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위해 지어진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놀이시설이 금융위기의 대명사로 지목됐다. /뉴시스
어린이들을 위해 지어진 강원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놀이시설이 금융위기의 대명사로 지목됐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강원도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자금 경색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사태를 촉발시킨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물론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윤석열 정부의 책임론도 거론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자금조달시장이 완전히 꽉 막혀버린 상태가 됐다. 정부는 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한 거냐”며 “’무능∙무책임∙무대책’ 정말 3무 정권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다. 감사원은 강원도의 조치에 대해서는 왜 감사하지 않는 거냐. 그리고 검찰, 경찰은 이것을 왜 수사하지 않느냐. 감사원, 검찰, 경찰의 불공정성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에는 수수방관한 추경호 부총리 등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크다”며 “자본시장의 핵심은 타이밍과 신뢰인데 정부는 모두를 놓쳐버렸다. 추 부총리는 ‘강원도 문제는 강원도가 대응해야 한다’라며 뒷짐만 지고 있었다. 2주 넘게 허송세월 한 것이다. 이러니 이번 사태를 ‘방화범은 김진태 지사, 방조범은 윤석열 정부’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여권의 질타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이제는 우리가 집권하고 도정을 맡으면서 나쁜 것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으면 좋겠다”며 “강원도가 채무 이행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이행 발표로 불신을 키웠다”고 김 지사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5일 본인의 SNS에 “1997년 IMF위기는 그해 1월 한보그룹 부도에서 시작했다. 레고랜드 부도가 촉발한 금융 불안의 끝이 어디일지 우리는 모른다”며 “대통령과 정부, 한국은행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악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IMF위기 때 겪었던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안철수 의원 또한 같은 날 YTN 라디오에서 “지자체가 큰 문제가 처음에 일어났을 때 혼자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사전에 중앙정부나 금융당국과 충분하게 논의해서 같이 풀어가려고 했으면,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여러 가지 국가적인 금융정책이나 통화정책으로 어느 정도 대비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중앙정부에서도 (지방정부의) 문제에 대해서 다 보고 있으니, 미리 알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러면 지방정부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거기에 대한 조치나 조언을 해 줄 수도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Q. 레고랜드 사태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A. 지난 2012년 강원도는 춘천 중도에 레고랜드를 조성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설립했습니다. 공사 과정에서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 발견, 코로나19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고 개장이 늦어지면서 공사 비용이 늘어났습니다. 강원도의 지급보증으로 강원중도개발공사는 2,05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 강원중도개발공사가 2,050억원 중 400억원 정도를 갚기가 쉽지 않다고 김진태 지사에게 보고 했습니다. 김 지사는 9월 28일 전임지사의 책임을 물어 지급보증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강원중도개발공사는 10월 5일 최종 부도처리 됐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라고 불리고 있지만, 사실상 레고랜드의 문제로 일어난 일은 아닌 셈입니다. 강원도 춘천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허영 의원은 기자들을 향해 “간곡히 호소드리는데 이번 김진태 지사로부터 촉발된 금융위기를 ‘레고랜드발 금융위기’로 지칭하지 말아달라”며 “춘천 레고랜드는 잘 운영되고 있다. 1,700명이 고용되어 일하고 있고, 그 중 700명이 강원도민이다. 앞으로 600~700명 도민이 더 채용될 예정이었다. ‘김진태 도지사발 금융위기’로 명명해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 윤석열 정부 경제참사 김진태 사태 자금시장 위기 대응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 윤석열 정부 경제참사 김진태 사태 자금시장 위기 대응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Q. 이번 강원도의 지급보증 거부가 왜 문제가 되나요?

A. 한양대학교 이정환 경제금융학 교수는 “부동산 개발을 위해서는 누군가 지급보증을 해줘야 자금조달이 된다. 지급보증 기관은 강원도 같은 지자체이기도 하고, 건설사 같은 기업이기도 하다. 많은 경우는 증권사들이다”며 “그런데 단기로 빌리면 낮은 금리로 원활하게 빌릴 수 있기 때문에 3개월 만기로 돈을 빌려서 부동산 수익이 날때까지 차환을 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강원도 같은 지자체는 가장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지급보증 기관이다. 그런데 지자체, 기업, 증권사 중 가장 공신력 있는 지자체도 지급보증을 못한다고 하니까 신뢰가 깨지면서 차환이 아니라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갑작스럽게 큰 돈을 상환하면서 부도 위기에 직면한다. 하지만 부도보다 더 위험한 것은 부동산PF 시장 자체의 마비다. 지금 시장이 마비됐다고 우려하는 것이 그런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Q. 강원도의 일인데 왜 중앙정부가 비판 받고 있나요?

A.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회사채 시장 여파에 대한 질문을 받고 “현재 회사채 단기 자금 시장에서 정상적인 기업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시장 안정 조처를 하고 있다”며 “강원도 문제는 강원도가 대응을 해야 하고, 아직 그 여파가 확산될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겠다”고 안일한 대응을 한 바 있습니다.

사태가 전체 자금시장 경색 위기로 번지자 지난 23일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정부의 정책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Q.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나요?

A. 추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요인들은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가동하는 50조원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원,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한국증권금융의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시장과 대화하며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며 “은행채·한전채 문제도 일단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6개월 유예키로 했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 시장상황은 변하고, 모든 시장의 변화 가능성을 보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캐피탈 콜 조성이 결국 증권사와 시중은행들의 부담으로 이어져 오히려 자금시장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20일이 넘는 시간동안 사실상 방치된 후 나온 정정책이어서 금융계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Q. 야당에서는 어떤 요구를 하고 있나요?

A. 더불어민주당에선 정부의 대책마련과 함께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사퇴 요구도 나왔습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진태 지사는 이 와중에 베트남 출장을 떠났다. 사태를 책임질 생각 없이 해외로 도망친 것이다. 무책임의 끝판왕”이라며 “김 지사가 이런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다면 자신의 무지와 무책임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유승민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minyoo/posts/1831676767197539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안철수 인터뷰 (22.10.25/YTN)

https://radio.ytn.co.kr/program/?f=2&id=85755&page=1&s_mcd=0214&s_hcd=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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