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마지막 집중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시사위크 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마지막 집중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시사위크 이선민 기자

시사위크|청계광장·홍대=이선민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남기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집중 유세 마지막 장소로 청계 광장과 홍대를 골랐다. 이 후보가 도착하기 몇 시간 전부터 청계 광장은 인파로 가득 찼으며, 지지연설과 유세단의 춤·노래로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는 말 그대로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 청계광장에는 6만여 명의 인파가 모여 이 후보를 기다렸다. 시민들은 파란 풍선이나 응원봉을 들고 유세곡을 따라 부르면서 즐거운 모습을 보였다. 어떤 시민들은 상어나 공룡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했고, LED 촛불을 든 모습도 보였다. 누군가 ‘이재명’을 선창하면 너도나도 따라 연호했다.

찬조연설이 시작되기 전에는 2002년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연설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마지막 유세 장소를 청계광장으로 정한 것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는 “마지막 유세장으로 청계광장과 서울시청 광장 두 곳을 검토했으나 서울시청 광장엔 선별진료소가 있어 유세 준비와 진행이 코로나 검사에 방해가 되고 혼잡을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에 청계광장을 최종 낙점했다”고 밝혔다.

◇ 촛불 대신 휴대폰 플래시 들어 올린 청계광장

찬조연설을 위해 올라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보통, 선거를 이기면 통합의 메시지가 나오는데 상대 측은 오늘까지 말이 좀 험하다. 카톡에 소년원 같은 루머를 뿌리고 다닌다”며 “제가 5선 의원인데, 항상 패배자들이 이렇게 한다. 우리는 이기고 있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대장동 가짜뉴스를 뿌리지만 이재명은 미래를 이야기 한다.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와 단일화 한 후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당대표는 연단에 올라 ‘제7공화국’을 약속했다. 그는 “국민 통합 정부를 만들어서 반드시 제7공화국을 만들겠다”며 “사전투표 하셨죠? 그걸로 부족한거 아시죠? 이재명이 어떤 사람이고, 꿈이 무엇이고, 어떤 추진력으로 나라를 만들지 주변에 알려달라. 그래도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난 35년 동안 청렴하고 깨끗하게 소신껏 경제 운영을 담당한 저 김동연이 보증한다고 전해달라”고 투표를 독려해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이 후보와 경선에서 경쟁한 관계임에도 선대위원장까지 맡은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연단에 오르자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함성이 터졌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지금은 평화의 위기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에게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지기 쉬운지 아프게 알려준다”며 “우리는 평화를 만들고 유지해 본 실력과 경험이 있는 국정 책임 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화를 만들고 지켜본 경험과 실력이 있는 정당은 민주당 아니겠냐”며 “분단 70년 동안 남북 정상회담 5번 모두 민주당 정부에서만 했다. 국민의힘은 더 길게 집권했건만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사전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없다. 평화가 소중하다고 믿으신다면 경험과 실력과 실적이 있는 민주당, 그리고 그 민주당에서 잔뼈 굵은 이재명을 선택해야 옳다고 믿는다”고 외쳤다.

곧 이 후보가 연단에 올라오자 시민들은 일제히 휴대폰의 플래시를 켜고 높이 들었다. 해가 지고 어두워졌지만 퇴근 후 합류하는 직장인들로 사람이 더 많아진 청계광장은 휴대폰 불빛이 가득 채웠다.

이 후보의 연설에 앞서 ‘국민의 꿈이 이재명의 꿈입니다’라는 유세 제목에 맞게 시민들의 꿈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이 후보는 첫 투표를 앞두고 있는 청년, 신혼 부부, 장애인, 이주민, 노인,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여러분께서 부탁하신 내용들이 조금만 더 노력하고 배려하고 정부와 정치가 국민들의 삶에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우리 역량으로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며 “우리 함께사는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 모두가 함께 사는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마지막 집중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마지막 집중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남녀노소 없이 축제 분위기, 콘서트 방불케 한 현장

마지막 연설을 시작한 이 후보는 “이곳 청계 광장은 우리 국민들께서 촛불을 높이 들어 이 땅에 민주주의를 바로 세운 그 역사적인 공간이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가 그저 말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가슴 깊이 생생히 살아있음을, 국민이 바로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임을 우리는 이곳 청계광장과 광화문에서 입증했다”며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 집회를 회상했다.

이어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지배자나 왕이 아니라 국민을 대표해서 일하는 대리인이자 일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이 나라 주권자 국민의 손으로 증명한 순간이 있었다”며 “국민 여러분 우리가 광장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유가 무엇이냐.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을 지키자는 절박함이 있었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간절한 열망이었다”며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면서 “저 이재명에게는 꿈이 있다. 억강부약. 대동세상”이라며 “강자의 부당한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를 보듬어 함께 사는 나라. 억울한 사람도 억울한 지역도 없는, 그리고 생활고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는 나라. 이게 저 이재명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또 “여러분께서 주권자의 유용한 도구로 저 이재명을 선택해주시면 김구 선생이 못다 이룬 자주 독립의 꿈, 김대중 대통령이 못다 이룬 평화 통일의 꿈, 노무현 대통령이 못다 이룬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문재인 대통령이 꿈꾸고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말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연신 ‘이재명’을 외치던 지지자들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과 같은 지난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자 더 큰 소리로 환호했다.

