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기 시작했다. 북한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윤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 또한 강경해지고 있다. 11일 있었던 국방부 업무보고에서도 윤 대통령은 ‘압도적 대응’을 강조했다. 이날 국방부 업무보고 슬로건 역시 ‘힘에 의한 평화’였다. 심지어 마무리 발언에서는 ‘핵 보유’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오판이 심각한 전쟁상태로 가는 것을 우리는 역사상 많이 봐왔다”고 했다. 북한이 오판을 거듭할수록 전쟁 위험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에도 “확전 각오” “전쟁 준비” 등 직접 전쟁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침범 이후부터다. 무인기가 침범한 당일에는 “확전 각오 태세”로 대응하라고 했고, 사흘 뒤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난 1일엔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을 응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침략전쟁을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을 적극적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뜻을 재차 밝힌 셈이다. 

◇ ‘핵 보유’까지 언급했

마무리 발언에서도 윤 대통령의 강경 기조는 여전했다. 윤 대통령은 “도발에 대한 자위권 행사는 확고하게 한다. 그리고 거기에 대응, 똑같은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몇 배, 몇십 배의 수준으로 우리는 대응한다”고 했다. 이는 북한의 도발에 비례적 대응이 아닌 압도적 대응을 하겠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협에 대한 한미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언급하며 “이제 문제가 더 심각해져 가지고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오랜 시간이 안 걸려서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하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으로 공동 기획, 공동 실행 등을 선택한 이유를 밝힌 말이다. 최악의 상황이 올 것을 가정한 말이기도 하다. 또 이는 미국이 단순히 핵우산을 씌우는 것이 아니라, 북핵이 한미일 모두의 공동 위협이니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NPT 체제에 반하는 발언까지 하면서 ‘전쟁 불사’를 외친다면 북한과의 대화 국면은 5년 내내 조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한반도 긴장이 더해지는 결과만 낳을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는 이날 업무보고에 ‘북한 미사일 전 교란·파괴 개념 발전’ ‘북한 전 지역에 대한 파괴능력 확보’ 등을 언급했다. 이는 그간 공개적으로 언급을 꺼려왔던 대목이지만, 윤 대통령이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자 이같은 수위 높은 대응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런 조치를 통해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진다는 점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불필요한 게 아니지만, 강경한 대응으로 인해 접경 지역과 전방은 불안에 떨어야 한다. 이같은 지적에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례적 대응이 아닌 압도적 대응을 해야만 북한의 도발 의지를 원천적으로 꺾을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이는 업무보고에서 접경지역과 전방의 국지적인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기조가 북한의 도발을 잠재우거나 한반도의 평화를 불러오지 않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이 “상대방의 선의에 의한 평화는 가짜 평화” “종전선언이네 하는 평화에서 벗어나”라고 모두발언에서 언급한 것 역시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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