉴시스

◇ 이낙연, ‘뿌리 약한 대세론’ 노출

이낙연 의원의 경우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했음에도 이재명 지사와의 경쟁에서 재역전을 이뤄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독주를 이어오던 대세론의 뿌리가 깊지 못했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이 의원 측은 최근 이 지사에게 첫 추월을 허용한 이후 그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를 지낸 이 의원의 지지율과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의 지지율이 서로 연동돼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 의원 측은 부동산 정책 등의 후폭풍으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했기 때문에 이 의원의 지지율도 함께 연동돼 하락했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다시 상승하면 이 의원의 지지율도 회복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낙연 의원과 가까운 이개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계속 빠지면서 이 의원의 지지율도 같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차근차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역량을 인정받으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 회복될 것이고 이 의원도 같이 연동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다시 상승했지만 이 의원의 지지율은 회복되지 못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 공동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율은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올라 51%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도도 전주보다 3%포인트 올라 37%로 집계됐다. 반면 이낙연 의원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줄어든 22%였다.

이와 관련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낙연 의원이 자신의 지지율을 좀 잡아줘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 지지층 입장에서는 저 정도로 약해서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광주‧전라 지역에서만 이 지사에게 압도적 우위를 보였고,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는 이 지사에게 뒤지거나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모습을 보여 지역적 한계도 드러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사 공동조사에서 ▲서울 이재명 24% 이낙연 23% ▲인천‧경기 이재명 27% 이낙연 19% ▲대전‧세종‧충청 이재명 20% 이낙연 21% ▲광주‧전라 이재명 21% 이낙연 46% ▲대구‧경북 이재명 26% 이낙연 8% ▲부산‧울산‧경남 이재명 21% 이낙연 21% ▲강원‧제주 이재명 31% 이낙연 17%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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