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박병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오는 3월 대선을 앞둔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대선 후보마다 개헌 의지가 다르므로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박 의장은 6일 오전 신년을 맞아 화상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에서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의회와 권력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승자독식의 권력구조가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근본 원인이다”며 “결국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은 개헌”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선 직후엔 본격적인 개헌논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혀 국민의 판단을 받기 바란다”며 “여야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개헌논의를 할 수 있는 토대를 확실하게 마련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개헌안에는 대통령 중임제, 양원제 도입, 지방분권 강화 등이 포함됐다.

◇  35년간 개헌 못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박 의장은 거듭 개헌을 강조했다. 박 의장은 “국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6%가 개헌에 찬성하고, 헌법학자의 77%가 개헌에 찬성한다. 현 국회의원은 93.3%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의회 지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찬성한다”며 “그러면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하면 대선을 핑계로 피한다”고 답답함을 전했다.

또 그는 “개헌 문제가 집권 초기에 논의될 가능성은 적다. 정권을 잡았는데 개헌 문제가 논의되면 또 다른 블랙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해) 논의하지 않는다. 집권 말에는 곧 대선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그렇게 35년을 보냈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후보들에게 개헌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요구했다. 대선후보가 당선 후 청와대에 들어서는 순간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는 권력구조 개헌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약속을 받아놓겠다는 것이다.

박 의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는 2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예비후보 때 1번, 후보가 된 후 1번씩 국회의장실에서 만났다. 물론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만났다”며 “모두 한결같이 의회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의회 역할을 충분히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셨다”고 언급했다.

그는 “개헌에 대해서도 말씀을 나눴고, 개헌이라는 것은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하지 않겠다. 청와대를 축소하겠다’고 약속하는 선의에 기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권력은 자기 지속성과 확장성이 있어서 제도로 제약해야 한다”고 개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 개헌에 대한 후보별 입장 달라

박 의장에 따르면, 세 후보 중 한 후보는 침묵했고, 한 후보는 점진적 개헌을 약속했으며, 한 후보는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개헌에 대해 침묵한 후보는 개헌 논의에 거리를 두고 있는 윤 후보로 보인다. 지난 7월 17일 제헌절을 맞이해 윤 후보는 본인의 SNS에 개헌에 대해 “늘 열려있는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현실에서의 국민적 합의와 동의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서 이뤄져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점진적 개헌을 약속한 후보는 이 후보로 추정된다. 앞서 이 후보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단계적 개헌’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 헌법은 전면 개정만 있는데 미국 방식으로 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지방선거 때, 총선 때, 대선 때 한 번씩 하는 식으로 합의되는 것부터 고쳐나가자”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심 후보는 2024년 슈퍼대통령제 종식을 위한 개헌 합의를 공약으로 꺼내든 만큼 가장 전폭적으로 지지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심 후보는 현 대통령제를 슈퍼대통령제라고 칭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앞에서는 의회에서의 협치도, 정당 간 책임 있는 연정도 통합정부 운영도 무력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3 지대 대표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굳어진 양당 구조를 깰 방법으로 개헌을 언급하는 등 긍정적인 태도를 취한 적 있다. 하지만 현재의 개헌 논의에 대해서는 개헌 이슈로 다른 문제들을 덮으려는 야합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후보들을 비롯한 여야가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한 번에 개헌하기 힘들기 때문에 점진적인 개헌 방안을 제시했다.

대선까지 개헌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이미 구성이 되어있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제적 논의를 하고, 대선이 끝나면 여야가 개헌 논의를 당장 시작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것이다. 그는 “쉽게 합의되는 분야는 6월에 투표하고, 권력구조와 같이 민감한 부분은 2년간 논의해서 총선에서 동시 투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 후보와 같은 로드맵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이 후보는 대통령제를 바꿀 필요까지는 없다는 견해고, 박 의장은 의원내각제를 구상하고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박 의장과 뜻을 완전히 함께하는 대선후보가 없는 만큼 어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개헌까지 다각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