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31 08:02
민주당-국민의힘, 공수처법 개정안 두고 '기싸움'
민주당-국민의힘, 공수처법 개정안 두고 '기싸움'
  • 정호영 기자
  • 승인 2020.09.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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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임명 과정상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얼어붙은 여야 정국이 더욱 이어질 조짐이다. 사진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열린스튜디오 개소식'에 참석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임명 과정상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얼어붙은 여야 정국이 더욱 이어질 조짐이다. 사진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열린스튜디오 개소식'에 참석하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임명 절차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법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정국이 더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을 미루면서 공수처 출범을 늦추는 것을 더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향후 정권 보위 조직이 될 것으로 보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 헌재 결정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다만 176석 여당이 의석 수를 앞세워 공수처 출범 절차에서 야당을 배제하는 입법을 밀어붙일 경우 국민의힘이 현실적으로 저지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민주당도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실제 법 개정까지 시도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 민주당, 공수처법 개정하려는 이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전날(14일) 공수처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여야 교섭단체가 보유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추천을 끝내 거부할 경우 외부 인사를 위촉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공수처법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당연직(법무부 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 3명과 여야 교섭단체(민주당·국민의힘) 각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를 의결할 수 있기 때문에 여당과 동등한 2명 몫을 가진 야당이 사실상 비토권을 갖는 구조다.

백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최장 50일 이내 공수처장 후보 추천 절차를 마치게 된다.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에 10일 이내 기한을 두고 위원 추천을 요청하면 소집된 추천위원회는 30일 이내 후보자 추천 의결을 마쳐야 한다. 단 1회에 한해 10일 이내로 추천 절차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단, 한 교섭단체가 국회의장의 위원 추천 요청에 불응해 10일 기한을 넘길 경우, 기존 2명 몫을 한국법학교수회장과 법학전문대학협의회 이사장을 위원으로 대체 임명·위촉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이 위원 추천을 끝내 거부하면 야당을 배제하고 공수처 출범을 사실상 강행하겠다는 취지다. 법에 명시된 공수처 출범기한(7월 15일)은 이미 두 달을 넘겼다.

백 의원은 “추천위원에게 부여된 비토권은 추천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통해 구현된다”며 “추천위원회 구성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을 보장하는 의미가 아닌데 국민의힘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후보 추천 해태 행위는 공당으로서 자격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국회 횡포와 직무유기에 정당한 입법권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백 의원에 앞서 같은 당 박범계·김용민 의원도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백 의원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고, 김 의원은 교섭단체 몫을 여야 구분 없이 국회 4명으로 대체한 안을 발의했다. 야당 비토권을 제거하려는 취지는 동일하다.

박 의원은 지난 8일 “현행법상 위원 추천 의무 및 위원회 구성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법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며 “스스로의 권리 포기 행위 및 법상 의무 불이행 등에 의해 위원회 구성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흥구 대법관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흥구 대법관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의힘, 공수처법 개정에 강력 반발

국민의힘은 이같은 여권의 잇따른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를 거대여당이 야당을 무시하고 기어코 공수처 출범을 강행하려는 수순으로 판단하고 강력 반발에 나섰다.

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날치기 통과시키며 ‘살아있는 권력에 충성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냐’는 비판에는 ‘야당 비토권’을 말하더니 총선이 끝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단독으로라도 밀어붙인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점점 커져가는 두려움이 공수처법에 대한 조바심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며 “겉으로는 국민 핑계로 협치 운운하고, 뒤로는 야당을 배제하고 정권 보위를 위해 폭주하겠다는 민주당 행태에서 어떤 진정성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젠 눈에 뵈는 게 없나 보다”며 “여야 협치를 강조하는 이낙연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이런 일방통행식 법안을 제출해 (공수처를) 강제로 밀어붙일 태세를 취하는 것을 보며 뒷감당을 어찌하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체질화된 거대여당의 독선, 독주, 독재의 근력이 정말 대단하다”며 “그 근력 믿고 협치 없는 일방통행을 하다 어떤 결과가 초래됐는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오만이 쌓이면 한 순간에 폭삭 주저앉았다”고 경고했다.

청와대 특별감찰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 신경전도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공수처 출범에 협조하면 청와대 특별감찰관 후보 및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청와대 특별감찰관 임명이 우선이라며 대치 중이다. 여야 입장이 선명하게 엇갈리면서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추 장관 아들 의혹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수처까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민심 이반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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