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한 정치평론가는 지난 5일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결단에 대해 ‘외투를 벗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대위의 ‘그립’을 강하게 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하며 윤 후보의 행보가 보다 자유로워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같은 윤 후보의 결심은 ‘이준석’이라는 강풍에 다시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6일 이준석 대표와 윤 후보와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탓이다.

선대위 해산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윤 후보와 이 대표의 불화는 잦아드는 분위기였다. 이 대표는 전날 윤 후보의 쇄신안과 관련해 “제가 주장해왔던 것과 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얼마 가지 않았다. 전날 윤 후보가 참석하기로 공지된 ‘전국 청년 간담회’가 소동을 빚었고, 국민소통본부장 박성중 의원이 이에 대해 “청년들 중에 이준석 계열과 민주당 계열이 들어왔다”고 언급한 게 화근이 됐다. 즉각 윤 후보는 “청년의 의견을 듣는데 우리 편 청년과 다른 편 청년을 편 가르면 되겠나”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이 대표는 “환멸을 느낀다”며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 대표가 제안한 ‘연습 문제’를 윤 후보가 거부하면서 균열은 더욱 심해졌다. 이 대표는 전날 오후 페이스북에 “젊은 세대의 지지를 다시 움틔워 볼 수 있는 상식적인 선에서 소위 연습문제라고 표현한 제안을 했다”며 “그 제안은 방금 거부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월 9일 윤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제안한 ‘연습문제’는 ‘출근길 인사’, ‘젠더·게임특위 구성’, ‘플랫폼 노동 체험’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제안이 거절당했다’고 말했지만,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출근길 인사에 나섰다. 하지만 이 대표의 냉랭한 반응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연습 문제를 이행한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관심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 국면은 당직 인선 과정을 두고 사실상 ‘전면전’으로 비화됐다. 윤 후보는 신임 사무총장에 권영세 의원을, 전략사무부총장에 이철규 의원을 내정한 뒤 이날 최고위의 의결을 거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철규 부총장 인선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 부총장이 사실상 ‘윤핵관’과 관련된 인사라는 이유다. 그러나 윤 후보는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이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인사를 강행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인지도 궁금해진다”며 불만을 표했다.

◇ 고립무원 된 이준석

상황이 극단을 치달으면서 당내 분위기도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화살은 곧장 이 대표를 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표 사퇴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원내지도부 인사들이 이 대표의 사퇴을 언급하며 시작된 회의에선 ‘오만방자’, ‘사이코패스’ 등 날 선 발언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경 시작된 회의는 오후까지 이어졌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재개된 의원총회에 참석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상적으로 당 대표가 할 수 있는 공개 발언을 이번에는 하지 못하게 하는 데 상당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의원들이 바라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무제한 토론에 응할 자신이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총회에선 이 대표의 사퇴 결의안을 작성하고 김기현 원내대표가 이 대표에게 이를 전달했다. 이 대표의 언행이 심각한 일탈 상황이라는 점을 총회에 참석한 의원들 전원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문제가 이 대표의 사퇴까지 갈 것이냐는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20·30세대’의 부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의총 중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이 대표의 사퇴를 의총에서 결의하면 이번 선거가 세대결합이 아닌 내전으로 간다”고 우려했다. 이날 당사에서 윤 후보와 간담회를 가진 청년보좌역들도 “이준석 대표와 같이 가야 한다”, “이 대표는 왜 버리는가”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사퇴 결의안을 전달 받은 뒤 의원총회에 참석해 공개 발언을 진행했다. 그는 ″지금 본질은 이준석의 사과와 반성을 시작으로 젊은 세대가 다시 우리당에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며 ″진짜 젊은 세대의 표를 받아오고 다시 한 번 세대포위 결합 할 생각이 있다면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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