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2020년 메디톡스 시작으로 꾸준히 ‘간접수출’ 지적
쟁점은 ‘간접수출-국내 판매’, 시각 차이가 불러온 논란
메디톡스 간접수출 관련 본안 소송, 이제 시작… 업계, 법원 판단에 귀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가 줄줄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간접수출 과정에서 법을 위반했다고 지적당해 갈등을 빚고 있다. / 휴젤, 메디톡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보툴리눔 톡신 업계가 톡신 제제의 ‘간접수출’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 간접수출 불법 논란은 지난 2020년 11월 메디톡스를 시작으로 최근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 등까지 확산됐다.

식약처가 지적하는 부분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의약품 국가출하 승인 여부 △의약품 판매·취급 자격이 없는 자에게 제품을 판매 △표시기재 위반(한글표시 없음) 등이다.

근거로는 약사법 제47조 제1항 2호와 약사법 시행령 제32조 및 별표 1의 2 내 14, 그리고 약사법 제53조,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63조·제77조 등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해당 법률에 따라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하는 의약품에 해당된다. 국가출하승인 대상 의약품은 생물학적 제제 중 백신·항독소·혈장분획제제 등 국가관리가 필요한 제제다.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의약품 당국이 제품에 대해 재차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다만,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보툴리눔 톡신 등 의약품에 대해 수입자가 요청한 경우와 식약처장이 국가출하승인을 면제하는 것으로 정하는 품목은 기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또 수출품의 경우 한글표시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지난 2020년 11월,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한글표기를 하지 않은 메디톡신 및 코어톡스 제품을 국내 유통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해당 제품에 대해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식약처가 지적한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전량 수출품으로, 국가출하승인 대상이 아니면서 한글표기도 별도로 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간접수출을 하면서 국내에 위치한 도매상 및 수출대행업체에 메디톡신·코어톡스 제품을 ‘판매’했기 때문에 국가출하승인과 한글표기가 필요한데 이를 어겼다고 꼬집었다.

이에 메디톡스는 ‘무역상에 의한 간접 수출은 약사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근거로 법원에 식약처의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및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식약처 처분 무효 판결을 내려 메디톡신 등 5개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국내외 판매를 정상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당시 메디톡스 측은 소송 과정에서 “2003년 대법원 판결을 참조하면 간접 수출은 약사법 적용 대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며 “메디톡스와는 별개인 무역상이 약사법이나 형사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항변했다.

식약처가&nbsp;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용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식품‧의료기기‧화장품 등 품목에서 허위‧과대광고 여부를 조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br>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툴리눔 톡신 간접수출 과정에 위법 사안이 있다면서 업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럼에도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휴젤(보툴렉스)과 ㈜파마리서치바이오(리엔톡스)에 대해서도 메디톡스와 유사한 방식으로 보툴리눔 톡신 간접수출을 했다고 지적하면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휴젤 측도 서울행정법원에 ‘제조판매 중지명령’ ‘회수폐기 명령’ 등 식약처 행정 처분에 대한 취소 및 집행정지를 접수했고, 주장이 인용돼 식약처 행정처분 효력이 일시 정지됐다. 식약처는 이러한 판결에 불복하고 항고를 했으나,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휴젤 역시 현재 보툴렉스 제품을 정상적으로 국내외에 유통하고 있다.

결국 메디톡스에 이어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간접수출과 관련해 법원은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준 셈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았다면서 법리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주장한다.

동일한 사례로 반복적인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는 식약처가 보툴리눔 톡신 업계에서 톡신 제제를 해외로 수출하는 방식 가운데 간접수출을 국내 판매로 간주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보툴리눔 톡신의 간접수출이 불법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도매상 및 수출대행업체를 통해 수출이 이뤄지는 방식이 ‘국내 유통’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정현철 식약처 바이오생국 바이오의약품정책과장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수출에 대한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설명했다. 정 과장의 설명에 따르면 간접 수출이 합법적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의 경우에는 제약사가 직접 수출하거나, 수출 의약품을 대행업체 ‘수여’해 대형업체가 전량 수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제약바이오 기업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보툴리눔 톡신을 무역업체 등 수출 대행업자에게 전량 ‘판매’하고, 이 대행업자가 전량 수출하는 행위는 약사법 제47조 및 제53조 모두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쟁점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가 도매상이나 수출대행업체를 통해 간접수출이 이뤄지는 방식에 대한 시각의 차이다.

식약처에서는 제약바이오 회사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간접수출 할 때 대행업체로부터 물품의 대금을 받는다면 이를 ‘국내 판매’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며, 합법적인 절차는 대행업체로부터 수출 대행 수수료를 받고 의약품을 ‘무상으로 양도’해 수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도매상이나 수출대행업체를 거치는 물품은 전량 수출돼 이 과정을 국내 판매가 아닌 수출의 일부로 봐야한다고 항변한다.

손지훈 휴젤 대표는 지난 2월 간담회를 통해 “간접 수출을 국내 매출로 본다면 신생 바이오 벤처 기업들의 존립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아직 해외 진출 경로를 모색하지 못한 기업들 대부분이 약사법을 위반하며 운영되고 있다고 간주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툴리눔 톡신 간접수출과 관련한 메디톡스와 식약처의 논쟁은 최근 본안 소송이 시작됐다. 메디톡스가 소송에서 식약처를 상대로 어떠한 결과를 받아드는 지에 따라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식약처에서는 메디톡스나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외에도 보툴리눔 톡신을 해외로 수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간접수출 방식에서 ‘국내 판매’로 간주되는 등 법을 위반한 사안이 발견될 경우에는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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