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롯데렌탈은 지난 7일 3분기 잠정 영업실적을 공시했습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권정두 기자
롯데렌탈은 지난 7일 3분기 잠정 영업실적을 공시했습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7일, 코스피 상장사인 롯데렌탈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잠정) 실적’을 공시했습니다. 3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한 건데요. 앞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온 롯데렌탈은 이번에도 빼어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겁니다.

롯데렌탈의 당기순손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먼저, 롯데렌탈이 이번에 공시한 실적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롯데렌탈은 3분기 연결기준 7,176억원의 매출액과 9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대비 17.37%, 앞선 2분기 대비 4.94%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8.9%, 18.29% 증가한 건데요. 이로써 롯데렌탈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또 한 번 갈아치우게 됐습니다.

그런데 당기순손익 항목의 숫자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6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겁니다.

참고로 롯데렌탈은 롯데그룹 품에 안기기 직전인 2014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던 연간 매출액이 2019년 2조원을 돌파했고, 이후에도 △2020년 2조2,520억원 △2021년 2조4,226억원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흑자 기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이익 규모 또한 증가해왔죠.

당기순손익은 해당 기간의 모든 수익과 비용을 따져 산출하는 순수한 이익 또는 손실을 의미합니다. 영업손익은 매출액에서 영업비용을 뺀 것으로,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순익을 의미하는데요. 당기순손익은 여기에 영업외적으로 발생한 수익 및 비용까지 포함시킨 더 넓은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회사가 소유 중이던 부동산을 팔거나 소송으로 인해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또 이자나 법인세 등은 영업손익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당기순손익엔 반영됩니다.

따라서 롯데렌탈의 이번 실적은 본연의 사업, 즉 영업활동 측면에서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기순손익이 적자로 돌아섰다는 것은 다른 외부적 변수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쏘카입니다.

롯데렌탈의 적자전환과 쏘카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국내 카셰어링 업계 1위 쏘카와 렌터카 업계 1위 롯데렌탈의 관계는 굉장히 미묘합니다. 롯데렌탈이 카셰어링 업계 2위 그린카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경쟁관계에 놓여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롯데렌탈이 쏘카의 3대주주이기도 합니다. 적이자 아군인 셈이죠.

롯데렌탈이 쏘카의 손을 잡은 건 지난 3월입니다. 약 1,800억원을 투입해 13.9%의 지분을 인수했죠. 이는 카셰어링을 넘어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쏘카의 미래에 주목하고, 또 여러 시너지 효과를 노린 투자였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는 8개월 만에 분기 기준 순손실이란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투자가 이뤄진 이후 단행된 쏘카의 상장이 흥행에 실패하고, 상장 이후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 핵심 원인입니다.

롯데렌탈은 지난 3월 투자 당시 쏘카의 기업가치를 약 1조3,000억원으로 산정하고 주당 4만5,172원에 386만6,075주를 매입했는데요. 이후 지난 6월 상장 절차에 돌입한 쏘카는 투자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거품 논란과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강행했으나 공모가는 2만8,000원, 시가총액 기준 기업가치는 9,665억원에 그쳤습니다. 공모 규모 역시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들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행 열기는 냉랭했습니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8월 22일 상장한 쏘카는 주가도 무기력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상장한지 한 달여 만에 주가가 1만5,000원대까지 떨어진 겁니다. 쏘카의 주가는 현재도 1만6,000원대에 머무르고 있죠.

이런 가운데 롯데렌탈은 이번 3분기에 보유 중인 쏘카 주식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를 수행했습니다. 투자에 대한 중간평가를 한 거죠. 그 결과 500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판단했고, 이것이 당기순손익 산정에 반영되면서 적자를 낳게 됐습니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현재의 가치를 평가한 겁니다. 실제로 주식을 처분해 손실이 실현된 것은 아닙니다. 만약 향후 쏘카의 주가가 상승한다면, 그때는 순이익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쏘카에 대한 롯데렌탈의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졌고, 단순히 차익을 노린 투자도 아니었습니다. 비록 분기 기준 적자전환을 초래하긴 했으나, 쏘카에 대한 투자가 실패했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르고 시기상조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대수롭지 않은 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롯데렌탈의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상장한 롯데렌탈은 마찬가지로 주가 부진이 이어지며 고민이 깊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상장 당시 공모가가 5만9,000원이었는데, 최근 주가는 3만원 밑으로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롯데렌탈의 주가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그룹의 최대 당면과제 중 하나인 호텔롯데 상장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죠. 

야심차게 단행한 투자가 해당 기업의 주가 부진에 따른 손실로 이어지고, 가뜩이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자사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현 상황이 롯데렌탈 입장에선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어 보이네요.

 

근거자료 및 출처
롯데렌탈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잠정) 실적’ 공시
2022. 11. 7.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롯데렌탈 2022년 3분기 경영실적 IR 자료
2022. 11. 7. 롯데렌탈
롯데렌탈 및 쏘카 주가
2022. 11. 8. 현재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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