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불확실성 대응하면서 시장에 긍정적 반응… 이른 시기 발표하지 못한 점 아쉬워”
동부건설 공사비 미지급 새로운 변수 작용 우려… 지역 하도급업체 6곳 도산 위기 가능

지난달 말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중도공사 회생신청 결정 이후 채권 시장에 혼란이 발생했다. /뉴시스
지난달 말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중도공사 회생신청 결정 이후 채권 시장에 혼란이 발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경색 등 채권 시장 내 혼란이 발생하자 정부가 최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0조원+α’ 규모의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발표 후 혼란은 다소 가라앉는 추세지만 시장 내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추진 중인 금융회사 등을 상대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과 추가 대책 검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김진태 강원도지사 발언 이후 산불처럼 번진 ‘레고랜드 사태’

지난 2012년 강원도는 춘천에 위치한 ‘중도’라는 섬에 레고랜드를 만들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인 강원중도개발공사(이하 ‘중도공사’)를 설립했다.

중도공사의 지분구조(작년 12월말 기준)는 강원도 44.02%, 멀린엔터테인먼츠그룹홀딩스 리미트 22.54%, 자기주식 19.64%, 한국고용정보 9.02%, 기타 금융기관 1.85% 등으로 구성됐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개장 시기를 당초 2015년으로 목표 삼았으나 공사 도중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이 중도에서 발견되면서 개장은 2020년 5월 5일에서야 이뤄졌다.

이 기간 동안 사업비는 계속 불어났고 중도공사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조달에 나섰다. 이때 자금조달이 난항을 겪자 강원도는 중도공사에 지급보증을 서줬고 중도공사는 결국 2,050억원 규모의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발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6월 김진태 전 의원이 신임 강원도지사에 선출되면서 상황은 변곡점을 맞이했다. 김진태 지사는 채권 만기를 하루 앞둔 9월 28일 중도공사를 법원에 회생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즉 중도공사가 보유한 자산을 우선 매각해 2,050억원의 채무를 갚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금액은 강원도가 상환하겠다는 것이다.

김진태 지사의 발언은 채권 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 시장이 국가기관급 신용도를 갖춘 강원도가 보증을 섰음에도 대신 채무를 상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시장 내 혼란은 들불 번지듯 퍼져나갔다. 우선 지난 5일 2,050억원 규모의 ABCP 관련 SPC인 아이원제일차가 최종 부도처리됐다. 

또한 레고랜드 관련 ABCP를 각각 수백억원씩 보유한 신한투자증권·IBK투자증권·대신증권 등 증권사 10곳과 멀티에셋자산운용에도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됐다.

채권 시장 내에서는 국가기관에 준할 정도의 신용도를 갖춘 공기업 등에 대해서도 신용을 불신하게 됐고 결국 신용등급 AAA급인 한국전력공사, 부산교통공사 등의 공기업들은 채권 발행에 실패했다.

아울러 이같은 신용 불신은 국고채 시장으로까지 번져 투자자들은 일제히 국고채를 손절 매도하기 시작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시장 혼란이 커지자 김진태 지사는 지난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늦어도 오는 2023년 1월 29일까지 보증 채무 상환을 이행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어 상황의 심각성을 판단한 정부는 23일 비상거시경제회의를 열고 ‘50조원+α’ 규모의 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정부가 발표한 시장 안정화 대책을 두고 전문가 대부분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 일부 전문가는 정부 대책 발표 시기가 늦었고 임시방편에 속한다며 이견을 보였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 시장 등의 혼란이 정부 대책 발표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뉴시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 시장 등의 혼란이 정부 대책 발표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뉴시스

◇ 황세운 선임연구위원 “정부 대책 긍정적… 강원도, 2,025억원 채무 상환 가능성 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레고랜드 사태가 수습국면에 들어갈 것이 명확해 보인다”며 “거기다 강원도가 채무상환 책임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전환한 만큼 강원도가 2025억원의 채무를 모두 상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대책을 환영했다.

이어 “이번 대책은 유동성 경색인 상황에서 정부가 공급에 나서겠다는 조치로 해석돼 채권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심리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50조원+α’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그렇다고 대규모 대책도 아니다”라며 “정부는 모든 시장과 자금조달 시효 전부를 커버칠 수 없다. 투자심리 경색 등으로 막힌 곳을 뚫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정부가 발표한 ‘50조원+α’ 지원 대책은 유의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이 단기자금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금리인상 속도 조절은 한은이 가진 정책적 권한”이라며 “한은은 인플레이션 통제를 최우선 순위로 보고 있어 0.25%가 아닌 0.5%(전망치)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11월 0.5% 또는 0.7%의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예정인데 한은도 이에 맞춰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며 “향후 한은의 금리인상 폭이 어떻든 간에 이는 단기자금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김준수 연구원 “김진태 강원도지사 중도공사 회생 결정 때 정부 대책 나왔어야” 

