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이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너일가 2세 오진 전 부회장은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안국약품
안국약품이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너일가 2세 어진(사진) 전 부회장은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안국약품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안국약품과 오너일가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국약품은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이후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오너일가는 창업주인 고(故) 어준선 명예회장이 별세하고 오너일가 2세 어진 전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는 등 뒤숭숭하기만 하다.

◇ 실적 개선 이룬 안국약품… 어진 전 부회장은 실형 선고

최근 공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952억원의 매출액과 28억원의 영업이익, 2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25.2% 증가하고 영업손익 및 당기순손식은 흑자전환한 실적이다.

안국약품의 이 같은 실적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먼저, 최근 이어졌던 실적 부진을 끊었다는 점이다. 안국약품은 2015년 2,000억원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었던 연간 매출액이 2020년 1,400억원대까지 떨어지며 뒷걸음질 쳤다. 또한 2020년 6,000여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하더니 지난해에는 10억원으로 그 규모가 커진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매출 증가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모습이다.

이 같은 실적은 특히 창사 이래 첫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안국약품은 지난 3월 고 어준선 명예회장과 장남 어진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인 원덕권 사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안국약품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것은 고 어준선 명예회장이 1969년 안국약품을 인수한 이래 53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처럼 모처럼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나가고 있는 안국약품과 달리 오너일가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어진 전 부회장은 지난 17일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어진 전 부회장은 2016년과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없이 직원들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한 혐의로 2019년 9월 구속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다만, 어진 전 부회장의 나이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에 어진 전 부회장 측은 즉각 항소하며 대응에 나선 상태다. 

어진 전 부회장은 이 뿐 아니라 90억원대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당분간 ‘사법리스크’가 지속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고 어준선 명예회장은 지난 4일 별세했다. 어진 전 부회장 입장에선 오너일가로서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셈이다. 아울러 그는 부친이 남긴 적잖은 지분의 상속 문제라는 까다로운 현안도 마주하게 됐다. 고 어준선 명예회장이 보유 중이던 안국약품 지분은 20.53%다.

이처럼 안국약품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어진 전 부회장이 최종적으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향후 경영 복귀는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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