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 “업체별 실적 및 재무건전성 등 중점 점검 후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으로 변경”

부동산 PF 발 신용위기 우려로 롯데건설 등 건설사 3곳의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 뉴시스
부동산 PF 발 신용위기 우려로 롯데건설 등 건설사 3곳의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발 신용위기 우려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향후 부동산 경기 둔화 심화로 부동산 PF 부실우려가 증대될 시 PF-ABCP(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 증권사, 취약업종 CP(기업어음) 발행 및 차환 여건이 재차 악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ABCP 및 증권사 CP에 대한 높은 수준의 신용경계감 지속, 연내 만기도래분에 대한 차환리스크 등으로 CP시장이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CP시장 불안이 지난 과거 코로나 사태 이후 CP발행을 늘린 증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의 유동성 사정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RP(환매조건부 채권), CP, 단기사채 등 단기시장성자금 차입 의존도가 높음에 따라 CP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RP시장 등으로 자금수요가 이전돼 RP시장의 수급여건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처럼 금융권에서 부동산 PF발 신용위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업평가는 일부 국내 건설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부정적(Negative)’로 하향조정했다.

지난 21일 한국기업평가(KR) 는 ‘건설업 단기등급 정기평가 결과’ 보고서를 통해 그간 ‘안정적(stable)’이었던 롯데건설(시공능력 8위, A+), 태영건설(17위, A), 한신공영(25위, BBB+)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모두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단기 신용등급 정기평가 과정에서 업체별 실적, 재무안정성 수준, 사업환경 저하, 자금시장 경색 국면에서 유동성 대응 능력 등을 중점 점검한 결과 롯데건설‧태영건설‧한신공영 등 3개 건설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신공영을 뺀 롯데건설‧태영건설은 올해 하반기 단기자금 시장 경색에 따른 PF우발채무 리스크 확대가 등급전망 하향조정 트리거로 작용했으나 보다 핵심적인 근거는 본원적인 사업경쟁력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으로 요약된다”고 부연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기준 롯데건설의 부동산 PF 우발채무 규모는 5조8,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4배 가량 증가했다. 같은기간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2조4,000억원으로 6배 늘었다. 

우발채무는 현재 채무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가까운 미래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큰 채무를 뜻한다.

한국기업평가는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의 등급전망 변경 사유에 대해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 하강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높아진 공사비 부담으로 인한 제한적인 수익성 개선여력, 주택사업 진행과 분양성과에 연계된 높은 운전자본 변동성 등을 감안하면 중기적으로 차입부담 완화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당초 예상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롯데건설의 경우 “PF우발채무에서 미착공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5.4%로 사업위험이 높은 수준”이라며 “외형 성장과 이익 확보를 위한 공격적 수주정책이 롯데건설의 사업안정성‧유동성 대응력을 저하시키는 수준까지 이른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수주 및 사업 관리 능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영건설에 대해선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자금조달 환경 악화와 사업성 저하 등으로 인한 손실 발생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PF우발채무 부담이 이전과 비교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기 불확실성‧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단기적인 차환 위험 통제 및 보증부담 현실화시 원활한 유동성 대응 여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신공영에는 “이익 규모 축소로 영업현금흐름(OCF)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체사업 관련 토지매입으로 운전자본부담이 확대되고 착공 현장 증가로 영업부채가 증가해 올해 9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228.5%를 기록하는 등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원가 부담 상승 추세, 자체사업 토지대 부담 등을 감안하면 한신공영이 단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부동산 PF 시장 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최근 공개했다.

지난 21일 기획재정부 등 정부 관계기관이 합동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 회사채‧CP매입 프로그랩(16조원), 부동산 PF 보증(15조원), 증권사 보증 PF-ABCP 매입(1조8,000억원) 등을 적극 집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시장 안정이 필요할 시에는 대출 적격담보증권 확대 등 한은의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실시하고 시장상황을 살펴 규모와 기간 등을 조정하기로 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금융안정보고서(2022년 12월)
2022.12.22 한국은행
[건설업 단기등급 정기평가 결과] PF와 분양침체의 이중고, 재무부담 확대 전망
2022.12.21 한국기업평가
2023년 경제정책방향
2022.12.21 기획재정부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