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새해 들어 금융권을 정조준하고 나선 가운데, 국내 상장 금융지주사들이 최근 일제히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21년 설립돼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내며 존재감을 키워왔던 ‘주주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가 또 한 번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겼다. 새해 들어 새롭게 시작한 캠페인이 금융권에 큰 변화의 물결을 몰고 온 모습이다. 이러한 물결이 오랜 기간 지속돼온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저평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얼라인 ‘행동’에 상장 금융지주사들 일제히 반응

최근 국내 상장 금융지주사들 사이에서는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된 행보에 앞다퉈 나서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전 대비 대폭 상향된 현금배당과 자사주 취득 및 소각 등을 줄줄이 결정 및 공시한 것이다.

상장 금융지주사들의 이 같은 일련의 행보를 촉발시킨 건 얼라인이다. 2021년 설립된 얼라인은 최근 국내에서 뚜렷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주주행동주의’의 대표주자로 곧장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시작한 본격적인 ‘행동’이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얼라인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SM엔터테인먼트 측과 대립각을 세운 끝에 승리했을 뿐 아니라, 오랜 기간 논란을 일으켜왔던 라이크기획과의 거래를 조기 종료시키는 성과를 남겼다. 올해 들어서는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SM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하기로 하며 국내 주주행동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등장과 함께 존재감을 높인 얼라인은 새해가 밝자마자 국내 상장 금융지주사들을 정조준하고 나선 바 있다.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JB금융지주·BNK금융지주·DGB금융지주 등 국내 모든 상장 금융지주사를 향해 극심한 저평가 문제를 제기하며 행동에 착수한 것이다.

당시 얼라인은 국내 상장 금융사들이 해외 유수 은행에 비견되는 자산건전성과 자본비율, 자기자본이익률을 갖췄음에도 비효율적인 자본배치와 부족한 주주환원으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심각한 저평가 속에서도 경쟁적으로 자산규모 성장만 추구한 탓에 자본배치정책이 비효율적이었고, 그 결과 주주환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그 원인을 진단했다.

얼라인은 해당 상장 금융지주사들에게 만족스러운 수준의 자본배치정책 및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공식 도입하거나, 이에 준하는 내용을 결의 및 공정공시할 것을 요구하며 2월 9일을 기한으로 못박았다. 이후에도 해당 캠페인과 관련해 공개 간담회를 진행하고, 주주제안을 사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저평가 및 주주가치 제고 문제가 해묵은 과제로 남아있던 상장 금융지주사들은 얼라인의 이러한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웠다. 얼라인이 제시한 기한을 앞두고 관련 결정 및 공시가 줄줄이 이뤄진 이유다.

얼라인은 상장 금융지주사들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특히 KB금융과 신한지주에 대해서는 크게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향후에도 주주가치 제고 노력 및 실행 여부를 지속 검토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얼라인은 국내 주주행동주의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을 긋게 됐다. 작지만 강한 주주의 힘을 앞세워 얼라인이 일으킨 물결이 금융지주사들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 해결에 이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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