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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의 구겨진 존재감
[‘실적 부진’ 한불모터스] 송승철 대표의 구겨진 존재감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1.07.02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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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철 대표가 이끄는 한불모터스는 최근 뚜렷한 실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송승철 대표가 이끄는 한불모터스는 최근 뚜렷한 실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수입차업계 1세대 주역 중 한 명인 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이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수입차시장 전반의 꾸준하고 거침없는 성장세와 달리 한불모터스는 후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업계의 ‘산증인’으로 추앙받았던 그의 존재감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가운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업계는 ‘씽씽’, 푸조·시트로엥은 ‘끙끙’

848대. 지난 5월까지 푸조가 국내 시장에서 기록한 누적 판매실적이다. 같은 기간, 시트로엥과 DS는 191대의 누적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각각 월 평균 170여대, 40여대 수준에 불과하고, 수입차시장 내 점유율(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록대수 집계 기준)도 0.9%, 0.45%에 그친다.

뿐만 아니다. 푸조와 시트로엥·DS의 5월까지 누적 판매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2%, 58.3% 감소했다. 이는 비단 올해만의 하락세가 아니다. 2010년대 후반 들어 대체로 내리막길을 걸어오고 있다. 이 기간 푸조의 연간 판매실적은 △2015년 7,000대 △2016년 3,622대 △2017년 3,697대 △2018년 4,478대 △2019년 3,505대 △2020년 2,611대를 기록했다. 시트로엥·DS도 △2015년 572대 △2016년 924대 △2017년 1,174대 △2018년 1,053대 △2019년 962대 △2020년 930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푸조와 시트로엥, DS 브랜드 판매를 주관하고 있는 곳은 한불모터스다. 국내 수입차시장이 전반적으로 꾸준하고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한불모터스의 실적 하락세는 더욱 예사롭지 않다. 업황 차원의 문제가 아닌, 한불모터스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불모터스가 지닌 뚜렷한 특성은 이러한 행보를 더욱 주목하게 한다.

한불모터스는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보기 드문 형태를 취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그룹코리아·폭스바겐아우디코리아·볼보코리아·한국토요타처럼 해외브랜드가 국내에 직접 설립한 ‘한국법인’이 아니다. 송승철 대표이사가 2002년 설립한 순수 토종 수입차업체로, PSA그룹(푸조시트로엥그룹)의 한국총판을 맡아오고 있다. 

때문에 한불모터스가 남긴 이익은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는다. 대다수 수입차브랜드 한국법인들이 막대한 이익을 본국에 송금하는 것과 다르다. 한불모터스는 이처럼 ‘토종기업’이란 점과 함께 발생한 이익을 국내에 적극 재투자한다는 점을 늘 강조해왔다. 실제 한불모터스는 국내 수입차업계 최초로 직영 PDI센터를 건립했고, 가장 먼저 렌터카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제주도에 자동차박물관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실적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토종기업’으로서의 의미도 지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앞서 언급한 한불모터스의 특성은 실적 하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브랜드 본사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 및 지원이 없고, 원활한 시장 공략을 위한 협력에도 비교적 한계가 존재하다보니 업계 내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공장을 둔 국산 브랜드와 달리 수입차는 시의적절한 신형 모델 투입과 물량 공급이 관건”이라며 “국내에 있는 한국법인과 딜러사 뿐 아니라, 본사 차원의 역할 및 관심, 그리고 유기적인 호흡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국총판’인 한불모터스는 ‘한국법인’ 형태의 다른 수입차브랜드에 비해 현지 본사와의 유기적인 협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실제 한불모터스는 지난해와 올해 들어 잇달아 신형 모델을 선보이고 있으나, 이전까진 한동안 출시가 뜸했다. 

푸조와 볼보를 비교해보면, 한불모터스가 지닌 한계가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다. 볼보는 본사 차원의 적극적인 공세 및 지원 속에 손흥민을 모델로 발탁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 결과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푸조에 뒤처져 있던 볼보는 최근 5위권으로 급부상했다. 

이와 관련, 한불모터스 측은 “5월과 6월 판매 비중이 높은 뉴 푸조 3008 SUV와 5008 SUV를 연이어 출시한 만큼,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한 지난해 전기차를 발 빠르게 도입해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고, 연내 가솔린 모델을 추가 도입해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넓힐 계획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푸조는 최근 베스트셀링 모델을 잇따라 새로 출시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푸조
푸조는 최근 베스트셀링 모델을 잇따라 새로 출시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푸조

◇ 송승철 대표, 구겨진 자존심 세울까

이처럼 한불모터스의 부진이 거듭되면서 한불모터스를 설립해 20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송승철 대표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1986년 코오롱그룹 소속으로 수입차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송승철 대표는 국내 수입차업계 1세대 ‘산증인’ 중 한 명이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수입차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워크아웃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재기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수입차시장 전반의 흐름에 역행하면서 한불모터스와 송승철 대표의 존재감 또한 점차 희미해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한불모터스 앞엔 사업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중대한 변수가 등장한 상태다. PSA그룹은 올해 초 FCA그룹과의 합병을 공식 마무리 짓고 ‘스텔란티스’라는 새 이름으로 탄생했다. 이에 FCA그룹의 한국법인이었던 FCA코리아도 최근 스텔란티스코리아로 이름을 변경했다.

한불모터스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분간은 기존의 독립적인 판매 구조가 유지된다. 다만, 스텔란티스 본사 차원에서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PSA그룹 산하에 있던 브랜드를 국내에서 직접 한국법인 형태로 운영할 가능성이다. 이 경우 한불모터스 역시 사업상 커다란 변화 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현재로선 어떠한 것도 통보받은 내용이 없고, 기존대로 판매 및 운영이 이뤄진다”며 “PSA그룹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총판 구조를 취한 경우가 많아 단기간에 변화를 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와 변화의 복판에 서 있는 송승철 대표가 다시 한 번 재기에 성공하며 수입차업계 1세대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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