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국민의힘은 헌법 정신의 훼손이라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이다. /뉴시스
법원이 2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국민의힘은 헌법 정신의 훼손이라면서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법원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청한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국민의힘이 다시 격랑에 휘말렸다. 사실상 지도부 공백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26일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신청과 관련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주호영 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라고 결정했다. 사실상 이번 비대위 전환의 근거가 된 ‘비상 상황’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비대위 설치 및 비대위원장 임명 요건인 ‘비상 상황’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 사건 기록 등을 종합해 보면 국민의힘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해야 할 정도의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은 국민의힘이 비상 상황의 근거로 강조한 ‘최고위 기능 상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최고위원 중 일부가 사퇴하더라도 남은 최고위원들로 최고위 운영이 가능하므로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일부 최고위원의 사퇴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상임전국위 의결 당시 사퇴하거나 사퇴 의사를 표명한 최고위원은 4명이므로 전국위원회에서 한 명만 선출하면 사유가 해소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 주면서 국민의힘은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조속한 당 안정화’라는 구상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되면서 당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당장 주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정당의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하고 규정하는 것은 정당 자치라는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 비대위원장 공백 메우기 고심

혼돈에 빠진 국민의힘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국민의힘은 즉각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법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아울러 오는 27일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이번 사안에 대한 대책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법원의 판단은 ‘비대위 자체의 무효’는 아니라고 보고 있는 만큼, 일단 주 위원장의 공백을 메우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번 가처분 결정 내용을 보면 비대위 자체를 부정은 안 했다”며 “비대위는 존속하고 비대위원들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론 권성동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 방식이 언급된다. 송 부대표는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당헌·당규에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로서의 지휘와 권한을 가진다고 돼 있으니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의 직무대행을 맞는 게 타당한 게 아니냐는 다수 전문가와 당 내부의 결정이 있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당헌·당규라든지 결정문 내용을 검토해서 절차를 거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태 수습에 당력을 총집중하는 모습이지만,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새어 나오며 혼란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당장 이번 비대위의 ‘존속 여부’ 해석을 둘러싸고 당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대표를 맡은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 부대변인은 “가처분 결정의 핵심은 법원에서 절차 하자를 넘어 내용상 하자까지 인정한 사실”이라며 “주호영 비대위는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당 지도부의 견해와는 다른 입장을 표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초래한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라며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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