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임기 시작 하루 전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임명을 취소했다. 사진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 뉴시스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임기 시작 하루 전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임명을 취소했다. 사진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물러난 정순신 변호사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데에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백한 인사 실패”라며 “대통령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정 변호사를 윤석열 정부 첫 국수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이며, 특수통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 임명으로 경찰 내부 반발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으로 전학조치됐고 이에 불복해 소송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결국 정 변호사는 지난 25일 국수본부장 지원 철회 방식으로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임명을 취소했다. 임기 시작일이 26일이었던 만큼 임기 전 발령 취소를 한 것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6일 “현재 고위공직 후보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 합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자료, 세평을 통해 이뤄진다. 이번에는 본인이 아닌 자녀의 문제와 관련해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법적 검증 방안을 살피겠다고 했다. 이 대변인은 “후보자 검증을 위해 무리하게 (개인 정보) 자료를 수집하자는 건 아니다.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검증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학교 폭력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관련 부처에서 이와 관련한 근본 대책을 지금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학교 폭력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고, 또 앞서서 여러 번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제기됐다”며 “단순한 학교에서 폭력이 일어난 사건 자체보다는 전반적인 구조를 포함하고 그 이후 대응을 어떻게 하는가까지 포함해, 필요하면 회의를 개최해서 종합적인 방안을 여러분께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 검증 실패 지적에 “언론보도에 익명으로 나와서”

이같은 방안에도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 대통령실 개혁의 일환으로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인사검증의 초기 작업을 법무부로 이관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1년이 채 안된 기간 동안 낙마한 고위직 공무원만 6명에 달한다. 

이 관계자는 ‘지금 시스템으로 자녀 문제를 검증하기 어려운가’라는 질문에 “법에서 자녀 관련 검증 부분들이 규정돼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생활기록부, 소송 진행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폭’ 관련 질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로 도입한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에는 본인,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관계된 소송,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특이사항 등에 관련된 질문이 있다. 본인이나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형사 소송의 유무를 묻는 것이다. 

그러니 정 변호사는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대법원까지 갔다면 이에 대해 ‘있다’고 답을 해야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아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가 실제로 ‘아니다’라고 기재했는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며, 이미 정 변호사가 국수본부장에서 사퇴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사건이 법조계에 알려졌음에도 세평 조사에서 잡아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은 2018년 한 언론에 의해 보도된 바 있다. 해당 보도에는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라는 사실이 적시됐고, 검찰 내부에선 이 고위직 검사가 정순신 당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언론보도에 실명이 나온 것이 아니라 익명이 나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관계자가 아닌 사람이 굉장히 알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경찰 세평 조사에서도 이 부분은 걸러지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알고 대부분 몰랐기 때문에 이번 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은 듯 하다. 기존 검증과 다른 점이 있다면 경찰의 주요 인사이기 때문에 경찰 내에서 검증 과정을 거쳤다”면서 경찰에 책임을 미뤘다. 

◇ 윤건영 “명백한 거짓말”

이에 대해 윤건영 의원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명백한 인사 실패”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대통령실에서 밝힌 경찰 국수본부장 인사 실패 관련 해명을 올리면서 “쉽게 말해 몰랐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알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대통령실의 ‘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를 언급하며 대통령실의 해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이 질문지에는 분명히 ‘본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 행정소송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있다”며 “당연히 정순신 후보자도 이 질문지를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들 학폭 문제를 대법원까지 끌고 갔던 내용을 정 후보자가 몰랐을 리가 없다. 그리고 없었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다. 인사검증의 기본 사항을 거짓 진술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지금 대통령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누구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 대통령실은 답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윤 의원은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의 기본 중의 하나가 ‘후보자와 직계 가족의 학적 사항’”이라면서 “달라진 국민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것도 있지만, 청문회 또는 언론 검증 과정에서 반드시 제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번 경우와 같이 민사고를 다니던 아들이 졸업 직전 전학을 갔다면,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용산 대통령실이 밝힌 ‘공개 정부와 법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 범위 이내의 사항으로 인사 검증의 기본”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그런 인사 검증 과정을 다 거쳐 놓고도, 윤석열 정권은 눈을 감았던 것이다. 애써 외면한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상식에는 학폭 보다는 검사 출신이라는 특권 의식이 먼저였던 것”이라며 “자신들의 특권 의식 때문에 학교 폭력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래놓고 이제와서 윤석열 대통령실은 또 전임 정부 탓을 한다. 참 못된 정권”이라며 “대통령실은 아직도 정신 차리려면 멀었다. 자신들의 특권 의식과 무능 때문에 벌어진 인사 참사에 대해 지금 당장 인사검증 책임자인 한동훈 장관을 문책하고, 국민께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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