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역제재 등 혹독한 한 해를 보낸 중국의 ICT기업 화웨이가 내년도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목표로 대대적인 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한국화웨이가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지속가능한 동반성장: 디지털화, 친환경 그리고 인재’라는 주제로 개최한 공식 행사./ 광화문=박설민 기자

시사위크|광화문=박설민 기자  올해는 유난히 중국의 ICT기업 화웨이에 혹독한 한 해였다. 미국의 무역제재로 인한 대외적인 압박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화웨이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고, 그동안 자랑해온 중국 내 스마트폰 왕좌도 샤오미를 내줬다.

이에 화웨이 역시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내년 화웨이는 기존의 스마트폰·통신장비 사업에 국한됐던 자사의 이미지를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이라는 사업 방향을 중심으로 쇄신하겠다는 목표다.

◇ 내년도 각오 밝힌 화웨이… “통신 넘어 ‘종합 ICT’기업으로”

한국 화웨이는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지속가능한 동반성장: 디지털화, 친환경 그리고 인재’라는 주제로 열린 공식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칼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과 손루원 한국화웨이CEO가 연설자로 나서 글로벌 및 한국화웨이의 비즈니스 현황과 미래 성장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글로벌 ICT시장에서 화웨이는 종합 ICT기업으로의 대대적인 변신에 나설 것을 공고히 했다. 기존의 스마트폰·통신장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화웨이가 가진 자율주행, 배터리,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들의 ICT기술을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연설자로 나선 칼 송 화웨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고객과 사회 전체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면서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5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칼 송 화웨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고객과 사회 전체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면서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5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사진은 발표를 진행하는 칼 송 화웨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사장./ 화웨이

첫 번째 과제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최적화’다.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역량의 강화와 고급 미세 공정 기술 의존도가 비교적 낮은 산업을 발굴·투자하는 등 비즈니스 회복력을 높인다는 것이 화웨이의 목표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자사의 오픈소스인 오일러(Euler) OS 및 관련 생태계를 개발하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지능형 자동차 부품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한다는 목표다.

두 번째 과제는 ‘5G 가치를 극대화하고 동종업계와 5.5G를 정의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혁신 주도’다. 그간 삼성전자, 노키아 등 글로벌 통신장비회사들에게 차츰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5G 및 차세대 이동통신장비 분야에서 다시끔 경쟁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세 번째 과제는 ‘고객 중심 회사’로의 변화다. 이를 위해 화웨이는 스마트홈, 스마트 오피스, 이지트래블, 피트니스와 건강,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에 걸쳐 원활하고 지능적인 경험을 선사한다는 목표다. 

네 번째 과제는 ‘부품 공급 연속성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신뢰 회복 및 협력 재건을 위해 꾸준히 개방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미국의 무역제재 등으로 인해 불안정해지고 있는 화웨이 내 반도체 수급 문제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마지막 과제는 ‘기술혁신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 저탄소 사회’의 실현이다.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이라는 타이틀 아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화웨이가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주요 탄소배출국이 ‘중국’이라는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과 전 세계 ICT업계의 탄소중립 기조에 맞춘 사업 방향으로 풀이된다.

칼 송 화웨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탄소 중립에 대한 글로벌 공감대가 조성되어 저탄소, 친환경 개발을 수용하는 산업과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제 디지털 기술은 녹색, 저탄소 및 지속 가능한 개발을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이날, 내년이면 20주년이 되는 한국 진출을 맞아 한국 ICT업계와의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에 나선다는 포부도 밝혔다. 사진은 발표를 진행하는  손루원 한국화웨이CEO./ 광화문=박설민 기자

◇ 인재양성부터 기술지원까지… 화웨이 “한국과의 파트너십 강화할 것”

아울러 화웨이는 이날 내년이면 20주년이 되는 한국 진출을 맞아 한국 ICT업계와의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에 나선다는 포부도 밝혔다. 연설자로 나선 손루원 한국화웨이CEO는 화웨이가  한국 ICT산업계와의 동반 성장을 위해 그린 그림은 △기술 △집중&다각화 △인재 육성 △고용 안정과 협력 파트너의 총 4가지라고 밝혔다.

