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와 나란히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해 경쟁구도를 형성했던 그린카가 이제는 크게 뒤처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린카
쏘카와 나란히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해 경쟁구도를 형성했던 그린카가 이제는 크게 뒤처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린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비슷한 시기 출범해 국내 카셰어링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며 이끌어온 쏘카와 그린카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슈퍼앱으로의 진화를 추구하며 최근 상장까지 마친 쏘카에 비해 그린카의 행보 및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다. 묘하게 얽힌 관계까지 더해져 양사(兩社)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 무색해진 ‘업계 1위’ 경쟁… 신사업 추진 속도 차이는 더욱 뚜렷

2011년 나란히 카셰어링 서비스를 선보인 쏘카와 그린카는 이후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시장의 가파른 성장을 함께 선도해왔다. 후발주자들의 가세도 있었지만, 사실상 시장을 양분해온 양사다.

출범 초기, 그리고 2010년대 중반 무렵까지만 해도 양사는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신경전까지 벌이는 등 치열한 경쟁 관계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쏘카가 압도적 1위, 그린카는 2위로 서열정리가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실, 카셰어링 업계는 그 특성상 업계 순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점유율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이용 형태가 워낙 다양한데다, 구체적인 데이터가 공개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양 사가 앞서 ‘업계 1위’ 타이틀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이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여러 지표들을 종합해보면 전반적인 업계 현황을 확인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먼저, 운영 중인 차량대수 및 대여존은 숫자다. 쏘카는 현재 1만9,000여대 안팎의 차량과 4,700여개의 쏘카존을 운영 중이다. 그린카는 차량대수 1만1,000여대, 그린존 3,20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쏘카는 투자설명서를 통해 자사의 점유율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두 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먼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스탯티스타가 추산한 국내 카셰어링 시장 전체 규모에 각 사의 매출액을 단순 대입하는 방식의 지표다. 여기서 쏘카는 2021년 기준 40.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그린카는 8.9%에 그쳤다. 다만, 기타가 49.9%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실제 점유율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지표다.

두 번째는 현대카드 결제액을 기준으로 분석한 점유율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쏘카는 78.56%, 그린카는 18.16%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쏘카 측은 실제 결제된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해당 지표의 정확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그린카 측은 모바일인덱스에서 집계하는 DAU(일간활성사용자수)를 기반으로 자사 점유율이 32.8%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DAU 및 MAU(월간활성사용자수) 지표의 경우 단순히 앱에 접속한 숫자만 집계한다는 점에서 실제 카셰어링 이용 수치와는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아울러 해당 집계에서도 쏘카는 줄곧 그린카의 2배가 훌쩍 넘는 수치를 기록해오고 있다.

정부 당국 차원에서의 분석 결과는 쏘카의 점유율이 훨씬 더 압도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의 딜카 인수를 승인하면서 쏘카의 카셰어링 시장 점유율이 88.4%에 달한다고 봤다. 그린카는 11%였다.

쏘카와 그린카의 엇갈린 행보는 본업인 카셰어링 사업에서의 성장세에 그치지 않는다. 사업 확장 및 대외 위상 측면에서는 더욱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쏘카는 자회사 VCNC를 통해 모빌리티 서비스인 ‘타다’를 선보이는 등 관련 사업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록 타다가 여러 논란 끝에 애초 선보였던 사업을 종료했고 쏘카가 보유 중인 VCNC 지분도 크게 줄어들었지만, 이후에도 쏘카는 모두의 주차장(주차플랫폼)과 일레클(전기 공유자전거)을 인수하는 등 슈퍼앱으로의 진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쏘카는 쏘카앱을 통해 차량 대여는 물론 각종 연계 교통수단과 심지어 숙박시설까지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슈퍼앱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자율주행 및 FMS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쏘카는 최근 상장을 마치며 코스피 상장사로 거듭났다. 물론 투자시장 여건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기업 가치를 기대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흥행에도 실패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향후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중요한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린카 역시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한편 모빌리티 얼라이언스 플랫폼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지난해 비대면 방문 세차 예약 서비스인 ‘세차클링’을 론칭했고, 각 부문 사업파트너와의 제휴를 통해 중장기 사업 협력을 추진하며 이용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다만, 신사업 추진의 적극성이나 진척 정도가 쏘카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린카의 이러한 행보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독자행보를 걷고 있는 쏘카와 달리 대기업 품에 안겨있는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린카는 2013년 당시 KT렌탈(현 롯데렌탈)이 경영권을 확보하며 대기업 울타리 안에 들어갔다. 이어 2015년 롯데그룹이 KT렌탈을 인수하고, 롯데렌탈이 나머지 지분까지 모두 확보하면서 그린카는 롯데렌탈의 100% 자회사가 됐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지속될 경우 이미 상당히 벌어진 쏘카와의 간극이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쏘카는 슈퍼앱으로의 도약을 통해 본연인 카셰어링 부문에서의 입지도 한층 탄탄하게 다질 가능성이 높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카셰어링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쏘카의 독주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편, 쏘카와 그린카의 향후 행보는 양 사의 묘하게 얽힌 관계로 인해 더욱 주목을 끈다. 그린카의 모기업인 롯데렌탈은 올해 3월 쏘카에 1,800억원을 투자하며 단숨에 3대주주 자리를 꿰찼다. 현재 이재웅 쏘카 창업자의 SOQRI(18.74%) 그리고 SK(17.94%)에 이어 11.8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즉 쏘카와 그린카만 놓고 보면, 업계 최대 라이벌임과 동시에 나란히 롯데렌탈을 주요주주 또는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묘한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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