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 9일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핵심과제를 발표한 가운데,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부터 대립각을 이어오고 있는 정부와 노동계가 이번엔 노조 회계 문제를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다. 정부가 노조 회계공시시스템 구축을 올해 노동분야 핵심과제로 설정한 가운데, 양대노총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이번 업무보고에서 고용노동부는 가장 먼저 2023년을 공정과 법치의 노동개혁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법치 기반의 노동개혁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노동시장 불확실성에 선제적 대응 등을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첫 번째 중점과제인 노동개혁 부문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계획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해당 사안을 그만큼 시급하고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시작해 이달 말까지 예정돼있는 자율점검 기간을 차질 없이 운영하는 한편, 노조 회계감사원의 독립성·전문성 제고 등 회계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 시행령도 즉시 개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또한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도 3분기 구축을 목표로 추진하되, 노조의 자율적 공시를 유도하면서 공시 대상·항목·절차 등을 담은 입법안을 조속히 마련해 법제화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고용노동부는 △5대 불법·부조리 근절 △근로시간 제도 개선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이행 △산업안전 관계법령 정비 △상생형 임금체계 개편 △원하청 상생모델 확산 △외국인력의 유연한 활용 지원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노동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먼저, 한국노총은 업무보고가 이뤄진 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정식 장관의 선전포고에 한국노총은 당당하게 맞설 것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의 업무보고 내용을 정부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의 이번 업무보고가 노사 법치주의 확립이란 미명하에 그 칼날을 노조에 겨누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흡사 군사독재 시절 좌익세력 색출을 명분 삼아 법질서 확립을 내세우면서 노동운동을 탄압했던 50년 전 노동부 업무보고를 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의 이번 주요업무 추진계획은 법치주의를 내세워 노조를 부패 세력으로 몰아세우고 노조와는 사회적 대화조차 불필요하다는 선전포고”라며 “한국노총 역시 노동계를 사회적대화의 주체이자 동등한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때려잡아야 할 대상쯤으로 여기는 정부와 그 어떤 대화도 협조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역시 같은 날 ‘진짜 노동개혁,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흔들림 없는 전진… 민주노총이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청년세대를 내세워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정부의 노동개혁은 노동조합 무력화를 통해 더 많이 일 시키고, 임금은 하향평준화로 귀결되는 가짜 노동개혁, 노동개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한편 “현재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IMF 구제금융을 빌미로 파견법, 기간제법 등 법과 제도로 이를 만들고 양산한 정부와 기업에 있음에도 이를 조직된 노동자의 탓으로 돌리는 행위는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노동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등 재벌대기업과 경영계의 오랜 숙원을 민원 처리하듯 앞장서서 개악에 나서는 것은 앞으로 맞닥뜨릴 산업전환과 이에 대한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준비와 거리가 멀다”며 “민주노총이 이 가짜 개혁, 노동개악에 맞서 불평등 양극화를 해소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흔들림 없는 전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의 한 해 정책 추진방향의 나침반이 되는 업무보고부터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면서 노정갈등은 올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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