먼저 화웨이는 ‘기술’ 부문에서 한국 ICT산업계 및 연구 분야에 기초 과학과 근본 기술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선진적인 솔루션, 기술, 장비로 고객과 파트너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 시장 내에서 미래 지능형 세계에 필요한 연결, 컴퓨팅, 디지털 에너지, 클라우드 기술 등에 계속 집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집중&다각화’ 부문은 기존 화웨이의 5G기술 등 통신 부문을 넘어 다양한 ICT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과의 파트너쉽을 확보하는 것을 뜻한다. 손루원 한국화웨이CEO는 “제조, 금융, 교육, 물류, 항만, 의료, 광산, 발전소 등 각 분야에 맞는 상용화되고 성숙한 맞춤형 시나리오별 솔루션이 준비됐다”며 “한국의 산업체인에 있는 파트너들을 도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고 각 산업의 고객들이 디지털 전환을 실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울러 ‘인재 육성’ 부문에서도 한국과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ICT 교수들과 학생들에게 화웨이 ICT Academy의 교육 자원을 무료로 개방하고 화웨이 본사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계속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국 대학교들과의 상호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손루원 한국화웨이CEO는 화웨이가 ‘고용 안정과 협력 파트너’ 부문을 통해 한국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공동 성장을 실현하는 것이 화웨이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손루원 한국화웨이CEO는 “눈 깜짝할 사이에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화웨이는 한국 ICT 생태계의 일원으로 책임을 지고 있다. 지나온 시간과 객관적 사실들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한국에서 더 많은 고객과 파트너들과 함께 한국의 경제 디지털화 발전을 추진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ICT업계 관계자들은 화웨이의 내년도 변신의 배경에는 미국의 무역제재 압박 등 대내외적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화웨이의 ‘변신’ 배경… 미국 제재 등 대내외적 압박 해소 목표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화웨이가 발표한 혁신안들을 종합해보면 기존의 중국 중심·스마트폰·통신장비 사업에 국한됐던 자사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한국과의 협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정리해볼 수 있겠다. 

ICT업계에서는 이 같은 화웨이의 내년도 변신의 배경에는 미국의 무역제재 압박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무역제재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종합ICT기업으로 거듭나는 파격적인 쇄신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의 파트너십 강화 역시 현재 대내외적으로 발생한 위기를 글로벌 협력사들과의 연대를 통해 돌파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화웨이는 지난 2019년 5월 미국이 안보상의 이유로 수출규제 대상 항목에 화웨이를 포함한 것을 시작으로 국제적인 ‘반(反) 화웨이’ 기조가 짙어지면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화웨이가 자랑하던 스마트폰 분야와 통신부문 경우, 그 타격이 상당한 수준이다. 화웨이 실적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스마트폰을 포함한 화웨이 ‘소비자 부문 사업’ 매출은 1,357억 위안(한화 23조9,904억원)으로 전년 동기 47% 감소했다. 5G통신 산업 부문이 포함된 ‘네트워크 장비 및 인터넷 기술’ 부문 매출도 14.2%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칼 송 화웨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사장 역시 이날 행사에서 “2021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4,558억 위안(약 84조2,2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며 “감소 이유는 ‘아시는 바’와 같다”고 간접적으로 현재 위기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화웨이 관계자 역시 기자의 질문에 “최근 미국의 무역제재 등이 매출 감소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화웨이는 미국의 무역제재 근거였던 ‘보안문제’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다. 지난 6월에는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가 참여한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사이버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투명성 센터(Privacy Protection Transparency Center)를 개소하기도 했다.

손루원 한국화웨이CEO도 간담회를 통해 “모든 상업적 이익보다 사이버 보안이 우선”이라며 “한국화웨이는 회사의 사이버 보안에 대한 요구사항과 제도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으며, 20년 간 한국에서 사이버 보안을 잘 유지하여 고객과 파트너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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