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27일  취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됐습니다. 해당 법안은 ‘삼성생명법’으로 불릴만큼 이재용 삼성가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저격하는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재계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삼성생명법이 6년 간의 논의 끝에 통과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는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2020년 6월 각각 대표발의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습니다. 개정안은 은행, 상호저축은행 또는 금융투자업자 등 다른 금융업권과는 달리 보험회사만이 자산을 따질 때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보험사가 법이 정한 비율을 초과해 취득하거나 소유한 타회사 주식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Q. 보험업법에 왜 개정이 필요한가요?

A. 현재 보험업법은 제106조(자산운용의 방법 및 비율)를 통해 보험사가 다른 회사의 채권 또는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그 보유금액이 보험회사 총자산 혹은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도를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험업법감독규정 제5-10조(자산운용비율의 적용기준)의 별표를 통해 주식‧채권은 법 106조의 규정 적용 시 소유 금액의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다고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이 예외 조항으로 인해 자산운용의 적용 기준을 취득원가로 한다면 시가로 하는 것보다 법이 정합 비율인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에서 보유할 수 있는 주식‧채권의 양이 상당히 늘어납니다.

Q. 왜 삼성생명법이란 이름이 붙었나요?

A. 박용진 의원실은 “이 규정으로 이득보는 기업이 딱 한군데, 삼성이다. 사실상 삼성만을 위한 특혜로 기능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삼성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순으로 국민연금, 삼성생명, 삼성물산, 총수일가, 특수관계인들, 이외 기타인데, 삼성생명, 삼성물산, 총수일가의 지분이 삼성전자 전체의 20%가 넘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삼성생명은 총자산 약 281조원 중 30조원(10.9%) 가량, 삼성화재는 총자산 87조원 중 5조원(5.3%) 가량을 삼성전자 지분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보유할 수 있는 이유는 보험업법감독규정의 예외적용을 받아 62,000원 대의 시가가 1,071원의 취득원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Q. 정부는 이 예외조항에 문제를 느끼지 않나요?

A. 법안이 발의되던 2020년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의원은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을 상대로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총자산 3%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 없지만, 삼성생명은 8%(20~30조원)를 가지고 있는데 위법한 사항이 아니냐”고 질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은 전 금융위원장은 “지금은 원가로 계산하기 때문에 위법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삼성생명에 이 문제를 지적했고, 자발적 개선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 자발적인 개선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은 강제할 수단이 없으니 권고로 한 것이고 전체적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지난 10월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전영북 삼성생명 사장을 대신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호 삼성생명 부사장이 “이제까지 금융위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서를 공고 받거나, 요청 받은 사항이 없다”고 말해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질의한 박용진 의원이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시절부터 (금융위가) 삼성생명에 요구했다고 하는데 삼성생명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 금융위가 국회에 거짓말을 한 것이냐”고 질타했습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700만 삼성 주주 지킴이법!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Q. 삼성은 어떤 입장인가요?

A. 삼성은 지난 2020년부터 법이 개정 되면 삼성의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고, 공식적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권고를 받지도 않았기 때문에 대외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승호 삼성생명 부사장은 “개정안이 (삼성전자 지분) 매각 등을 야기할 수 있어 자산운용 효율성을 저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Q.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에 어떤 영향이 미치나요?

A.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시가 기준으로 총자산 3% 이상 계열사 지분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다면 삼성생명은 상당한 양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합니다. 매각에 따른 세금도 상당한 금액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울러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는데 유배당 계약자들의 보험료를 적지 않게 투입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주식을 매도한다면 이 유배당 계약자들에게 막대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지난 2010년 삼성생명 유배당보험 계약자 2,802명이 모여 삼성생명을 상대로 미지급 배당금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낸 바 있습니다. 삼성생명이 수십년간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를 굴려 수십조의 이익을 냈는데 이를 자산형성에 기여한 유배당보험 고객들과 나누지 않고 상장을 통해 주주들만 배당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은 향후 장기투자자산이 처분돼 이익이 실현되면 계약자배당을 받을 수도 있어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각했을 때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약 6조 가량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지배구조에 대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3일 오전 삼성생명법 토론회에서 새로운 출자규제 제도 설계를 제안하면서 “삼성생명을 계열분리하면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물산이 대부분 매입함으로써, 총수 이재용의 삼성전자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Q.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파급이 우려되지는 않나요?

