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종합패션기업 형지그룹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형지그룹 홈페이지 /그래픽=권정두 기자
중견 종합패션기업 형지그룹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형지그룹 홈페이지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종합패션기업 형지그룹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모두 적자 또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2세 시대를 본격화한 시점에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최병오 회장 일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 한숨만 나오는 실적들… ‘총체적 난국’

형지그룹은 종합패션사업을 영위 중인 중견그룹이다. 여성복과 남성복은 물론, 학생복, 골프웨어, 제화에 이르기까지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다수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형지그룹은 최근 그룹 전반의 실적이 대체로 무기력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정 한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아닌, ‘총체적 난국’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이다.

먼저, 예작·BON·캐리스노트 등의 브랜드를 운영 중인 형지I&C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이 450억원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도 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 적자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흑자전환은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복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형지엘리트의 상황도 형지I&C와 별반 다르지 않다. 6월 결산 기업인 형지엘리트는 사업연도 제21기(2021년 7월~2022년 6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45억원과 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매출액과 적자규모가 나란히 감소한 가운데 적자행진을 끊지 못하고 있다. 

까스텔바작은 그나마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465억원의 누적 매출액과 11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액 및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영업이익이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는 비단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형지I&C는 2015년을 기해 1,000억원을 돌파했던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671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또한 2017년과 2018년,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흑자를 기록한 2019년도 영업이익 규모는 4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형지엘리트도 2017년 1,741억원에 이르렀던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1,352억원까지 꾸준히 감소했고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사업연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16년 8월 패션그룹형지에서 물적분할해 설립된 까스텔바작 역시 2018년 923억원이었던 연간 매출액이 2019년 813억원에 이어 지난해 672억원까지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연간 영업이익도 △2018년 145억원 △2019년 90억원 △2020년 75억원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올해 분기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는 비상장 계열사 역시 실적이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패션그룹형지의 경우 2017년 5,041억원이었던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 3,052억원까지 줄어들고, 영업손익도 적자전환한 바 있다. 2015년 인수한 형지에스콰이아도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가장 최근 사업연도인 제61기(2020년 7월~2021년 6월)엔 영업손실까지 기록했다. 패션 아울렛을 운영하는 형지리테일과 라이프스타일 쇼핑몰을 운영 중인 아트몰링 역시 코로나19 사태 여파 속에 지난해 실적이 급격히 추락했다.

이처럼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실적 부진은 급기야 재무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각 계열사들의 부채비율이 급등하고, 신용등급은 거듭 하락 중인 것이다. 형지I&C가 올해 외부 자금 수혈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2세 시대’를 본격화한 시점에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최병오 회장 일가의 고민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형지그룹은 2016년 최병오 회장의 장녀인 최혜원 대표가 형지I&C 수장 자리에 오르며 2세 시대의 문을 연 바 있다. 이어 지난 5월엔 장남 최준호 대표도 까스텔바작 수장에 등극했다.

이런 가운데,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활동반경을 줄여오던 최병오 회장은 지난 7월 형지에스콰이아 대표이사로 직접 나섰다. 이를 두고 2세 경영이 성과를 내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시련의 계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지그룹이 향후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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