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을 집중 논의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발족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주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손질’을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중대재해 관련 기조를 본격 실행에 옮기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노동계의 반발이 불 보듯 빤할 것으로 예상돼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논의 본격화… 노동계 시선은 ‘싸늘’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을 집중 논의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TF는 학계를 중심으로 총 8명으로 구성됐으며, 산업안전법령(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형사법·경제법·산업안전보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5개월 간 중대재해처벌법 개선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의 이 같은 행보는 윤석열 정부 중대재해 관련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로드맵 마련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이에 고용노동부는 선진국 정책 사례를 검토하고 각 분야 전문가 및 노사 의견을 청취해 마련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위험성평가를 핵심수단으로 사전 예방체계 확립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 분야 집중 지원·관리 △참여와 협력을 통한 안전의식 및 문화 확산 △산업안전 거버넌스 재정비를 골자로 하며, 특히 규제와 처벌 중심에서 사전 예방 및 자율적 노력 중심으로 전환하는데 큰 특징이 있다. 또한 이를 위한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령 정비를 구체적인 핵심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어 지난 9일 이뤄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이행과 산업안전 관계 법령 정비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번에 발족한 TF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통해 제시한 중대재해처벌법령의 개선 방향인 처벌요건 명확화,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형사처벌 확행, 제재방식 개선, 체계 정비 등과 함께 지난 1년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추진현황과 한계 및 특성 등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논의·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기조에 대한 노동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위험성평가 등이 일부 강화된 측면이 있으나 작업중지 완화, 노동자 처벌 등 경영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안전보건규제 완화 내용이 곳곳에 박혀있고, 제5차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재탕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민주노총 역시 “노동자 참여 없는 사상누각의 자율안전 대책이자 기업 처벌과 감독은 완화하고 노동자 의무와 통제만 강화한 대책”이라고 평가하며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기업의 처벌을 완화하고, 노동자 생명안전을 내팽개치는 생명안전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동계에서는 특히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강화된 처벌이 반영된 양형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한 시점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시점을 고려했을 때 이에 따른 효과를 평가하기 시기상조라고 강조한다. 여기에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조목조목 비판·반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본격적인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움직임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대립각을 이어오고 있는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또 다른 민감한 쟁점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시행 1주년 만에 중대기로에 서게 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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