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시아 순방을 다녀온 후 이틀 만인 18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했다. 순방을 떠나기 전날인 지난 10일이 도어스테핑 마지막이었으니 8일 만이다.

이날 도어스테핑에서는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한 질문이 다시 나왔고, 윤 대통령은 꽤나 길게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뭐가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대답하지 않았고, 결국 대통령실 관계자와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그간 있었던 외교 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순방 성과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또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용기에 특정 매체 기자들만 부른 데 대한 지적에 “거기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인 일이다. 제가 취재에 응한 것도 아니고”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전용기는) 공적인 공간이다”라는 기자의 지적에는 다른 질문을 하라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바로 다른 취재진이 ‘특정언론사 전용기 탑승 배제가 선택적 언론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을 하자 “자유롭게 비판하기를 바란다. 저는 언론의 또는 국민의 비판을 늘 다 받고, 마음 열려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다만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그런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MBC의 ‘이XX들’ 발언 보도는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가짜뉴스이며, 동맹 관계를 이간질한 것이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MBC 취재진을 태우지 않는 것은 헌법수호의 일환이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의 대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언론도 입법, 사법, 행정과 함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네 개의 기둥”이라며 “예를 들어서 사법부가 사실과 다른 그런 증거를 조작하고 해서 만약에 어떤 판결을 했다고 할 때 국민 여러분들께서 사법부는 독립기관이니까 거기에 대해서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하실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는 언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언론의 책임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더구나 그것이 국민들의 안전 보장과 관련되는 것일 때에는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언론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네 개의 기둥이지만, 잘못된 보도를 했을 때는 마음껏 비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MBC 기자의 “(MBC 보도가) 뭐가(어떤 것이) 악의적이냐”고 두 차례 질문은 무시됐다. 윤 대통령은 그대로 집무실로 올라갔다. 대통령실의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은 ‘들어가는 대통령 뒤에다 대고 질문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고성이 오갔다. 

MBC 기자가 “질문도 못 하나, 질문을 하라고 단상을 만들어놓은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지만, 이 비서관은 “보도를 잘 하라”고 지적했다. 해당 기자는 “아직도 군사정권인가. 이런 편협한 언론관이 문제다. 대통령과 기자들이 질의응답을 하는데 왜 끼어드냐”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왜 여론을 왜곡하느냐. 현장 분위기를 왜 이렇게 몰아가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일갈했지만 이 비서관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 

이날 도어스테핑 자리에는 계단 형식의 단상이 설치됐다. 대통령이 단상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사용한다. 원래대로면 대통령 앞에 기자들이 모여 있으면 뒤에 선 기자들이 대통령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단상에 올라가 대통령을 마주 볼 수 있도록 설치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뉴시스

다음은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전문이다. 

2022년 11월 18일 오전 9시 1분

장소 : 용산 대통령실 청사 로비 1층

※ 취재진이 서있는 자리에 계단식으로 구조물 설치, 뒤에 서 있어도 대통령 모습이 잘 보이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함. 

