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과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자금 경색을 우려한 롯데건설이 계열사로부터 1조원 가량의 자금을 수혈 받았다.

9일 롯데건설은 ‘특수관계인의 유상증자 참여’ 공시를 통해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로부터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총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전했다.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이 출자한 금액은 각각 861억3,600만원, 875억7,800만원이며 출자 후 호텔롯데의 지분율은 43.35%, 롯데케미칼은 44.07%로 변동됐다.

앞서 지난 10월 18일 롯데건설은 이사회를 열고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당시 롯데건설 측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부동산 경기 침체의 우려 속에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며 유상증자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8일 롯데건설은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3,000억원을 단기차입했다고 공시했다. 계약체결일은 9일 기준이며 자금용도는 ‘운영자금’이다. 이자율은 7.65%가 적용되며 상환일은 2023년 2월 8일이다.

단기차입금과 관련해 롯데건설은 “당사는 본건 차입과 관련하여 당사 소유 부동산 등 담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단기차입금 3,000억원은 롯데건설의 직전사업연도말 자기자본 2조5622억원 대비 11.71%에 속하는 규모다.

롯데건설은 지난 10월 20일에도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단기차입했다. 상환일은 내년 1월 18일이며 이자율은 6.39%가 적용된다. 당시에도 롯데건설은 자금용도에 대해 ‘운영자금’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은 약 한 달 동안 총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롯데건설이 이처럼 단기간 내 운영자금 조달에 나선 것을 두고 업계는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자금 경색에 따른 조치로 해석했다.

지난 10월 21일 한국신용평가는 의견 보고서를 통해 “강원도의 레고랜드 지급금 지급의무 불이행 사태 이후 PF 유동화시장의 경색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차질이 건설사들의 유동성 리스크와 신용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금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들의 유동화증권 규모가 큰 가운데 (신용평가등급)BBB급 건설사와 차환 예정 PF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등의 금액이 과중한 A급 건설사들의 경우 현재 금융시장 내에서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부연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금리인상과 원자재가격 상승 여파로 힘든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자금 경색까지 더해지면서 건설업계는 현재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중소형 건설사들은 더욱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중소형 건설사에 비해 그나마 튼튼한 대형건설사인 롯데건설 마저 수 차례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것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여기에 최근 몇몇 일부 건설사들이 부도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증권가 찌라시 마저 돌면서 시장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졌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0월 23일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 등 정부 주무부처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에도 시장 내 불안감이 가시지 않자 지난 4일 국토교통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에 포함된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사업자 대출보증 5조원 확대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