김준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정책당국이 금번에 꺼낸 시장 안정화 대책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 아래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내용 자체도 채안펀드, 보증지원 등 패키지성 지원 방안이 포함돼 시장 기대 보다 많은 부분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번 대책은 적절한 시기를 놓쳐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정책당국이 최소 2주 전 발표했어야 했다. 최고의 효과를 보려면 지난달 김진태 강원도지사 발표 때 정책당국이 즉시 개입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김준수 연구원은 현재 시장 내 여러 변수로 인해 정부 대책의 효과가 미진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은 금융회사들이 ‘북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마감)’을 얼마 앞둔 시점”이라며 “매월 11월 중순부터 12월까지 ‘북클로징’이 시작되는데 이때 금융회사들은 돈이 돌지 않는다. 게다가 이 시기 CP(기업어음) 등 단기자금 만기가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현재 시장에서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추진 중인 증권사‧캐피탈 회사 등을 싸잡아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향후 추가적인 자금 조달난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때문에 아무 문제없는 사업장들도 자금 경색이 올 수 있는데 이 경우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의 효력이 빛 바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준수 연구원은 한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도 주문했다. 

그는 “현재 시장 내에서는 한은이 SPV(CP 매입기구) 운영, 적격담보증권 발행 등 2개 정책을 가동할 수도 있다는 예기가 나오고 있다”며 “이들 2개의 정책은 최종 보스격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추후 시장에서 적신호가 발생한다면 한은은 적어도 구두개입이라도 해서 시장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의 금리인상 전망‧영향에 대해선 “한은이 11월말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0.5%p가 아닌 0.25%p로 조절하면 시장에서는 금리안정에 따른 국고채금리 하락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허나 이럴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게 이는 곧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현 통화정책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레고랜드 사태‘ 관련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뉴시스
지난 2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레고랜드 사태‘ 관련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뉴시스

◇ 이은형 연구위원 “정부 대책으로 시장에서 ‘블랙 스완’ 없을 것”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PF 관련 대출기준 강화 또는 시중의 회사채 매입 등의 지원인데 특히 후자로 인해 ‘건설업 위기‧폭락론’ 같은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누구나 알고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위험은 ‘블랙 스완’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블랙 스완’은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발간한 저서 ‘검은 백조(Black Swan)’에서 등장하는 용어로, 일어날 가능성이 극도로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전혀 예상치 못한 충격과 파급 효과를 가진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01년 미국의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이에 속한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시장이 불안정하면 기관 등이 보유 중인 채권‧주식을 투매하면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진다”며 “이때 정부나 (권한있는) 공공기관은 ‘더 이상 문제는 없다’는 신호를 앞장서서 시장에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감안하면 정부의 이번 시장 안정화 대책은 불확실성 대응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지금 상황을 정부가 나서서 더 큰 문제 또는 위기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라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정부의 보증 지원 대상이 이미 사업 진행 중인 부동산 PF 등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며 “이후 신규 사업을 추진하려는 부동산 PF는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 대출을 받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가령 HUG(주택도시공사) 보증지원 등 적어도 현재 진행 중인 아파트 분양사업장 정도는 설령 사업자가 부도나도 거기에 계약금‧중도금을 넣은 일반인들은 피해 없이 입주토록 보장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지원 방향”이라며 “따라서 건설업계 등이 요구하는 적극적‧전면적 지원은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봐야한다. 특히 민간사업장에 대한 지원은 더 적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 동부건설·하청업체 공사비 미지급 ‘레고랜드 사태’ 또 다른 뇌관되나?

중도공사 회생신청 이후 과거 레고랜드 기반시설공사를 담당했던 건설사와 하도급업체가 현재까지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해 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중도공사는 지난 2020년 9월 24일 기존 시공사였던 STX건설과 계약해지 후 중도 내 레고랜드 기반시설공사를 완료하고자 같은해 12월 동부건설과 신규 계약했다.

동부건설은 올해 9월 26~27일 이틀 동안 중도공사로부터 준공검사 비용 등을 청구해 수령했다. 그러나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중도공사를 법원에 회생절차 신청하면서 준공대가 약 136억원은 현재까지도 받지 못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강원도가 중도공사에 대해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준공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급기한인 이달 10일에도 돈이 들어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각종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힘든 상황에 남은 준공대가까지 지급 받지 못해 타격이 큰 상황”이라며 “우리 같은 건설사는 어찌어찌 버티겠으나 공사를 함께 한 지역 하도급업체 6곳은 심각할 경우 도산 위기까지 겪을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5일 오전 8시부터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강원도청 앞에 모여 공사대금 지급 촉구 집회를 열었다”며 “강원도는 도의적 차원에서 준공대가를 지급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현재까지 강원도로부터 전달받은 구체적인 지급 방안은 없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회사와 중도공사간 계약으로 강원도가 준공대가를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으나 이번 사태가 중도공사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원도가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개최 / 기획재정부 2022년 10월 23일

https://www.moef.go.kr/nw/nes/detailNesDtaView.do?searchBbsId1=MOSFBBS_000000000028&searchNttId1=MOSF_000000000061528&menuNo=4010100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김준수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 연구원 인터뷰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동부건설 관계자 인터뷰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