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발생한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를 받게 된 요진건설산업은 오너일가 2세 최은상 부회장이 지난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지난 8일 발생한 사망사고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수사를 받게 된 요진건설산업은 오너일가 2세 최은상 부회장이 지난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에 돌입했지만 산업현장에서의 각종 중대재해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시행 3일 만에 삼표산업에서 3명이 목숨을 잃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데 이어, 이번엔 요진건설산업의 건물 신축 공사현장에서 2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요진건설산업은 오너 2세 최은상 부회장이 지난해 ‘책임회피성 사임’ 논란 속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어 더 큰 파문이 예상된다.

◇ 건설업계 1호 수사 대상… 최은상 부회장의 더욱 공교로워진 ‘타이밍’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서다. 요진건설산업이 시공을 맡은 한 건물 신축 공사현장에서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지상 12층에서 지하 5층으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재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을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공사현장은 공사금액 규모가 490억원인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사망한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인데, 중대재해처벌법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사망 및 부상에 대해서도 원청에 책임을 묻는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곧장 요진건설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삼표산업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2호 수사가 된 것이다. 건설업계 중에선 1호 수사에 해당한다.

물론, 사망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안전관리와 관련된 4가지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 확인되고, 이것이 해당 사망사고로 이어진 인과관계가 드러났을 때 처벌받게 된다. 다만, 이번 사고는 건설현장의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사고유형인 추락사고였다는 점에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에 힘이 실린다.

이와 관련, 요진건설산업 측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며 정확한 원인 등이 나오지 않아 아직 별도의 입장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진건설산업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뉴시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9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진건설산업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뉴시스

한편, 요진건설산업은 앞서 오너일가 2세 최은상 부회장이 석연치 않은 시점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어 이번 사망사고에 따른 후폭풍이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요진그룹 창업주 최준명 회장의 아들인 최은상 부회장은 2004년부터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19년엔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2세 경영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8월 돌연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염두에 둔 책임회피성 사임이란 의혹 및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앞서 최은상 부회장이 비상장사인 요진건설산업의 대표이사직을 6월에 중임해 온 점, 지난해 8월 대한건설협회가 회원 권리 관련 정관을 변경한 직후 사임한 점 등이 더욱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지목됐다.

이에 대해 당시 요진건설산업 측은 “업황 및 신성장동력 필요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전부터 전환을 진행해왔다”며 중대재해처벌법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계열사 요진개발의 경우 2018년 말 최은상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는데, 이때부터 이미 체제 전환을 추진해왔던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요진건설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2호 수사 대상이자 건설업계에서는 1호 수사 대상이 되면서 최은상 부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을 둘러싼 논란은 재차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실질적인 경영 및 소유 주체의 책임 회피 가능성, 즉 소위 ‘꼬리 자르기’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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