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플랫폼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 상륙한지 5년이 넘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우리나라 경제에 한 해 5조6,000억원 수준의 경제효과를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K-콘텐츠 확보를 위해 한국 시장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분석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콘텐츠 업계와의 동반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넷플릭스의 이런 동반 성장 움직임이 K-콘텐츠 확보와 더불어 망 사용료 등 부정적 이슈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넷플릭스의 韓 경제 효과… 한 해 5조6,000억원 수준

넷플릭스는 29일 지난 5년 간의 한국 OTT 시장 진출 및 콘텐츠 업계와의 동반 성장 성과를 조명하는 행사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넷플릭스는 지난 지난 2016년 1월 우리나라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국내 콘텐츠 발전과 일자리 창출 등 대규모 시장 경제 효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 그룹 딜로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사업 등 연관 분야 전반에서 약 5조6,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넷플릭스는 약 1만6,000여개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지난 2016년부터 총 7,7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도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 확보를 위해 5,50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9일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 행사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는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강동한 VP./ 사진=온라인 간담회 캡처

특히 넷플릭스의 한국 서비스로 큰 이득을 본 분야는 ‘웹툰’ ‘웹 소설’ 등 온라인 콘텐츠 분야다. 딜로이트 컨설팅이 발간한 ‘넷플릭스 코리아의 사회 경제적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넷플릭스 유료 가입 가구(380만 가구) 중 42%가 작품의 원작인 웹툰, 웹 소설, 혹은 관련 음악을 찾는 등 파생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웹툰 원작 넷플릭스 드라마인 ‘스위트홈’이나 ‘좋아하면 울리는’ 등이 대표적 예다. 해당 원작 웹툰들은 연재 종료 이후에도 넷플릭스 드라마가 제작되면서 조회 수가 최소 4배에서 최대 20배까지 증가했다. 결제 전환율 또한 최대 10~30%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로 문화 산업 매출 확대 및 고용 확대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 K-콘텐츠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그 속에 등장한 음식, 화장품 등 문화 산업 분야가 부수 효과를 누리게 된 것.

딜로이트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우리나라에 약 5조6,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였다. 특히 웹툰, 웹소설 등 인터넷 콘텐츠부터 화장품, 푸드, 뷰티, 패션, 관광 등 이종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넷플릭스는 긍정적 경제 효과를 발생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딜로이트 컨설팅 보고서

딜로이트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국내 푸드, 뷰티, 패션 및 관광 등 이종 산업 분야에 미친 경제 효과는 약 2조7,000억원 규모이며, 만약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이었다면 약 8,000억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파트너사들도 넷플릭스와의 협업으로 큰 시너지를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덱스터 음향 관련 자회사 라이브톤 최태영 대표는 “넷플릭스와의 협업은 최상의 퀄리티를 완성하기 위해 양사의 전문성에 기반한 논의를 지속하는 시너지 관계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영상 특수효과(VFX) 전문회사 웨스트월드의 손승현 대표는 “웨스트월드의 인력은 2018년 설립 당시 10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170명까지 크게 늘었다”며 “실제로 지난 10년간 웨스트월드를 비롯한 국내 VFX 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약 4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진출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강동한 VP는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자들이 함께 빚은 한국 콘텐츠는 한류의 기존 무대인 아시아를 넘어 미주, 유럽, 아프리카 등 말 그대로 전 세계가 즐기는 대중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은 한류의 세계화로, 그리고 다시 국내 창작업계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 창작 생태계만이 선보일 수 있는 풍성한 감수성, 그리고 이야기가 지닌 강렬한 울림을 더 넓은 세계에 선보일 수 있도록 넷플릭스도 계속 노력 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한국과의 동반 성장을 외치는 이유로 ‘K-콘텐츠’ 확보가 주된 목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인 ‘한류 콘텐츠’ 확보를 통해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비영어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웨이브 등 국내외 OTT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사진=온라인 간담회 캡처

◇ “K-콘텐츠 잡아라” 한국 시장 눈독들이는 넷플릭스… 망사용료 등은 ‘숙제’

이처럼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산업계와의 동반 성장을 강조하며 한국 내 경제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은 ‘K-콘텐츠’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인 ‘한류 콘텐츠’ 확보를 통해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비영어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웨이브 등 국내외 OTT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도 지난 4월 발간한 ‘OTT산업과 K콘텐츠 수출: K드라마·K무비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 진출 교두보로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증명하자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OTT들이 한국 서비스를 앞다퉈 시작하는 것은 한국 시장에서의 수익 증대도 중요하지만, 한국 서비스를 통해 K콘텐츠를 확보해야 아시아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는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 및 이를 통한 한국 콘텐츠 소싱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성공적으로 확대한 것에 힘입어 글로벌 OTT들도 K드라마, K무비가 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한 주요 원천이라는 것을 확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K-콘텐츠 확보를 위해 약 7,700억원의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으며, 올해는 무려 5,5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추가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넷플릭스의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인 ‘D.P’와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오징어게임의 경우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최초로 미국 ‘오늘의 Top 10’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최고 경영자(CEO) 테드 서랜도스는 “오징어 게임이 비영어권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이며,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다만 넷플릭스가 한국 미디어 콘텐츠 업계와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현재 국내에 뿌리박힌 부정적 인식을 타파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 내 OTT시장을 잠식하는 ‘글로벌 공룡 OTT’라는 이미지를 벗고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기업으로 이미지 쇄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업계와 ‘망 사용료’를 둔 갈등은 상당히 깊은 상태다.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망을 사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막대한 트래픽이 유발됨에도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상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부의장 의원실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폭증한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78.5%는 넷플릭스 등 해외 CP(콘텐츠 제공 사업자)로 인한 것”이라며 “이는 작년 73.1%에서 심화된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는 연간 수백억 원의 망 사용료를 통신3사에 지불하면서 안정적인 망 관리와 망 증설에 협력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폭증하는 트래픽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등은 망 사용료를 외면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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