<모두발언>

여러분들, 오랜만입니다. 지난주 목요일날 출국 전에 여러분들 뵙고 이제 오늘 8일째인가요? 9일째인가 이렇게 됐죠. 거의 한 주 이상이 외교 주간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성원해 주신 덕분에 이런 연속되는 중요한 오랜 외교 행사를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는 우리가 준비해 온 인도태평양 전략의 기조를 발표하고 그리고 한국과 아세안의 연대 구상, 또 인도태평양 전략을 아세안 10개국에게 맞춤형으로 다시 정리한 그 연대 구상을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 다 아시다시피 한미일정상회담이 있었고. 한미일정상회담은 북핵에 대한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안보와 또 기후 보건과 같은 그런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3국이 함께 한다는 그런 선언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도 뭐 제가 생각하기에는 무난하게 잘 진행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고위 당국자들이 자주 만나고 소통을 해서 여러 가지 경제와 안보 현안에 대해서 서로 오해가 없도록 잘 소통하고 협력을 증진하기로 이렇게 했고. 또 시 주석은 공직자뿐만이 아니라 민간 분야까지, 민관으로 좀 자주 보는 게 좋겠다 이런 얘기가 있었고, 상호 저의 방중과 시 주석의 방한을 서로 초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관저에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의 방문이 있었고. 최고위급 회담과 또 빈 살만 왕세자와의 단독 회담도 어제 진행을 했습니다.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인프라, 방산, 원전 그리고 수소, 이런 다양한 분야의 어제 스무 개가 넘는 MOU(양해각서)가 체결이 됐고, 우리 K-콘텐츠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하여튼 포괄적인, 종합적인 이런 상호 협력과 사우디의 투자 그 계획이 어제 발표가 있었습니다. MOU에 관해서 상세한 내용들은 각 부처가 후속해서 여러분께 알려드릴 걸로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에는 루터 네덜란드 총리의 또 방문이 있었고 한국과 네덜란드 간 정상회담을 하고, ASLM 회장과 또 우리 삼성과 SK의 두 CEO하고 이렇게 환담도 하고 정상회담도 했습니다. 여러가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국, 네덜란드의 관계가 있습니다마는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반도체 분야에 있어서 상호 보완적인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게 협력을 하고 한국 정부와 네덜란드 정부는 이 상호 보완적인 반도체 산업을 서로 정부 차원에서 적극 밀어주는 것을 기본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오늘은 스페인 산체스 총리가 우리 용산 청사를 방문해서 정상회담을 갖게 되는데. 우리가 스페인과 수교한 이후에 G20 같은 다자회담을 제외하고는 스페인 총리가 한국에 방한해서 이렇게 양자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최초의 일입니다. 그리고 스페인도 지금 제가 나토 회의 때 가서 스페인 기업인들을 만나보니까 신재생에너지와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한국 진출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 부분은 벌써 세계적인 큰 기업들이 국내에 와서 여러 가지 타당성 조사를 하고 그러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하고 우리 한국 정부가 이런 민관 주도의 이런 경제 협력을 적극 지원해 줘야 하기 때문에 오늘 스페인과의 정상회담도 경제적으로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주일 여정이 좀 길어가지고. 제 발언이 좀 길었는데 질문이 있으시면 한두 개 받겠습니다.

<질의응답>

Q. 어제 관저에서 회담을 하셨는데 앞으로도 외빈 접견을 관저에서 하실 것인지, 그리고 빈 살만 왕세자하고 단독 환담을 하셨잖아요. 어떤 말씀 나눴는지 소개해 주세요.

A. 상대국 정상과 단독 환담한 얘기를 공개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하하하. 그리고 용산 청사와 관저 두 군데를 놓고 양쪽의 협의가 있어서 그 협의에 따른 것이고 관저가 지은 지가 54년이 됐습니다. 그래서 리모델링? 인테리어? 이런 걸 좀 했지만 외빈을 모시기에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마는 또 그 나름대로 국가 정상의 이런 개인적인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또 별도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어제 굉장히 기분 좋은 분위기에서 이루어졌고 다음에 이런 정상회담을 또 관저에서 할지는 그거는 또 그 상대측하고 협의를 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Q. 대통령님, 전용기에서 특정 기자들만 불러서 얘기하신 게 언론 길들이기다, 부적절한 비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글쎄 뭐 거기에 대해서는 제 개인적인 일입니다. 제가 취재에 응한 것도 아니고. 자 또. 

Q. (전용기는) 공적인 공간이었는데요.

A. 네 또 없으신가요?

Q. 대통령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순방 기간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습니다마는 특정언론사의 전용기 탑승 배제를 비롯해서 좀 논란도 있었습니다. 그런 선택적 언론관이라는 비판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데 그런 비판에 대해서 어떤 입장이신가요?

A. 자유롭게 비판하시기를 저는 바라고요. 저는 언론의 또는 국민들의 비판을 늘 다 받고 또 마음 열려 있습니다. 다만 MBC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그런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그건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언론도 입법, 사법, 행정과 함께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네 개의 기둥입니다. 예를 들어서 사법부가 사실과 다른 증거를 조작하고 해서 만약에 어떤 판결을 했다고 할 때 국민 여러분들께서 사법부는 독립기관이니까 거기에 대해서 문제 삼으면 안 된다고 하실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언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언론의 책임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것이 국민들의 이런 안전 보장과 관련되는 것일 때에는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Q. MBC가 뭘 악의적으로 했다는 거죠? 뭐가 악의적이에요?

A. (대답 없이 들어감)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와 MBC 기자의 설전이 벌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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