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윤석열(왼쪽) 전 검찰총장과 하태경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잡으며 이동하고 있다. 이날 윤 캠프는 경선 경쟁자였던 하태경 의원을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당내 세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현직 의원들을 대거 포섭하며 ‘당심’에서 우위를 굳히겠다는 심산이다. 반면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은 이같은 윤 전 총장의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견제에 나섰다.

윤 전 총장은 27일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공식 영입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 의원님은 해운대에서 3선을 하신 우리나라 정치 개혁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정치하면서 단 한 번도 쉬운 길을 택한 적이 없고, 늘 당당하고 떳떳하게 할 말은 하는 소장파로 우리나라 보수정당이 살아있음을 국민 앞에 증명해온 분”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윤 전 총장은 김태호·박진 의원 등을 비롯한 전·현직 의원을 대거 영입하며 세 결집에 주력해 왔다. 본경선이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각 50%씩 반영하는 상황에서 확실한 당내 세력을 기반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무엇보다 50~60대 등 전통적 지지층의 지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당심에서 홍 의원을 앞선다는 분석이 나오는 게 자신감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하 의원의 영입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하 의원은 줄곧 20‧30대를 기반으로 한 중도층을 대변하는 데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개 사과’ 등으로 중도층의 민심이반 징후가 나타난 데다, 확장성의 한계에 갇힌 윤 전 총장으로선 ‘하태경 효과’를 내심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무엇보다 정치적으로 소외된 20‧30대의 목소리를 300명 국회의원 중 가장 진정성 있게 경청해 오신 분”이라고 밝히며 이같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제가 지켜본 윤 후보 캠프 내부에선 청년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청년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민심 거역하는 당심 없다’… 윤석열 견제한 홍준표

이같은 영입에 가장 불편한 사람은 단연 홍준표 의원이다. 하 의원은 경선 전에도 홍 후보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경선 과정에선 ‘홍준표 저격수’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경선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윤 전 총장 측의 공세가 매서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윤 전 총장 측이 이번 영입을 통해 ‘외연 확장’을 시도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간 홍 의원은 젊은층과 중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워왔다. 홍준표 캠프 이언주 공동 선대위원장이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30이 열렬하게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홍준표 후보가 필승 카드”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한다. 사실상 하 의원을 통해 윤 후보 측이 기대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홍 의원의 반격도 거세지는 모습이다. 홍 의원 측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민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나섰다. 홍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강원도당에서 진행된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당심이 민심을 이기려고 하면 그 당은 망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페이스북에도 “저는 각계각층의 지지 선언이 전국적으로 매일 쇄도하고 있는데, 상대 후보 측은 한물간 정치인들만 끌어들이고 있다”며 “민심을 거역하는 당심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전 총장 측에 합류한 의원들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도 새어 나왔다. 홍 의원은 “지난 8월 윤 후보만 유일한 정권교체 대안으로 보고 거기 줄 선 국회의원들이 대부분”이라며 “국회의원은 스쳐 가는 과객에 불과하다. 지나가는 과객이 일시 자리 차지하고 앉았다고 당원들에게 군림하고 갑질하고 명령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선이 끝나고 그런 사람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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