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규제지역 추가 해제 필요… 시장 상황 모니터링 후 위기 발생시 즉시 대응해야”

전국적으로 미분양주택이 증가하면서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시스
전국적으로 미분양주택이 증가하면서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가파른 금리인상 여파로 거래 절벽 및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늘기 시작한 미분양주택이 향후 시장 상황에 악재로 작용할지를 두고 정부‧업계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분양주택 증가로 인해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 국토부 통계 등 각종 지표, 미분양 주택 증가 경보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총 4만1,604호로 집계됐다. 이는 8월 3만2,722호와 비교해 27.1%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지방보다 더 큰 폭으로 미분양주택이 늘었는데 수도권 미분양주택은 8월 5,012호에서 9월 7,813호로 한 달 새 무려 55.9% 늘어났다.

서울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3일 서울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의하면 올 9월말 기준 서울의 미분양주택 수는 총 719가구로 8월 610가구 보다 17.9% 증가했다.

여기에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2년 만에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 9월 말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경기 안성시와 양주시를 10월 30일까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두 지역은 9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음에도 거래가 극심히 정체돼 HUG에 의해 미분양 관리지역에 포함됐다.

이처럼 각종 지표가 미분양주택 증가 경보를 발령하자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 상황을 적극 모니터링하면서 위기 발생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전문가 “규제지역 추가 해제 및 미분양 증가폭 큰 위기 지역 선별 지원 등 필요”

우병탁 신한은행 WM센터 부동산팀장은 “앞서 정부가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부분적으로 규제지역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분양주택 증가세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일부 서울‧수도권‧지방 지역 등은 미분양주택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계획했던 해제 지역 외 서울‧수도권 등의 규제지역을 추가 해제하는 것도 하나의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정부는 미분양주택이 폭증했던 금융위기(2007~2008년) 때와 비교해 현재 시장 상황이 아직 여유가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정부 주무부서가 현 시장 상황을 물론 모니터링하고 있겠지만 조금 더 꼼꼼히 체크해 적절한 시기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가격상승시기에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못했던 과거 문재인 정부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9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 현황/국토교통부
9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 현황/국토교통부

미분양 증가폭이 큰 위기 지역을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최근 중소형(전용면적 39㎡~49㎡) 및 대형(112㎡) 평형에는 수요자가 몰리지 않고 전용 면적 74·99㎡ 등에 수요자가 몰리는 등 청약시장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로 인해 미분양주택도 점점 쌓여만 가는 실정인데 최근 3년 간 경북, 울산, 전북 등 일부 지방에서는 미분양주택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경기‧인천은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주택이 늘고 있는 반면 서울‧수도권은 그나마 선방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효선 수석위원은 “미분양주택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도 물론 필요하지만 시장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뒤 “미분양주택 증가세의 가장 큰 원인은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사람들이 더 이상 집을 사지 않고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미분양주택 증가는 거래 절벽보다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따라서 정부가 미분양주택 증가 지역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취득세‧양도세 감면, 저금리 금융지원 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역시 현 미분양주택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금리인상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앞서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해제, 청약제도 개선, 1세대1주택자 대출한도 확대 등을 발표하면서 미분양주택 증가와 관련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대부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 미분양주택 증가 추세 등 현재 시장 상황은 그 어느 것 보다도 가파른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뒤이어 “민간 분야에서는 미분양주택 증가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10월 공급 예정분을 11월로 미루는 등 공급 시기 조절에 들어갔다”며 “특히 내년에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나마 입지가 좋아 경쟁력 있는 물량은 연말로 공급시기를 미룬 반면 이외 물량은 내년으로 공급 시기를 늦춘 상황”이라고 알렸다. 

아울러 “금리 및 분양가격 인상 여파로 수요자들의 가격민감도도 커져 청약시장은 입지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좀 더 예의주시하고 미분양 관리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등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위원은 현 미분양주택 증가 추세가 금융위기 때 보다 낮은 수준이나 질적인 부분에서는 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수석위원은 “금융위기 때 발생한 미분양주택 16만호와 비교하면 현재 미분양주택은 약 4만호 정도로 절대치로만 봤을 때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허나 미분양주택 증가폭은 지금이 훨씬 가파르다. 또 현재 늘고 있는 미분양주택은 과거에 비해 훨씬 악성”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나서기로 했는데 상황을 봐서 추가 해제에 나서야 한다”며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 세제지원은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먼저 미분양 증가폭이 큰 지역, 수도권 외곽 등의 규제지역을 선별해 추가 해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전국 지자체로부터 15일 간격으로 미분양주택 현황을 집계하기로 했다./뉴시스
국토부가 전국 지자체로부터 15일 간격으로 미분양주택 현황을 집계하기로 했다./뉴시스

◇ 심각성 인지한 국토부, 전국 미분양 현황 집계 간격 15일로 축소 

정부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도 최근 미분양주택 현황 등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미분양주택 관련 통계 집계를 1개월 간격에서 15일 간격으로 집계해달라고 각 지자체에 요청했다”며 “그러나 미분양주택 통계는 기존처럼 한 달 마다 공표할 예정이고 15일 간격으로 조사한 자료는 국토부 내에서 자체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전국적으로 미분양주택이 늘고 있어 이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15일 간격으로 집계하려는 것”이라며 “다음달부터 15일 간격으로 집계된 자료를 분석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이달 중 주거정책심의회(주정심)를 열고 부동산 관련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때 다뤄질 구체적 내용이라던가 주정심 개최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 답변하기 어려운 점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9월 주택통계 발표
2022.10.31 국토교통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분양‧미분양 정보
2022.11.4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미분양관리지역 공고(9월)
2022.9.30 주택도시보증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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