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대통령실에서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400여명의 직원 중 80여명을 교체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적어도 10월까지는 이같은 인적 개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10여일에 불과한 현재, 대통령실의 중폭 개편이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예상보다 커진 인적 쇄신의 폭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29일)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소속 비서관 2명이 동시에 사의를 표했다. 또 같은날 시민사회수석실은 인사위원회를 열고 임헌조 시민소통비서관을 면직하기로 결정했다. 시민사회수석실의 비서관 1인도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정무·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10명 이상이 면직 또는 권고사직 형태로 책상을 비웠다. 

당초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고 홍보수석이 바뀌었다. 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보강한다는 소식도 있었다. 하지만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최근 취재진과 만나 “조직은 필요에 따라 계속 바뀌는,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발언한 것처럼, 대통령실의 인적 개편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정무수석실의 경우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이 사퇴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정무수석실 비서관 3자리 중 2자리가 동시에 비는 전례 없는 상황인 셈이다. 또 정무수석실에서는 지난주 선임행정관과 행정관 3명이 권고사직 처리된 바 있다. 이들 중 한 인사는 외부 인사와 부적절한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인적 쇄신 이전부터 정무라인 교체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진복 정무수석 교체설도 나올 정도였다. 이에 정무수석실의 변화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결과로 당이 혼란에 빠지는 등, 여권 내홍의 책임을 정무라인에 물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간 정무라인이 국회와 소통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민사회수석실에서 인사위가 열린 것은 내부 문건 유출 때문이었다. 지난달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및 시위 입체 분석’이라는 제목의 대통령실 내부 문건이 시민단체 쪽으로 흘러간 적이 있다. 해당 문건을 유출한 당사자는 이미 해임된 상태다. 이에 더해 대통령실은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인사위를 열고 임 비서관에 대해 관리 책임을 물었다. 

이외에도 부적절한 외부 접촉, 인사 개입 등의 기강·비위 문제로 대통령실을 떠난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내부 업무점검 및 감찰이 이어지는 동안 10명 이상의 인원들이 면직, 권고사직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것이다. 

◇ 10월까지 대통령실 인적 쇄신 지속 전망

이런 칼바람은 10월까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가 있을 수 없다”며 수석급 교체 가능성도 시사했다. 현재 대통령실은 약 420명 가량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 중 20%에 해당하는 80명을 집중 점검 대상으로 선정해 직무 평가와 감찰을 후 교체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30일로 출범한 지 113일 밖에 지나지 않은 대통령실이 어째서 이같은 인적 쇄신을 단행하는 것일까.

현재 교체가 고려되는 직원 중 다수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줄임말, 정치권에서 추천) 출신이라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 규모를 350여명 안팎으로 줄이고, ‘늘공’(‘늘 공무원’의 줄임말, 부처 등에서 파견된 직업 공무원을 뜻함)을 중심으로 채우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대통령실 직원은 윤 대통령이 지시한 것보다 늘어난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에 들어간 ‘어공’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의원들의 추천을 받은 인사가 많은데, 이들을 정리하고자 칼을 빼들었다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대통령실에서 짐을 뺀 비서관·행정관급 인사 중에서는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실에 입직한 이들이 많다는 소식도 흘러나온다. 

또 서초동(검찰)에서 온 이들이 주류가 되면서 윤핵관 라인이 정리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사 참사에 직접 책임이 있는 법무비서관, 인사비서관, 내부감찰에 책임이 있는 공직기강비서관 등 검찰 출신 ‘육상시’에 대한 문책이나 경질은 언급도 안 됐다”고 꼬집은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외에도 그간 존재감이 옅었던 김 실장이 대통령실 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출신 인사들을 정리한다는 관측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출범 100일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실이 인적 개편을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사람을 잘못 뽑았다는 의미”라며 “대통령실이 정말로 변화하려면 빈자리에 어떤 인사를 앉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빈자리를 채우는 후속 인선을 통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을 엿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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