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애물단지였던 드릴십 매각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애물단지였던 드릴십 매각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삼성중공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드릴십을 처분하며 씁쓸한 짐을 내려놓게 됐다. 아울러 쏠쏠한 현금 유동성까지 확보하게 된 모습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산토리니(Santorini) 드릴십 1척을 이탈리아의 전문 시추선사인 사이펨(Saipem)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2,991억원이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오랜 세월 지녀왔던 애물단지를 털어냈다.

산토리니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의 ‘드릴십 잔혹사’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 8월 그리스 선사인 오션리그(OceanRig)로부터 해당 드릴십을 수주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선박은 오션리그 측 요청에 의해 세 차례에 걸쳐 인도 일정이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수주금액 규모가 증액됐고, 2억달러 상당의 선수금이 납부되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오션리그는 2018년 스위스의 세계 최대 해양 시추업체 트랜스오션으로 인수됐고, 트랜스오션은 2019년 오션리그가 발주했던 해당 드릴십과 또 다른 드릴십 등 2척에 대해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선수금까지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2010년대 초반 고유가로 해양플랜트 개발 붐이 일었다가 유가가 떨어지면서 발생한 일이다.

이후 삼성중공업은 트랜스오션과의 공방 끝에 선수금을 돌려주지 않고, 드릴십 소유권도 가져오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렇게 잔금을 받지 못한 채 완성된 드릴십은 재고로 방치되며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유가가 오르면서 드릴십을 처분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됐다. 이번에 매각된 산토리니 드릴십은 지난해 6월 사이펨과 용선계약을 먼저 체결한 바 있으며, 당시 계약에 포함됐던 매입옵션이 행사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산토리니 드릴십처럼 떠안고 있던 드릴십은 총 5척이다. 이 중 나머지 4척 중 2척은 이미 매각이 성사됐고, 2척 또한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잔혹사’를 털고 무거운 짐을 덜게 됐다. 아울러 총 1조원 이상에 달하는 현금 유동성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내년으로 목표하고 있는 흑자전환에 상당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매각으로 드릴십 경영부담을 해소하게 됐다”며 “추가 유동성을 확충하게 된 만큼 경영 정상화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삼성중공업 ‘유형자산 처분 결정’ 공시
2022. 12. 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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