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당선되고도 대한체육회로부터 인준을 받지 못한 최철원 M&M 대표가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뉴시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당선되고도 대한체육회로부터 인준을 받지 못한 최철원 M&M 대표가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과거 ‘맷값폭행’ 전력으로 인해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에 당선되고도 대한체육회로부터 인준을 받지 못한 최철원 M&M 대표가 결국 소송전을 택했다. 체육계에서 폭력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철원 대표의 행보를 두고 엇갈린 시선이 나온다.

◇ ‘사회적 물의’ 결격사유 첫 사례… 공은 법원으로

범 SK그룹 일가인 최철원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그의 출마 및 당선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대한체육회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인준을 거부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최철원 대표의 과거 전력 때문이다. 최철원 대표는 2010년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인 시위 중이던 화물기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뒤 맷값이라며 2,000만원을 건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사건은 재벌 갑질 사건의 원조로 남아있을 뿐 아니라, 영화 ‘베테랑’의 핵심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폭력 전력으로 인해 최철원 대표는 체육단체 수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때마침 프로스포츠계에서 폭력 관련 파문이 잇따라 터지면서 최철원 대표를 향한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국회에서 반사회적·반윤리적 범죄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체육단체장이 될 수 없도록 하는 ‘최철원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에 대한 인준을 거부한 대한체육회는 ‘사회적 물의’를 결격사유로 제시했는데, 이는 사상 첫 사례였다. 

대한체육회가 퇴짜를 놓으면서 최철원 대표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다. 대한체육회의 결정을 수용해 물러나거나, 소송을 제기해 법적다툼을 벌이는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인준 거부 이후 한 달 넘게 침묵을 이어온 최철원 대표의 선택은 후자였다.

체육계에 따르면, 최철원 대표는 지난달 말 대한체육회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지난 7일엔 가처분 신청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최철원 대표는 본안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아울러 본안 소송에서 최종 승소할 경우 최철원 대표는 대한체육회의 인준 거부를 무력화시키고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된다.

최철원 대표의 이 같은 행보를 향한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각에선 이미 10여 년 전에 벌어진 일이고 사회적 비판은 물론 법적 처벌까지 받은 만큼 아이스하키협회장 취임을 막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철원 대표는 해당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반면, 폭력을 저지른 인물이 체육단체 수장을 맡는 것은 스포츠정신의 근간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목소리도 거세다. 특히 폭력 관련 파문이 끊이지 않는 체육계의 현 상황과 최철원 대표가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체육시민연대는 앞서 성명을 통해 “파렴치한 일을 해도 돈 들고 오는 재벌이라면 체육단체장이 될 수 있다는 수치스런 사례를 남겼다”고 지적하며 최철원 대표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최철원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의 심문은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며, 5월 중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체육회가 산하 체육단체 수장 선임과 관련해 소송에 휩싸이는 일은 앞서도 종종 벌어져왔다. 다만, 이번 소송의 경우 인준 거부의 사유가 ‘사회적 물의’라는 점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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