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보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연일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23일엔 이 대표가 직접 입을 열어 검찰의 구속영장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 27일엔 표결할 예정이다. 

◇ 이재명 “법치를 빙자한 사법 사냥” 

이 대표는 이날 66분 간의 기자간담회 중 모두발언을 47분 간 이어가며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검찰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혐의’와 ‘성남FC 후원금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지 일주일 만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는 자리였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언급하기 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으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민생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중요한 민생, 경제, 안보 문제를 우선시하지 않고, ‘정적 제거’에 골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표는 “저는 윤석열 정권과 여당을 보면 이분들이 대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뭔지 궁금할 때가 많다”며 “더 나은 세상,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권력을 더 강화할까’ ‘어떻게 하면 권력을 더 남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자기 집단의 이익을 취할까’ 골몰하는 것 같다. 법치를 빙자한 사법사냥이 일상이 됐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주어진 권력을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적 이익, 정적 제거를 위해, 권력 강화를 위해 남용하는 것은 범죄행위”라며 “정부여당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반대로 야당이 책임지고 하려는 일에 발목을 잡는다. 야당의 발목을 잡는 여당”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은 역사적 분기점이었던 것 같다. 대선에서 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패배했고, 또 그로 인해서 제 개인이 치러야 될 수모와 수난은 제 몫이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역사의 죄인”이라면서 “그러나 지금 승자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권이 벌이고 있는 일은 저의 최대치의 상상을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는 ‘자신의 부족함’이라고 했고, 승리하지 못한 자신을 ‘역사의 죄인’이라고까지 칭했다. 대선 패배로 인해 현재 수사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는 민주진영 전체의 위기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정치 탄압’이므로 구속영장 청구가 부당하다는 인식 역시 드러내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 당내 우려 불식 필요성

이후 이 대표는 긴 시간 동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 반박을 이어갔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나눈 시간에 비해 모두발언이 압도적으로 길었다. 그만큼 자신의 결백을 부각하며 대국민 여론전을 통해 체포동의안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그 이후 부정적인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또 이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이재명 없는 이재명 구속영장, 주어에 이재명이 거의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검찰이 실질적인 증거 없이 ‘전문증거’(傳聞證擧·증인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을 진술한 증거) 위주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같은 발언은 당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은 자율투표로 하되, 부결시키는 방향으로 총의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표결 이후에 추가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이 대표가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등이 펼쳐지면 총선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특히 추가 구속영장 청구 시 체포동의안을 반복해서 부결시킬 경우 ‘이재명 방탄’ 프레임이 강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추가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에는 이 대표가 자진해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상황이 엄혹하게, 본질적으로 바뀌었다”며 자진 출석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했다. 

아울러 당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 후 이 대표가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총선 승리를 할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라며 “검사독재 정권의 무도한 폭력지배가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코 국민들께서 용납,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 전 취재진과 만나 “말씀이 점점 험해진다. 새로운 이야기가 있진 않은 듯 하다. 했던 얘기를 한 것”이라며 “본인 혐의 부인 취지의 회견을 1시간 넘게 한 듯 한데, 바로 그 얘기를 판사 앞에 가서 하시면 된다”고 꼬집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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