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건물에서 출근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건물에서 출근하던 중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두 자녀 경북대 의대 편입 특혜 의혹과 아들의 논문 참여 및 병역 의혹 등에 대해 해명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맹공을 펼쳤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정호영 후보자는 파도 파도 마르지 않는 의혹의 화수분”이라며 “어제는 해명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상식으로는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변명만 늘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윤석열 당선인이 '부정의 팩트(사실관계)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40년 친구를 엄호했다. 대선 당시 본인과 부인 그리고 장모 의혹, 일명 본부장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한 태도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 민주당 의원들 검찰 수사 의지 지적

민주당은 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조국 사태’ 당시 검찰의 수사를 비교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윤 비대위원장은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당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지금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통해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벌이지 않았느냐”며 “소녀의 일기장까지 압수하던 잔혹하고 무자비한 공정의 잣대는 어디로 사라졌냐”고 직격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같은 날 “조 전 장관은 팩트가 있어서 70여 곳을 압수수색했냐”며 “수사도 하지 않고 팩트가 없다고 하는 것은 (윤 당선인의) 친구니까 수사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들린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고민정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정 후보자의 기자회견은)시간 벌기를 위한 면피성 회견이었다”며 ”지금 필요한 건 지명철회다. 그 이후에는 (윤 당선인이 조국 사태 당시) 검찰총장 때 했던 것처럼 직접 수사를 지시해야 할 사항이다”고 윤 당선인의 결단을 촉구했다.

정 후보자와 조국 전 장관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현근택 변호사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 후보자를 조국 전 장관하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조 전 장관이 아들과 딸들을 서울대 로스쿨에 편입하거나 입학시켰으면 모르겠다. (조국 사태는) 서울대에서 세미나에 참석했느냐 여부가 이슈였다. 의대에 입학하는 것과 세미나 초청장은 비교할 수 없다”고 사안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 국민의힘 내부서도 “직접 사퇴해야”

국민의힘 측에서도 윤 당선인의 인선에 반발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 회의에서 “국민이 가진 보편적 상식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일들이 정 후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일어났다”며 “거취를 직접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들과 정 후보자의 설명으로 볼 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는 달리 위법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해충돌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적극적인 위법 행위는 하지 않았더라도 자녀의 편입 과정과 정 후보자의 걸어온 길을 보면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서 바라볼 때 쉽게 납득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 억울하더라도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고 정 후보자의 결단을 요구했다. 그는 “자식들 의대 편입에 정 후보자의 사회적 자산이 작용했을 수가 있고 그 부분은 국민들 눈높이에서 볼 때는 불공정한 것”이라며 “제가 생각할 때 해법은 본인이 자진사퇴하고 대신에 철저하게 수사 요청을 해서 결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 후보자는 전날 자회견에서 “자녀 문제에 있어 저의 지위를 이용한 어떤 부당한 행위도 없었고 가능하지도 않았다”며 “의대 편입이나 병역 처리 과정은 최대한 공정성이 담보되는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객관적인 자료로 드러나는 결과에 있어서도 공정성을 의심할 대목이 없다. 저는 검증을 위한 객관적인 조사를 요청드린다”고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주요 쟁점이 된 자녀의 경북대병원 자원봉사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굳이 청탁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아들 논문 참여는 자료 검색과 번역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저자로 인정을 받았으며, 자신은 담당 교수와 친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학사편입 특혜 논란, 아들의 병역 등급 판정 논란, 자신의 미국 친목 출장 등의 의혹을 모두 부인한 것이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측의 자료에 따르면 정 후보자 딸 정모 씨의 경북대 의대 편입 시험 당시 구술평가에서 만점을 준 교수 가운데 2명이 정 후보자와 최근까지 35편의 논문을 공저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아들에게 만점에서 1점 모자란 점수를 준 교수 한 명은 정 후보자와 14편의 논문을 함께 쓴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윤 당선인,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윤 당선인,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당선인, 지명 철회 없을 듯

윤 당선인 측은 청문회에서 직접 검증받겠다는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정 후보자가 국민 앞에서 본인께서 모든 걸 열고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셨다. 교육부 감사, 병원 재검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면 수사까지 스스로 의뢰하겠다고 했다”며 “법적으로 보장된 청문회 자리를 통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합한 적임자인지 판단해 달라”고 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교육부 감사를 받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 (자녀) 병역 문제도 국회가 지정하면 거기 가서 신체검사를 받겠다고 했다”며 “뭘 더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안 좋다. 그만두세요’라고 당선인이 얘기해야 되느냐”며 “복지부 장관이 되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만두겠다는 것 아니냐. 법적 책임까지 지겠다는 것인데, 그것을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또한 조국 사태와의 비교에 대해 “조국 전 장관과 비슷한 게 있으면 얘기해 봐라. 뭐를 조작하고 위조했느냐. ’프레임’이 아니라 ‘부정의 팩트’가 뭐가 있느냐”고 당선인의 말을 인용했다.

윤 당선인의 지명 철회 의지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인수위와 국민의힘 내부에서 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추가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실제 사실관계를 떠나서 청와대 입성도 전에 ‘조국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이 상황을 고집할 필요가 있겠냐”며 “청문회에서 중간에 낙마하는 것보다는 정 후보자가 결단을 내려주시면 좋겠다”고 의중을 표했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확대되기 전에 사퇴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의 의지가 굳건한 만큼 4월 말 청문회까지 사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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