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의 오너일가 3세이자 최대주주인 최정규 이사가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깨끗한나라의 오너일가 3세이자 최대주주인 최정규 이사가 이번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범 LG가 사돈기업인 깨끗한나라가 3세 시대로의 전환을 완성하는데 또 한 번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일찌감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던 오너일가 3세 장남이 입지를 확대하며 보다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평범하지만은 않은 승계구도 및 여러 우여곡절을 딛고 3세 시대 완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가운데, 풀어야할 당면과제 또한 산적해있다.

◇ 입지 확대 나선 ‘최대주주’ 장남

최근 공시된 바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오는 3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상정된 안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너일가 3세 장남이자 최대주주인 최정규 이사의 사내이사 신규선임이다. 2020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비상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며 이사회에 발을 들였던 최정규 이사가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깨끗한나라는 3세 시대로의 전환을 완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게 됐다. 이는 남다른 승계구도와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왔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깨끗한나라는 사실 이미 3세 시대가 한창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다. 최정규 이사가 2014년 최대주주에 올랐고, 그의 누나인 최현수 사장이 2019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다. 이들의 부친인 오너일가 2세 최병민 회장은 2019년 3월 대표이사 직을 내려놓았을 뿐 아니라, 2020년 3월엔 등기임원에서도 물러났다.

다만, 3세 승계가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엔 남은 문제들이 있었다. 경영적 측면에서의 승계와 소유 측면의 승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회사에 입사해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고 대표이사까지 오른 최현수 사장은 보유 지분이 7.7%에 불과하다. 반면, 20대 시절에 최대주주에 올라 현재도 21%의 지분을 보유 중인 최정규 이사는 경영적인 측면에선 족적이 전무했다.

여기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우선, 최현수 사장과 최정규 이사는 나이차가 꽤 많이 난다. 최현수 사장은 1979년생, 최정규 이사는 1991년생으로 12살 차이 띠동갑이다. 그렇다보니 경영행보에 있어서도 차이가 불가피했다. 이번에 사내이사진에 합류하게 될 최정규 이사는 여전히 30대 초반에 불과하다.

최정규 이사가 20대 초반의 나이에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 과정에도 우여곡절이 존재한다. 최병민 회장은 2000년대 후반 경영이 악화되자 2009년 보유 중이던 지분을 사돈기업인 희성전자에 넘기며 도움을 받았다. 최병민 회장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매형·처남 관계다. 

이후 경영이 정상화되자 최병민 회장 일가는 깨끗한나라의 경영권을 다시 확보하고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 3세, 그중에서도 장남인 최정규 이사 중심으로 지분을 취득했다. 이는 향후 승계를 염두에 둔 선택으로 풀이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최정규 이사가 경영진에 본격 합류하게 되면서, 깨끗한나라 3세 승계구도는 그를 중심으로 완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최정규 이사의 나이가 아직 어리고 경영 경험도 부족한 만큼, 당장은 최현수 사장이 경영 전반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최정규 이사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경영 또한 직접 책임지게 될 전망이다.

이처럼 3세 시대가 한층 더 가까워진 가운데, 깨끗한나라는 여러 당면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우선 실적이다. 경영권을 되찾은 이후 2016년 7,060억원까지 상승했던 연간 매출액은 △2017년 6,599억원 △2018년 6,263억원 △2019년 5,941억원 △2020년 5,915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역시 5,787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는데 그치며 전년 대비 2.2%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아울러 수익성도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2016년 183억원을 기록했던 연간 영업이익이 2017년과 2018년 각각 252억원, 292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했다. 이어 2019년 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하더니, 2020년엔 52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영업이익 규모가 130억원으로 줄어든 모습이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의 배경으로는 ‘릴리안 생리대 파문’이 가장 먼저 꼽힌다. 깨끗한나라가 제조·판매한 릴리안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거센 파문이 일었고, 깨끗한나라의 실적은 이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깨끗한나라는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 결과 위해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오고, 소비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최근 1·2심 모두 승소하며 중대 리스크를 해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해당 문제를 지적했던 시민단체 등을 향해 제기한 소송은 패소했으며,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깨끗한나라는 릴리대 생리대 파문을 원만하게 매듭짓는 한편, 실추된 기업 이미지 및 신뢰 그리고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앞서 어떠한 경영적 행보나 성과 없이 단숨에 이사진의 한 자리를 꿰차게 된 최정규 이사 입장에선 향후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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