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변경 당시 “한국 시장에 뿌리를 둔 국내 완성차 기업”
신차 개발·생산 모델 배정, 본사 협의 필요… ‘지사’ 한계도 존재
국산·수입 분류 기준 ‘생산지·통관 코드’… 르노코리아 ‘국산차’ 브랜드 분류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지난해 내수 판매 실적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부진에 대해 빈약한 라인업을 지적하고 있지만, 르노코리아는 올해도 신차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 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지난해 내수 판매 실적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부진에 대해 빈약한 라인업을 지적하고 있지만, 르노코리아는 올해도 신차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사진은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전경. / 르노코리아자동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부터 한국 시장에서 사용하던 ‘한국지엠’이라는 회사 명칭을 ‘GM 한국사업장’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쉐보레 브랜드의 수입차 정체성을 강화하고 나섰다. 그간 쉐보레에 씌워진 GM대우 시절의 국산차 이미지에서 정통 아메리칸 브랜드로 탈바꿈해 ’미국 태생’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쉐보레와 비슷한 형태인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여전히 ‘국산차’라는 타이틀을 강조하며 국내 시장의 마케팅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3월 삼성카드와 ‘삼성’ 브랜드 사용 기한 계약이 만료되면서 기존 사명 ‘르노삼성자동차’에서 ‘삼성’을 떼고 사명을 변경했다. 삼성카드도 보유하고 있던 르노코리아 지분 전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실상 ‘국산차’임을 강조할 수 있는 점이 희석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르노코리아가 ‘국산차’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르노코리아 주요 모델, 중앙연구소 주도 개발… 내년 신차도 국내 개발·생산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3월 “사명을 변경한 것은 르노그룹과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일원인 동시에 한국 시장에 뿌리를 둔 국내 완성차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담은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뿌리를 둔 국내 완성차 기업’이라고 말을 하는 이유는 전신인 삼성자동차의 명맥을 이어온다는 점도 있지만,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다수의 모델이 르노삼성자동차 시절 국내 중앙연구소 주도로 개발이 진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 모델 SM6·QM6·XM3(하이브리드 포함)·마스터까지 4종 가운데 수입 판매하는 르노 마스터를 제외한 3종 모델 전부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RTK, 구 중앙연구소)’에서 개발을 주도했다. 신차 3종의 개발 총 지휘자도 2015년 르노그룹 최초의 한국인 연구소장으로 발탁된 권상순 전 중앙연구소장(전 르노코리아 부사장)이다.

이렇게 개발된 신차 3종은 부산공장에서 생산돼 각각 르노 탈리스만(SM6), 콜레오스(QM6), 아르카나(XM3) 명칭으로 해외 시장에 수출되고 있다.

이러한 점이 르노코리아가 ‘국산차’라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에 유럽 시장에서 수입·판매하던 모델을 모두 정리하고, 국내에서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이뤄지는 모델만으로 라인업을 구성한 점도 르노코리아가 ‘국산차’라고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르노 그룹의 연구소 7개 가운데 차량을 A부터 Z까지 연구개발을 완수할 수 있는 연구소는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를 포함해 3곳(프랑스 파리·루마니아·한국)에 불과한 점도 의미가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가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 중인 승용 모델 3종 전부 국내에서 개발을 진행해 국내 생산, 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러한 점을 내세워 르노코리아 측에서는 국산차 브랜드임을 강조하고 있다. / 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가 현재 국내 시장에 판매 중인 승용 모델 3종 전부 국내에서 개발을 진행해 국내 생산, 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이러한 점을 내세워 르노코리아 측에서는 국산차 브랜드임을 강조하고 있다. / 르노코리아자동차

반면 르노의 ‘한국 지사’라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르노코리아는 국내에서 생산·수출하는 모델을 자체적으로 선정할 수 없으며 르노 본사에서 배정을 받아야 한다. 신차 연구개발도 본사와 협의를 통해 진행하는 만큼 르노코리아가 스스로 연구개발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올해는 르노 본사가 르노코리아 측에 신 모델 배정을 해주지 않아 신차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르노그룹이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기업 지리그룹(길리그룹) 산하 지리 오토모빌 홀딩스와 합작 개발 중인 중형급 친환경 하이브리드(HEV) SUV 신차 연구개발이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오는 2024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국내외에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즉 국내외에서 ‘르노’ 브랜드를 달고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 연구소에서 국내 연구진들이 개발작업에 참여해 국내 생산 및 판매가 이어지고 있으며, 엠블럼도 국내에서는 여전히 ‘태풍 마크’를 사용하는 만큼 ‘국산차’라고 할 수 있다는 게 르노코리아 측의 주장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사명을 변경할 당시 왜 ‘르노자동차코리아’가 아니라 ‘삼성’이 위치한 자리에 ‘코리아’를 넣어 르노코리아자동차로 결정했는지도 중요하다”며 “이는 회사가 추구하는 ‘국산차’의 아이덴티티를 더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르노 그룹 내에서도 르노코리아가 잘 하는, 한국 시장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중형차 이상의 연구개발 부문은 본사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르노 그룹 회장도 중형차 이상 모델의 연구개발·생산 거점으로 한국을 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고 투자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보험개발원에서도 르노코리아 차량을 ‘국산차’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통계 관점에서 국산차와 수입차를 나누는 기준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했는지, 해외공장에서 생산했는지 구분해 생산지별로 통관 코드가 부여된다”며 “이 기준에 따르면 르노코리아 차량은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만큼 국산차로 분류가 된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 역시 국산과 수입 기준을 나눌 때 생산 공장이 국내에 있는 경우 국산차로 분류를 한다. 국산차와 수입차는 자동차보험 요율에서도 차이를 보여 보험료가 다르게 책정되는데 르노코리아 차량은 국산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점이 존재한다. 또한 2024년 출시를 준비 중인 친환경 신차의 부품 국산화율을 현재 60% 정도인 QM6 수준 이상으로 목표치로 설정한 점도 ‘국산차’임을 강조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친환경 신차 개발에 대해 스테판 드블레드 르노코리아 사장도 지난해 4월 “우리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는 진정한 시작이 될 것”이라며 “르노코리아는 이번 신차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내수 및 수출용 신제품의 중요한 ‘시험의 장’인 한국 시장에 가장 적합한 차를 개발하고 수출 기회를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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