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도날드 한 점포에서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해야 할 햄버거 빵과 또띠야 등 식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국맥도날드 일부 점포에서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해야 할 햄버거 빵과 또띠야 등 식자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햄버거병 논란’에 휩싸인 뒤, 철저한 식자재 관리를 약속했음에도 또 다시 고객신뢰를 저버린 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일각에선 한국맥도날드 측이 개인 직원 문제로 치부하며 ‘꼬리자르기’ 시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 식자재 관리 철저히 한다다니… 일부 매장서 유효기간 지난 빵 등 식자재 사용 드러나 

이번 사건은 한 공익신고자가 서울 소재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빵과 또띠야 등 식자재를 폐기하지 않고 꼼수를 통해 사용하고 있다는 공익신고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하면서 드러났다. 3일 KBS가 공익신고자의 제보를 통해 증거 영상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관련 내용이 상세히 세간에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는 서울 소재 일부 맥도날드 매장에서 ‘2차 유효기간’이 적힌 스티커에 다른 스티커를 덧붙여 쓰는 수법으로 폐기 대상 식자재를 사용해왔다고 폭로했다. 

맥도날드는 ‘햄버거병 사건’ 이후 제품의 안전관리와 위생문제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지속되자 2019년 매장 주방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2차 유효기간을 만들어 철저하게 식자재 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2차 유효기간은 맥도날드가 자체적으로 정한 식자재 유효기간이다. 당시 맥도날드는 2차 유효기간이 찍힌 스티커를 식재료 겉봉지마다 붙여 사용을 확인하고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는 즉각 폐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매장에서 이 같은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공익신고자 제보를 통해 입수해 KBS가 공개한 영상에는 2차 유효기간이 지난 햄거버빵 겉봉지에 유효기간이 연장된 스티커를 덧붙여 있는 모습이 담겨져 있어 충격을 줬다. 유효기간이 지난 식자재를 버리지 않고 사용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것으로 해석됐다. 공익제보자는 지난해부터 이 같은 ‘스티커갈이’가 또띠아 등 다른 식자재 사용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반복돼왔다고 주장했다. 관련 정황이 담긴 제보 영상도 권익위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익신고자는 관리직원인 점장 등이 지시해 이 같은 스티커갈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맥도날드 측은 팀 리더 직책인 아르바이트생 한 명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만 해명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을 샀다. 한국맥도날드 KBS 측에 “일부 매장에서 2차 유효기간 스티커를 다시 출력해 부착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팀 리더 직책의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잘못된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 같은 일이 여러 차례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한국맥도날드 측이 직원 개인의 문제로 사건을 마무하기 위해 꼬리자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치권에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4일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에 관련해 “맥도날드의 빠른 인정과 사과는 사실상 문제를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한 ‘꼬리자르기’ 조치에 지나지 않고 특히 맥도날드는 이번 사태가 한 점포의 일탈적인 행위라고 못박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맥도날드 매장 곳곳에서 폐기 식품들을 재사용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정부는 즉시 한국맥도날드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서야 한다. 맥도날드 매장 전수조사를 통해 폐기 식품 재사용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명확한 진상규명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 문제 매장 직원 징계로 끝?… ‘조직적 식품 재사용 의혹’ 묵묵부답  

한국맥도날드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입장을 통해 유감을 표했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내부 조사 결과 특정 매장에서 유효기간 지난 스티커를 재출력해 부착한 경우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문제가 된 매장의 직원과 책임자는 즉시 내부절차 기준에 따라 징계절차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유효기간 준수 및 식품안전 강화 위한 지속적 지침 전달 및 교육 △매장 원자재 점검 도구 업데이트 △매장 원재료 점검 제도 강화 조치를 취했으며, 추가적으로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이번 문제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더욱 더 철저한 점검과 관리를 통해 식품안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어떤 경위로 발생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문제가 된 매장의 직원과 책임자에 대해 징계절차가 진행됐다고만 밝혔을 뿐,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 지에 대해선 해명을 하지 않았다. 책임자급 징계 사유가 단순한 직원 관리 소홀인지, 부정한 지시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른 매장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공식 입장 외에는 현재로선 답변 드릴 것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맥도날드는 ‘햄버거병 논란’으로 소비자 신뢰가 크게 흔들렸던 바 있다. 햄버거병 사건이란 2016년 한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맥도날드 매장에서 덜 익은 햄거버를 먹은 뒤 용혈성 요독 증후군에 걸려 신장 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며 이듬해 한국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하면서 촉발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한국맥도날드는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햄버거와 질병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불신이 지속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또 다시 불미스런 이슈가 불거지면서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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