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총선 이후 공개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잠행을 이어오고 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4월 총선 이후 공개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잠행을 이어오고 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 양 전 원장이 다시 소환되고 있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여권의 ‘책사’로 통하는 양 전 원장은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수장을 맡아 인재 영입 작업부터 선거 전략까지 전체를 사실상 진두지휘했다. 양 전 원장은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를 이끈 후 총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민주연구원장직에서 내려왔다. 이후 그는 두드러진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잠행을 이어왔다. 그러나 정국의 향배를 가를 굵직굵직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그의 역할론이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현재 여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양 전 원장의 역할론은 크게 두 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거나 정권재창출을 위한 설계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그동안 양 전 원장이 노영민 비서실장 후임으로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아 문 대통령이 임기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도록 도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양 전 원장은 일부 청와대 참모들과 친문 인사들의 비서실장 권유를 고사하며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양 전 원장이 친문의 계속된 설득이 있을 경우 막판 청와대로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책사’ 양정철 ‘역할론’ 놓고 설왕설래

무엇보다 여권에서는 ‘전략가’인 양 전 원장의 대선에서의 역할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친문 세력은 ‘친문 적자’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 최근 2심에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대선 레이스에서 멀어지자 ‘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를 흔들 제3의 후보 물색에 나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 전 원장이 대선 경쟁 구도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 전 원장은 최근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는 물론이고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광재‧김두관 민주당 의원 등 잠룡들을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양 전 원장을 만난 한 여권 인사 관계자는 20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최근 양정철 전 원장을 만난 것은 맞다”고 밝히면서도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어 “양 전 원장이 친문 브레인이기 때문에서 대선에서 어떤 식이든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여권 내에서는 대선 경선 레이스에서 불거질 ‘문심(文心) 논란’을 우려하고 있는 양 전 원장이 전해철‧도종환 등 친문 현역 의원 60여명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4.0 연구원’ 출범에 우려를 나타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중립’을 내세우고 있는 양 전 원장은 친문 의원들의 움직임이 특정 주자 지지로 해석될 경우 ‘원팀’ 기조가 흐려지면서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원장은 총선 기간에도 '원팀' 기조를 강조하는 선거 전략을 구사했었다.

이와 함께 양 전 원장이 향후 대선 국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려고 하겠지만 이미 친문이 분산돼 있는 상황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현재 대권 구도가 이낙연 대표의 대세론이 무너지고 ‘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가 형성돼 있는데다 대선이 1년 넘게 남아있어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불허인 상황에서 양 전 원장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양 전 원장이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에 앞서 대선 판 짜기를 기획하고 의도할 수 있겠지만 지금 민주당 내 친문도 상당히 분화된 상태기 때문에 예상보다 영향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특정 주자가 대세론을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선이 1년 넘게 남아있기 때문에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양 전 원장이 한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양 전 원장이 친문 ‘제3의 후보’를 발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한 언론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양정철 전 원장이 움직이는 이유는 PK(부산‧울산‧경남) 민심을 끌어올 수 있는 후보를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층은 수도권과 호남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데 이 상황에서 이낙연 대 이재명 구도로 경선이 치러진다면 PK 지역은 더욱 소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런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판을 다시 짤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대선주자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 중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본인은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민주당은 유 이사장을 밀어보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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