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기표소를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기표소를 나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대선 막바지에 네거티브가 격화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을 향한 여성혐오적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에서 직접 진화에 나섰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출신 시사평론가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지난 2일 윤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 씨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가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김씨에게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그는 글의 해당부분을 삭제한 후 “죽을 죄를 지은 것 같다”는 글과 함께 대선 때까지 묵언을 약속했다.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거친 네거티브가 중도층의 반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막말 경계령’을 내렸다. 하지만 김씨가 이와 같은 주장을 펼치자 다급히 내부 단속에 나섰다.

허영일 민주당 선대위 산하 디지털혁신위 대변인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송영길 대표님한테 건의한다”며 “입으로는 민주당을 위하는 척 하지만 국민의힘에 복무하는 자다. 김용민 이 자를 허위 사실 유포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으면 좋겠다. 간자의 전형이다”고 비판했다.

허 대변인은 나아가 “사람은 상식이 있어야 한다. 제1야당 윤석열 대선후보를 이렇게 공격하는 것은 수상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다. 부당한 ‘거래’를 의심한다”고 주장했다.

◇ 묵언 약속 깨고 ‘성상납 의혹’ 강화

이에 김씨는 간자 의심까지 나오자 고민 끝에 한자 쓴다며 “송영길 대표님, 이재명 후보 당선을 위해 도움이 되신다면 저를 고발해주시기 바란다”며 “어차피 국민의힘도 고발했으니 병합해서 조사할 것이다. 저는 어차피 당적도 없고, 선대위에서 임명장 한 장 받아본 일 없는 외부의 일개 네티즌으로서 단호히 잘려 나가도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던 김씨는 묵언 약속 하루 만에 새로운 글을 올렸다. 그는 “글 안 올린다고 했는데 설명은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아 추가로 올린다”며 “제가 김건희 씨를 둘러싼 이런저런 추문을 엮어 ‘김건희 성상납’ 뇌피셜을 조작했다고 보시냐, 이미 있었던 증언과 기록을 소개한다”며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밑도 끝도 없이 ‘성상납’ 운운한 게 아니다. 성인지 감수성이 모자라서 운운한 것도 아니다”며 “상대는 이름없는 일반인이 아니라 5년 동안 국가권력을 위임받고 국가예산으로 의전을 제공받는 대통령 후보 부부다. 이런 검증이 불필요하냐”고 주장했다.

아울러 허 대변인을 겨냥한 듯 “아마 저를 비방 모략한 언론 정치인은 김용민이 이 관계까지 파악하고 문제제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아마 ‘걔는 막말이나 떠드는 쓰레기’라고 여겼을 거다. 그래놓고 저를 간자로 몰았을 거다. 경쟁 후보자 부부 챙겨주던 그 인격, 천사도 흠모하겠다. 그 인격이라 자당 대선 후보가 상대로부터 부당하게 패륜범으로 몰릴 때는 가만히 계셨나보다”고 꼬집었다.

◇ 국민의힘 “이재명 견해 밝히라”

김씨가 묵언 약속을 깨자 국민의힘에서는 곧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공격하고 나섰다. 황규환 선대본부 대변인은 4일 논평을 통해 “김용민 씨는 ‘죽을 죄를 지었다’며 묵언을 선언하더니 불과 하루 만에 또다시 패륜적 막말을 이어갔고, 심지어 이번에는 김건희 대표에 대한 망상과 궤변으로만 가득 채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게다가 이미 국민의힘에 의해 고발까지 당한 상황에서 법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김 씨가 폭주하는 이유는 분명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그 자신감의 근원은 다름 아닌 김 씨의 폭주에 대해 침묵하고 방조하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후보는 어제 ‘여성 안심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정작 제1야당 후보의 여성 배우자에 대한 저급하고도 패륜적인 막말에는 침묵하고 있으니 그 진정성이 의심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후보가 말한 여성은 민주당이 그토록 반복해온 '내 편인 여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이미 김 씨를 허위사실공표죄,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며 “김 씨 스스로가 민주당을 향해서도 자신을 고발하라고 한 만큼 민주당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 아울러 이재명 당선을 앞세우며 폭주하는 김 씨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명확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민주당, 민심 향방 두고 속앓이

민주당에서는 투표가 시작된 마당에 친여 시사평론가가 묵언약속을 깨고 흑색선전에 나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본인 SNS를 통해 “도대체 확인도 검증도 안 되는 주장으로 논란을 부추기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인 김용민씨가 묵언 선언 하루 만에 약속을 깼다. 심히 유감스럽다”며 “아무리 선거 때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정치에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러나 김용민씨는 정치가 지켜야 할 선을 무너뜨리고, 선거를 진흙탕에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축제여야 할 대통령 선거와 국민의 관심과 참여에 찬물만 끼얹는 결과만 낳고 있다”며 “자신의 언행이 우리 정치 나아가 우리 사회에 무슨 도움이 될지 진지하게 성찰하길 바란다. 김용민씨는 대선까지 묵언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일침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김씨의 막말 전부터 의원들을 향해 SNS에 올리는 글을 포함한 언행에 주의를 요구해왔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도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네거티브는 중도층 끌어안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도 “네거티브 공격으로 일관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다섯 번의 토론 내내 주제와 상관없이 대장동 네거티브만 했다. 그나마도 고개를 떨군 채 준비해온 원고만 줄줄 읽었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정책에 대한 내실 있는 토론을 기대하셨을 국민께 네거티브만 올인하는 윤 후보의 모습이 개탄스럽다”고 윤 후보의 네거티브 전략을 비판했다. 따라서 민주당은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마타도어를 남발하지 말자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하지만 김씨가 선을 넘는 의혹을 제기하자 외부의 비판보다 당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한편, 김씨가 사과를 했음에도 SNS와 댓글 등에는 “김건희 씨에게 미안하다는게 아니라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죄송하다는게 무슨 사과냐” “김용민, 김어준, 황교익 같은 자들의 발언 때문에 골수층이 뭉치는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더 멀어져간다. 저런 발언은 일방적으로 이기는 분위기에서도 호불호가 나뉘는데 현상황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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