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공매시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권’ 보다 ‘국세 체납’ 우선 순위인 점 악용
전문가 "입법화 과정 거쳐 임대인 체납세금 정보 공개 대상‧범위 등 결정해야"

부동산업계는 임대차계약 전 임대인의 체납세금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시스
부동산업계는 임대차계약 전 임대인의 체납세금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깡통전세’로 인한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체납세금을 악용한 임대인들의 전세사기 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전세사기 피해 방지 방안’을 발표한 국토부는 지난 14일 전국 전세가율 통계를 공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수도권 읍·면·동 1,369개 지역 중 319개 지역의 빌라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1년 동안 80.1%를 기록했던 전국 빌라 전세가율은 최근 3개월(6월~8월) 간에는 83.1%까지 상승했다. 같은시점 서울은 77.3%에서 81.2%로 올랐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로 부동산 업계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 할 위험이 있는 ‘깡통전세’로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깡통전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전세가율 정보를 대대적으로 공개하자 부동산업계는 일부 악성임대인이 체납세금을 악용한 전세사기로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업계는 임차인들이 임대차계약시 임대인의 정보를 보다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집주인 ‘국세 체납’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권’보다 우선시 되는 점 악용

체납세금을 통한 전세사기는 ‘전세보증금 반환 청구권’ 보다 ‘국세 체납’이 우선인 점을 악용한 사기다.

사기수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개인사업자인 임대인 A씨는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 체납액이 1억원을 넘게 되자 자신의 재산을 모두 가족명의로 돌린다.

이후 A씨는 2억원짜리 오피스텔을 구입한 뒤 이전 소유자로부터 소유권 이전을 받고 전세를 내놓았고 임차인 B씨와 신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다. 

임대차계약 후 해당 오피스텔로 이사한 B씨는 수개월 뒤 느닷없이 법원으로부터 이 오피스텔이 부동산 권리침해 사항(세금 체납)으로 경매에 넘어갔다는 ‘압류장’을 받게 된다.  

이 사례는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보다 ‘국세 체납’이 우선인 점을 악용한 전세사기다. 현행 국세기본법은 ‘국세·가산금 또는 체납 처분비는 다른 공과금 기타의 채권에 우선해 징수한다’고 규정한다. 

이로인해 B씨가 전입신고·확정일자를 받았어도 A씨가 먼저 체납한 세금이 있어 집이 공매로 넘어가면 B씨의 보증금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즉 공매에 넘어간 집이 팔려도 A씨의 체납세금이 먼저 공제된다. 여기에 A씨가 지급하지 않은 직원급여, 은행 대출 등이 있다 B씨가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은 더욱 적어진다.

뿐만아니라 공매에 넘어간 오피스텔은 1억5,000만원을 초과해 ‘소액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소액임대차보호법’상 1억5,000만원 이하 주택은 공매에 넘어가도 임차인이 소액임대차보증금 5,000만원을 우선 돌려 받을 수 있다.

따라서 B씨는 자칫하면 단 한푼의 보증금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캠코는 전세계약 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국세완납증명서를 요구하라고 권고했다. /뉴시스
캠코는 전세계약 전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국세완납증명서를 요구할 것을 권고했다. /뉴시스

◇ 임대차계약 전 집주인에 국세‧지방세 납부증명서 요구해야

이같은 체납세금을 악용한 전세사기를 막으려면 집주인의 정보를 보다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

최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전세사기 예방 요령’을 발표하면서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전에 시세, 등기사항증명서, 미납세금 열람 등을 통해 전세가격 적정 여부, 계약상대방이 주택소유자 본인인지 여부, 선순위 권리관계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특히 계약 체결 전 미납국세 열람제도를 활용하거나 국세·지방세 납부증명서(완납증명)를 임대인에게 요구해 세금체납 현황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러한 과정이 어려울 때에는 반드시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보증금 미반환사고가 발생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보험회사가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임차인에게 지급하고 임차인을 대신해서 집주인으로부 보증금을 돌려 받는 방식의 보험상품이다.

◇ 전문가 “입법과정 거쳐 공개 대상 및 범위 등 결정해야”

하지만 임차인이 집주인의 체납세금 현황을 살펴보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현재 임차인이 국세‧지방세 납부증명서를 요구해도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어 집주인이 이를 무시하고 거부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일 ‘전세사기 피해 방지 방안’을 발표하면서 임대인이 계약 전 임대인의 세금 체납 사실이나 선순위 권리관계 등의 정보를 임차인에게 의무 제공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요청할 경우’로 한정했다. 

즉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자세히 모르는 사회초년생‧청년 등의 임차인은 임대인의 체납 세금 현황을 모른 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소리다.

또 이번 대책에는 집주인이 체납세금 현황 등의 정보 공개를 거절할 때 제재하는 내용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 한국도시연구소 관계자는 “임대인의 체납세금 악용 사기를 막으려면 임대인의 체납세금 현황 등의 정보를 계약 과정 중 사전에 의무 제공하도록 정부가 못박으며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나아가서 그동안 발생한 각종 전세사기는 과대책정한 보증금 때문”이라며 “정부는 임대인들이 임차인을 상대로 일정 금액 이상 보증금을 책정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고액체납 임대인은 체납세금 정보를 임대차계약 과정에서 반드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개인정보와 관련해 위헌소지가 있을 수 있다. 고액체납 정보 공개는 체납 범위와 공개 수준 등이 법률로 정해졌기에 가능하나 고액체납자가 아닌 임대인의 단순 체납 정보 공개는 민감한 개인정보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입법화 과정을 거쳐 임대인의 체납세금 정보 공개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며 “이 과정에서 공개 대상에 속하는 체납세금 규모, 범위 등을 세분화해 논의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국토부 ‘전국 전세가율·보증사고·경매낙찰 통계 정보 제공’ 발표 / 국토교통부, 2022년 9월 14일 
- 전세가율 보증사고 경매 통계 / 국토교통부, 2022년 9월 14일 
-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 발표 / 국토교통부, 2022년 9월 1일 
- ‘주거분야 민생안정 방안’ 발표 / 국토교통부, 2022년 7월 20일 
- 전세사기 예방 요령 / 캠코, 2022년 6월 7 
https://www.kamco.or.kr/portal/bbs/view.do?mId=0701010000&bIdx=7725&ptIdx=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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