A. 삼성생명이 24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처분한다면 시장에 혼란이 온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업법 개정안은 7년의 매각유예기간을 통해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21일 간담회를 통해 “해마다 3,4조가 시장으로 풀릴 텐데 7년이면 될지 걱정을 했지만, 지난 이건희 회장 지분 인수 과정에서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이 6개월 정도에 걸쳐 주식을 매각했을 때 시장에 문제가 없었던 것을 보면서 7년이면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매물로 나오는 자사주를 매입하면 실제 지분 변동은 미미하고, 삼성전자 700만 개미들과 기존 주주들의 가치재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생명법에 반론의 논거는 조금도 없다”며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문제가 뭔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 핵심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보유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보험계약자의 권익이 지금도 훼손되고 있다. 행정부가 할 일을 방기하고 있으니 국회가 행동해야 한다”고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 등과 반도체기업인 차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 등과 반도체기업인 차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Q. 민주당은 왜 지금 삼성을 저격하는 법안을 꺼냈나요?

A. 박용진 의원은 간담회에서 ‘반 대기업 정서로 국민을 갈라치기하려는 정치적 셈법이냐’ ‘민주당이 야당이 되니 재벌을 괴롭힌다’는 비판에 대해 “대기업을 갈라쳐서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대기업 건드린 국회의원이 이득 보는 일이 있겠냐. 저는 이 법안을 6년 반 동안 해왔다”며 “곧 국제회계기준 IFRS17이 적용된다. 국제회계기준에 맞는 투명한 회계는 보험업법이 투구하는 보험사 투자위험 최소화의 기본전제”라고 긴 시간이 걸린 법안임을 설명했습니다.

Q. IFRS17이 적용된다면 굳이 이 법이 필요한가요?

A. 2023년 1월 1일부터 새로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국제회계기준 IFRS17은 보험사의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 평가하는 것이 기본 골자입니다. 해당 법안이 도입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시가 평가하게 되므로 지금 논의되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비슷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지난 10일 한국회계기준원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것임을 전제로 현재의 RBC(지급여력비율)를 보완한 IFRS17 체계에서 해당 지분을 자본으로 분류해도 되는지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 지분을 단기 매도가능증권이 아닌 장기 보유증권으로 바꿔 회계상 자본으로 본다면 해당 지분을 팔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 같은 시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Q.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가요?

A. 보험업법 개정에 여야 대부분이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금융위원회 역시 법안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23일 토론회에서 “이 법이 국회에 처음 나온지 8년만에, 20대 국회 21대 국회에 들어서서도 2년이 훨씬 넘은 시점에 처음으로 법안심사소위에 상정을 해서 토론이 시작됐다”며 “국회 입법 역사상 삼성 측의 철벽수비가 어제 여야 의원의 공감 아래 뚫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이자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인 김종민 의원 또한 “법안을 토론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아마 국회에서 유례가 없을 것”이라며 “법안 자체의 요건에 대해서는 (여야 간)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여야를 막론하고 일각에서 보험업 특성상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를 반영하는 것이 경영 안정성을 해친다는 우려가 있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경제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19대, 20대 모두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한 삼성생명법이 법안소위는 통과한다고 해도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보험업법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보험업감독규정 [별표11] 자산운용비율의 적용기준 등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박용진의원 등 10인)

2020.06.16 의안정보시스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용우의원 등 14인)

2020.06.18 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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