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가 및 중국, 이미 보조금 상한 기준액 정립… 무분별한 지원 차단
환경부 “한정된 보조금 내에서 전기차 대중화 위해선 효율적인 분배 필요”
자동차업계, 보조금 받기 위해선 저렴한 전기차 생산 또는 단가 인하해야

지난해 국내 자동차업계의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자동차 구매 시 지원되는 보조금과 관련해 상한제가 내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정부가 저공해 전기승용차 구매자들에게 제공하는 보조금 혜택에 대해 차량 출고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고 나섰다. 정부의 이번 검토가 마무리되고 내년부터 시행될 시 일부 전기차량은 국고보조금 및 지방자치단체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최근 전기차 판매의 상당수가 특정 수입 자동차브랜드에 집중되는 현상에 따른 조치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친환경차 승용부문에 보조금 지원대상 상한기준액을 설정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민들이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중저가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해 전기차 대중화를 이루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대중화’란 서민들도 충분히 구매가 가능한 전기차를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전기차 모델은 테슬라 모델3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국내 자동차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는 올해 1~9월 누적 판매대수가 9,969대다. 올해 전기차 총 판매대수 3만5,578대의 28.02%에 달한다. 해당 차량의 국내 판매가격은 트림별로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 5,479만원 △롱레인지 6,479만원 △퍼포먼스 7,479만원이다. 모델S와 모델X 판매대수까지 합치면 테슬라의 올해 국내 전기차 점유율은 29.56%로 소폭 증가한다.

테슬라의 판매대수를 견인하는 모델3는 국내 판매가격이 국산 전기차인 코나EV·니로EV·아이오닉 등보다 최소 500~1,000만원 정도 더 비싸다. 비슷한 사이즈의 국산 내연기관 준중형 세단의 판매가격은 2,500만원 전후 수준이다. 이에 비하면 두 배 이상의 값이다. 그럼에도 판매량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모습이다.

테슬라 모델3 기본 트림 기준 국고보조금은 793만원, 지자체 보조금은 서울에서 최고 477만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현재 보조금 지급 기준에 따르면 모델3 한 대가 판매될 때마다 약 1,200만원 이상의 보조금이 테슬라 차량에 지원돼 실제 구매가는 4,000만원대까지 내려온다. 모델3 1~9월 누적 판매대수에 이를 대입해보면 약 1,200억원이 테슬라 모델3 보조금으로 지급된 꼴인데, 테슬라 판매량 견인의 공신이 정부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상한 가격을 지정하고, 무분별한 보조금 지원을 제한할 방침이다.

/ 제갈민 기자
환경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에서 전기차 보조금 관련 상한제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 제갈민 기자

◇ 보조금 지원 상한 기준, 연구용역 중… 구간별 세분화 할 계획도

현재 환경부와 국토부 등 관계 부처는 전기차 구매 시 지원되는 보조금을 제한하기 위해 차량 출고가가 어느 정도 수준이 적당할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현재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서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중국 등 국가에서 이미 상한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국내 보조금 상한제 기준은 해당 국가의 기준을 참고해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해외 국가의 전기차 보조금 상한기준액은 △중국 30만위안(약 5,065만원) △영국 5만파운드(약 7,366만원) △프랑스 6만유로(약 7,987만원) △독일 6만5,000유로(약 8,652만원) 등이다.

특히 중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상한기준을 30만위안으로 지정하자 테슬라 측은 모델3 판매가격을 인하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보조금 지급 상한기준이 생기기 전 테슬라 모델3 중국시장 판매가격은 32만3,000위안 수준이었고, 이 가격에서 보조금을 적용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를 이어왔다. 그러나 중국이 상한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나서자 테슬라는 모델3 가격을 29만1,800위안으로 약 10% 인하했다.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가격을 낮춰 판매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후 테슬라는 모델3의 중국시장 가격을 지속적으로 내려 현재 홈페이지상 모델3 스탠다드 레인지 플러스의 중국시장 판매가는 24만9,900위안(약 4,20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국내 판매가격과 비교하면 얼추 전기차 보조금 할인이 적용된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국내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판매를 할 수 있음에도 가격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해 판매를 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비쳐볼 시 전기차 보조금 지급기준 차량 출고가 상한선으로는 6,000만~7,000만원 수준으로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1억원이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EQC나 아우디 e-트론, 재규어 I-페이스, 테슬라 모델S·X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모델3 퍼포먼스 트림도 7,000만원이 넘어 보조금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있다.

보조금 상한선과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차 출고가 상한제와 관련해 여러 방법을 세부적으로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며 “연말에 자동차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금액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액수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는 연구용역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상한제를 특정 금액만을 기준으로 할지, 기준 금액을 마련하고 그 이하에서 또 다른 보조금 규모 산정과 관련해 차종별로 다르게 책정할지 등 세부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번 보조금 상한제를 두고 테슬라를 겨냥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그러나 환경부에서는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해 시행하는 것이 아니며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특정 업체를 대상으로 해 보조금 상한제를 시행하는 것은 아니며, 전반적으로 국민 정서를 반영해 중저가 전기차 중심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려는 것”이라며 “보조금 지급 기준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면 자동차 업계에서도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거나, 기존 전기차 가격을 인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기차와 관련한 보조금이 해가 지날수록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강조하면서 “자원이 한정돼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보조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검토 및 개편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 부처는 현재 전기차 보조금 상한제를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빠르면 내년 초 기준이 마련되고 1분기 중으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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