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루그룹의 3세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노루홀딩스 주가가 급등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최근 노루그룹의 3세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노루홀딩스 주가가 급등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노루그룹을 향해 오너가 3세 남매간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구체적인 분쟁 양상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노루그룹이 실제 ‘남매의 난’ 국면을 맞게 될지, 기존의 후계구도가 그대로 유지되며 남매간 분쟁이 ‘설’에 그치게 될지 주목된다.

◇ 한원석 전무 입지 탄탄한데… 누나 지분 확대에 주가 ‘들썩’

노루그룹의 지주사인 노루홀딩스는 이달 들어 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만1,0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가 지난 6일 1만5,250원에 장을 마친 것이다. 이날 주가는 장중 한때 1만6,0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가 상승의 요인을 사업적인 측면에서 찾긴 어렵다. 노루페인트를 주축으로 한 노루그룹의 실적이 전반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최근 사업과 관련해 특별한 이슈는 없었다. 실제 같은 기간 노루페인트 주가는 잠잠한 흐름을 보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노루홀딩스의 주가를 들썩이게 만든 요인으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꼽는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지분 변화 흐름을 시장이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엔 오너일가 3세 한경원 노루서울디자인스튜디오 실장이 있다. 한영재 노루그룹 회장의 장녀인 한경원 실장은 올해 들어 노루홀딩스 지분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에도 중순부터 말까지 연일 주식을 사들였다. 바로 이러한 움직임이 이달 들어 주가를 상승시킨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경원 실장이 노루홀딩스 지분을 처음 취득한 시점은 2016년 6월이며, 그 규모는 0.04%에 불과했다. 이후 별다른 지분 변동이 없다가 지난해 8월과 10월 지분을 0.11%까지 소폭 확대시켰다. 본격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은 올해 6월부터다. 6월 중순부터 7월 말까지 줄기차게 주식을 사들이며 지분을 1.13%까지 늘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어 8월 하순에도 0.5%의 지분을 추가했다. 이로써 한경원 실장은 현재 노루홀딩스 지분 1.61%를 보유 중이다.

주목할 점은 노루그룹의 3세 후계구도에서 중심을 잡아온 인물이 한경원 실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루그룹은 한영재 회장의 장남인 한원석 노루홀딩스 전무가 일찌감치 3세 후계자로서의 행보를 이어온 바 있다. 한경원 실장에게는 남동생이다.

1986년생으로 아직 30대인 한원석 전무는 2014년 노루그룹에 입사해 단기간에 임원 자리를 꿰찼다. 또한 현재 무려 11개 계열사에서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지분에 있어서도 후계자로서 입지가 뚜렷하다. 본인이 직접 보유 중인 지분은 3.75%지만, 사실상의 개인회사인 디아이티를 통해서도 4.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직간접적인 지분이 8%를 훌쩍 넘는다. 이는 30.57%의 지분으로 노루홀딩스 최대주주 지위에 올라있는 한영재 회장의 뒤를 잇는 2대 주주에 해당한다. 특히 디아이티가 보유 중인 지분은 지난 5월 한영재 회장으로부터 사들인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처럼 한원석 전무는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지분 보유 현황 상으로도 3세 후계자로서의 입지가 확고하다. 이런 가운데, 후계구도에서 밀려나있던 한경원 실장이 적극적으로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불거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가가 들썩이는 현 상황이 다소 지나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원석 전무의 입지가 단단한데다, 한경원 실장의 지분이 여전히 후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노루그룹 측도 한경원 실장의 지분 매입이 단순투자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특히 한경원 실장이 지분을 적극 늘리기 시작한 시점도 시장의 눈길을 끈다. 한경원 실장은 디아이티가 한영재 회장의 지분을 사들인 직후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

유사한 사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후계구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던 인물들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사례는 앞서도 숱하게 존재한다. 심지어 외부세력과 손을 잡고 가족과 대립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노루그룹의 후계구도를 향한 시각과 설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관건은 한경원 실장의 행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상승한 이후에도 지분 확대 움직임이 이어진다면, 경영권 분쟁설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노루그룹이 실제 ‘남매의 난’에 휩싸이게 될지, 시장의 ‘과민반응’ 해프닝으로 막을 내리게 될지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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