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정 후보자의 ‘사퇴론’이 힘을 받는 상황에서 ‘지켜보겠다’던 윤 당선인 측의 발언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19일 서울 중구 통의동 인수위 일일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와 관련해 “법적인 책임을 넘어 도덕성까지 한 차원 높은 차원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사안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언론, 국민과 함께 지켜보고 있단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배 대변인은 “40년 지기라는 표현이 여러 곳에서 인용 보도되는 것을 많이 봤다”며 “각자 서울과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검사, 의사 등 각자의 바쁜 전문 분야에서 활동해온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자도 지기라는 표현이 민망하다는 말씀을 했는데, 40년 지기라는 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가 ‘친분 관계’로 규정되는 것에 선을 그은 것이다.

‘40년 지기’는 그간 윤 당선인과 정 후보자의 관계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수사였다. 내각 인선의 기준을 ‘실력’과 ‘능력’이라고 자평한 윤 당선인의 말과는 달리 정치권 안팎에선 ‘개인적 친분’이 작용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실제로 정 후보자 역시 한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을 향해 ‘한결같은 친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의 의혹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민주당이 ‘친구 구하기’라고 비판한 것도 이러한 관계를 바탕에 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에 대한 마음의 ‘결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부정의 팩트’를 거론하며 정 후보자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 당내서도 ‘자진 사퇴’ 목소리 분출

민주당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정 후보자의 ‘사퇴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도 윤 당선인의 고심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의혹의 진위는 차치하더라도 이번 사안이 당장 국민적 잣대와는 어긋난다는 점은 당의 우려를 확산시키는 대목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정 후보자에 대한 ‘사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날 정 후보자에 대한 ‘거취 결단’을 촉구한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사안이 위법했나 안 했나가 국민의 기준은 아니고, 이해충돌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식과 멀다고 판단하는 게 국민의 상식”이라며 “정 후보자가 결단해 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전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사안을 판단할 때는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며 “억울하더라도 자진 사퇴하는 게 맞다”고 힘을 보탰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한 라디오에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때 나로 인해 여러 가지 장애가 될 거 같다고 한다면 본인 스스로 용기를 내 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도 이러한 비판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아시다시피 다양한 말씀들이 나오고 있다”며 “거기에 대해 당선인이 ‘이런 말 했으면 좋겠다, 안 했으면 좋겠다’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허무한 얘기지만 계속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에 마련된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자녀들 문제에 대해 단 한 건도 불법이나 도덕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 요구와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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