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진그룹 2세 최은상 부회장이 지난 8월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가운데, 그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요진그룹 2세 최은상 부회장이 지난 8월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가운데, 그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요진그룹 오너일가 2세 최은상 부회장이 ‘책임회피성 사임’ 논란에 휩싸였다. 2세 경영체제에 박차를 가해오던 그가 돌연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요진그룹 측은 억측에 불과하며 이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교로운 시점’에 따른 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17년’ 대표이사직 내려놓은 최은상 부회장, 왜 하필 그때?

논란의 중심에 선 최은상 부회장은 요진그룹 창업주인 최준명 회장의 아들이다. 1927년생으로 고령인 최준명 회장이 여전히 경영일선에서 활동 중이긴 하지만, 최은상 부회장은 꽤 오래 전부터 2세 경영체제를 구축해왔다. 2004년부터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를 맡아왔으며, 2019년엔 부회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8월, 최은상 부회장은 돌연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 자리는 송선호 신임 대표이사가 이어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시행이 임박한 중대재해처벌법을 고려한 행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가운데, 산재 발생에 따른 책임을 애초에 피하기 위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요진그룹 측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이전부터 진행해왔다”며 이 같은 지적이 지나친 억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은상 부회장이 오랜 세월 대표이사를 맡아오기도 했고, 업황 및 신성장동력 필요성 등을 고려해 전문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은상 부회장은 2018년 말 계열사 요진개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으며, 당시에도 송선호 대표가 그의 뒤를 이어 받은 바 있다. 이미 이때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진행해왔던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는 무관하다는 게 요진그룹 측 입장이다.

다만, ‘공교로운 시점’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은상 부회장을 향한 ‘회피성 사임’ 지적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뿐 아니라, 대한건설협회의 정관 개정 시점도 근거로 삼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당초 회원사 대표자에게만 회원 권리를 부여했으나, 지난 8월 정관 개정을 통해 ‘회원사 대표자 또는 등기이사 중 1인’으로 그 조건을 완화했다. 그리고 건설협회 이사 중 한 명인 최은상 부회장은 이 같은 개정이 이뤄진 직후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경우 건설협회 회원 및 이사 자격 유지 문제가 있었는데, 정관 개정을 통해 문제가 해소되자 즉각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다는 게 ‘회피성 사임’ 지적의 핵심이다.

아울러 통상적인 인사 시즌이 아닌 8월에 대표이사 변경이란 중대한 조치를 단행한 것도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시사위크> 확인 결과 최은상 부회장은 2004년 요진건설산업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늘 6월 초에 중임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줄곧 12월 말에 중임해온 요진개발에서는 해당 시기에 맞춰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요진건설산업에서의 사임은 통상적인 시점과 달랐다.

즉,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을 이전부터 추진해왔다 하더라도, 하필이면 건설협회 정관이 변경된 직후인 8월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점이 논란으로 남는 상황이다.

요진그룹 측 관계자는 8월에 대표이사 변경을 단행한 것에 대해 “특별히 말씀 드릴 것이 없다”면서도 “그러한 지적들은 끼워 맞추기식 문제제기에 불과하다. 만약 12월이나 다른 때에 사임을 했어도 같은 지적이 나오지 않았겠나”라고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