이 후보의 연설 후 찬조 연설을 했던 모든 시민들과 송영길 당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 정세균 상임고문 등 민주당 인사들이 모두 연단 위로 올라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즐겨 불렀던 노래인 ‘상록수’를 함께 부르며 유세를 마무리했다. 노래를 따라부르던 시민 중 일부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이 후보 역시 중간에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가 떠난 후에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청계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유세곡을 따라 부르며 자리를 떠나지 않아 마치 콘서트를 즐기는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시민들 발언을 들으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시사위크 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시민들 발언을 들으며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홍대=이선민 기자
시민들이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응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시사위크 이선민 기자
시민들이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응원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홍대=이선민 기자

◇ 마지막 인사로 윤 후보와 지지자들 향해 “고생 많으셨다”

이 후보는 마지막 유세를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 무대로 예정했다. 밤 9시 이후로는 유세차를 이용하거나 노래를 틀 수 없기 때문에, 광장무대에는 작은 연단과 스피커 하나만 마련됐다. 하지만, 이 후보의 도착 1시간 전부터 300여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곧 이 후보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로 광장이 꽉 찼다. 홍대에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많이 보였다.

이 후보가 오기 전 이재정 의원은 연단에 올라와 시민들이 만들어 온 플랜카드를 하나하나 읽으며 투표를 독려했다. 시민들은 ‘미안해 미안해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해’ ‘공약이행율 전국 1위 이재명’ ‘절박 재명’ ‘쏘리 재명’ ‘태극기 재명’ 등의 플랜카드를 들어올렸고, 이 후보를 닮은 토끼, 친칠라, 펭귄 등의 캐릭터를 그려오기도 했다.

홍대에 도착한 이 후보는 광장을 꽉 메운 시민들을 향해 “제가 오늘 대규모 집회 형태 유세는 청계광장에서 끝내고 여기는 조용히 와서 몇 분쯤 계시면 인사라도 나누고 대화를 좀 해보려고 했다”며 “진짜 마지막이니 말씀을 좀 들어보려고 마음을 먹고 왔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오셔서 만만치 않겠다”고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가 선거 때는 경쟁을 해도 다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다 함께 손잡고 대한민국이라는 공간 안에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하는 것 아니겠냐. 그래서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었다”며 “우리 윤석열 후보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윤석열 후보님보다 더 많은 열정을 가지고 온 정성을 다했을 우리 윤석열 후보님의 지지자, 그리고 다수의 대통령 후보님들과 지지자분들 고생하셨다.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애썼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서로 흔쾌히 인정하고, 그때부터는 서로 당선되는 리더와 함께 차이를 넘어서 같은 것들을 더 많이 들여다보고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생각으로 합심하고 통합해서 미래로 나아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있다.  /민주당 선대위 제공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있다. /민주당 선대위 제공

◇ “시민들 목소리 듣고 싶다” 즉석 토크 콘서트 개최

이 후보는 “원래 계획은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근 1년을 했으니,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마이크가 추가로 없으니 우리 서로 조용히 해주시면 좋겠다”고 그 자리에서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후보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한 시민이 “아산에서 유기농 배 농사를 짓는 청년 여성 농업인니다. 친환경 농업 계속 할 수 있게 꼭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말하자 이 후보는 “진짜 좋은 말씀이다. 제가 정말 관심 있는 영역이다. 농업은 국가 전략 안보산업이고, 기후위기 때문에 식량위기는 반드시 온다”며 GMO 표시제도와 유기농농업 육성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 누군가 “청와대에도 CCTV 설치하느냐”고 말해 시민들이 웃자 이 후보는 “보안문제 때문에 불가능 할 겁니다”라며 따라 웃고는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옮기고 싶어 하셨는데, 경호·보안 문제로 못하셨다. 그래서 아마 못할 것 같지만, 성남 시청을 개방한 것처럼 청와대도 보안이 필요한 부분 말고는 다 개방해서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겠다”고 청와대 개방 계획을 전했다.

전주에서 왔다는 한 남성 지지자가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지 않고 잘 살수 있게 해주시고, 젠더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박지현 활동가를 지켜달라”고 말하자 이 후보는 곧장 ‘n번방 사건’ 공론화에 노력한 ‘추적단 불꽃’ 출신 박지현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장을 연단 위로 불렀다.

박 위원장은 “젠더를 갈라치기 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며 “우리가 화장실 갈 때 볼 일을 좀 편하게 볼 수 있는 사회, 일상을 살아갈 때 안전할 수 있는 사회, 여성이 면접을 볼 때 ‘아기 언제 낳을 거냐’ ‘결혼 언제 할거냐’ 질문 안 받는 게 당연한 사회 우리가 만들 수 있고, 만들려면 이 후보 뽑아야 한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이 후보 역시 “제가 지현 씨를 처음 만난 것은 인터넷에 가혹한 성 착취물이 많다. 그런데 어디에 신고를 해도 수사도 잘 안되는데, 국가도 못하는 일을 하더라. 그걸 보고 경기도에 디지털 원스톱 지원센터를 만들자고 해서 그때 처음 만났다”고 회상하며 “남녀 간에 생각도, 습관도 약간 다르고 생물학적 구조도 약간 달라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성착취물 영상은 인식을 못하면 ‘그런 정도로’라고 생각하지만 당하는 쪽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다. 결코 지워지지 않는 영상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돌아다닌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마이크를 이용한 선거 운동이 허가되는 밤 11시까지 이와 같이 토크콘서트를 이어간 이 후보는 11시 이후 연단에서 내려와 홍대 거리를 걸으며 직접 시민들과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면서 접촉했다. 중간에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당대표와도 만나 시민들에게 투표를 독려한 후 12시(자정)가 돼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이 종료되자 자리를 떠났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