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승겸 합참의장. /뉴시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승겸 합참의장.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우리 군은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으로 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뒤늦게 진입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에 야당은 군의 대응 실패와 입장 번복에 대해 공세에 나섰다. 

5일 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당시 한국 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 중 1대가 서울 용산의 비행금지구역(P-73)에 진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P-73은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 인근 3.7㎞ 구역으로, 용산구와 서초·동작·중구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

당초 군은 북한 무인기의 용산 침투 가능성에 대해 “탐지된 것이 없다”며 “은평구 등 서울 북부 지역만 침범했다”고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의 정밀조사 결과, 북 무인기가 대통령실 인근까지 정찰 활동을 하고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내용을 전날(4일) 이종섭 국방부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뒤늦게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무인기가 P-73 북쪽 끝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의 무인기 남하 당시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합참에서 보고한 비행궤적을 보니 은평, 종로, 동대문, 광진, 남산 일대까지 온 것 같다. 용산으로부터 반경 3.7㎞가 비행금지구역이다. 그 안을 통과했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으로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당시 우리 군은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북한의 무인기가 P-73을 통과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군의 체면이 깎이게 됐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비행금지구역에 북한 무인기가 들어왔다 나갔던 것이 사실이라면 완벽한 경호작전 실패”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또 이를 뒤늦게 확인한 군 방공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우리 군은 앞서 김 의원의 주장에 ‘강한 유감’이라고 반박했고, 뒤늦게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여러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대응책을 해야 하는데 너무나 안일하다. 경호처와 국방부가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자세에 너무나 우려가 크다”고 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북한 무인기에) 용산 대통령실이 찍혔는데 국방장관이 계속 거짓말을 하고, 대통령실 홍보수석도 거짓말을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4성 장군 출신인 김 의원이 국회에서 용산 대통령실이 찍혔다고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 드론이 우리 대통령실을 찍었다는 건데 왜 숨기느냐”고 질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