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월 판매대수, 디젤차 3만4,886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HEV 6만6,150대, 1년새 판매 2배 껑충… PHEV 포함 시 8만5,000여대
디젤차, ‘미세먼지 주범’ 오명에 ‘요소수 대란’까지… 소비자 인식 부정적
아우디, 디젤 모델 1,000만원 할인도 불사… 중고차 시세 하락 가능성 농후

사진은 아우디 A6 TDI 모델. / 아우디코리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모델의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사진은 아우디 A6 TDI 모델. / 아우디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올해 수입자동차 시장의 키워드는 ‘친환경’에 집중됐다.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가 하이브리드(HEV)를 비롯해 저공해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차량을 출시했으며,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도 친환경 차량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디젤 엔진을 탑재한 차량의 판매량은 감소세가 두드러졌고, 하이브리드 차량에 판매 실적에서도 역전당했다.

소비자들의 디젤차 관심이 줄어들자 일각에서는 디젤 모델에 대해 대규모 할인 공세를 하고 나서기도 해 향후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11월 통계자료에 따르면 12월을 제외한 올해 1∼11월 수입 자동차 판매 실적은 총 25만2,242대로 집계됐다. 이 중 디젤차는 3만4,886대로 13.8%에 불과하며, 전년 동기(7만244대)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반토막났다.

이에 반해 1∼11월 하이브리드 차량은 6만6,150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 3만261대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여기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은 1만8,661대가 판매됐다. 하이브리드 계열 차량이 8만4,811대나 판매된 것이다.

그간 디젤차는 가솔린(휘발유) 차량 대비 연료효율(1ℓ당 주행가능 거리)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차량 구매 시 연료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주요 소비층으로 꼽혔다. 주유소 연료비도 휘발유보다 디젤(경유)이 더 저렴해 단순 연비 측면이 아닌 유지비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올해 수입차 시장 판매 실적을 들여다보면 디젤차 소비층이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옮겨간 모습이다. 하이브리드 계열 차량의 연비가 디젤차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거나 그 이상의 효율을 보이기도 해 굳이 디젤차를 구매할 이유가 적어진 것이다.

또한 디젤차가 내뿜는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적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환경부는 지난 2016년부터 디젤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가솔린차 대비 최대 20배 이상 더 배출해 초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이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대폭 저감한 차세대 디젤엔진을 개발해 신형 디젤차를 선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요소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일부 주유소는 승용 디젤 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요소수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 뉴시스
지난 11월, 요소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일부 주유소는 승용 디젤 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요소수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 뉴시스

여기에 최근 자동차 시장을 직격한 ‘요소수 대란’도 소비자들의 디젤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 모습이다.

요소수는 석탄에서 추출되는 암모니아를 주성분으로 하는 요소와 증류수를 섞어 만든 용액으로, 디젤 차량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환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요소수를 생산하는 원료 요소의 수입에 차질이 발생하고, 결국 요소수 공급에까지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2015년쯤부터 디젤차에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한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가 필수적으로 장착돼 요소수를 주입해야 하는데, 요소수가 부족할 경우엔 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현재 요소수 사태는 진정된 상황이지만, 국내 요소 수입은 대부분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과의 외교갈등이 발생하는 등 대외적인 문제로 인해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겪었던 소비자들은 디젤차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디젤차에 대해 관심이 줄어든 상황에 일부 브랜드에서는 디젤 모델을 최대 1,000만원 수준까지 할인을 하며 재고떨이에 나선 모습이다.

최근 아우디는 브랜드의 메인 모델로 꼽히는 E세그먼트(준대형) 세단 A6 디젤 모델에 대해 최대 1,000만원 수준의 프로모션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 판매되는 아우디 A6 TDI(디젤) 모델의 정가는 6,500만원∼8,800만원대 수준으로 선택의 폭이 넓다. 고가의 트림으로 갈수록 할인 폭이 커지는데, 최저 800만원대에서 최대 1,300만원대까지 할인을 적용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아우디가 지난해말쯤부터 국내에 판매하기 위해 수입한 차량들 중 디젤차에 의무 장착되는 배출가스 자가진단장치 오류가 발견돼 평택항에 1년 정도 묶여 있던 모델이 인증중고차로 쏟아졌다. 이러한 차량의 실 주행거리는 30∼50㎞ 내외의 신차급 차량이다. 이렇게 인증중고차로 넘어온 A6 디젤 모델의 가격은 5,500만원 내외 수준에 형성돼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대리점에서 판매되는 신차 출고가보다 800∼1,000만원 정도 더 저렴하다.

재고처분을 위한 조치이긴 하지만, 이렇게 할인율이 큰 차량이 시장에서 거래가 되면 향후 중고차 시장의 시세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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