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쇼박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 스즈메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열자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오고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를 도와 간신히 문을 닫는다.

재난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수수께끼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일본 각지의 폐허에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규슈부터 시코쿠, 고베, 도쿄까지,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며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던 중 어릴 적 고향에 닿은 스즈메는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스즈메는 소타를 구하고 재난을 막을 수 있을까.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너의 이름은.’(2017)으로 379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일본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으로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앞서 일본 개봉 당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것은 물론,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경이로운 비주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스즈메의 문단속’. / 쇼박스
경이로운 비주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스즈메의 문단속’. / 쇼박스

경이롭고 황홀한 비주얼에 시선을 빼앗기고,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와 메시지에 마음이 울렁인다. 우선 ‘빛의 마술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푸른 하늘과 자연, 노을빛이 일렁이는 바다, 반짝이는 도시의 야경 등 일본 각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내 눈을 즐겁게 한다. 보고만 있어도 치유가 되는 ‘마법’이 펼쳐진다.  

스토리의 힘도 강하다. ‘너의 이름은’에서 혜성 충돌, ‘날씨의 아이’에서 기후변화를 핵심 스토리라인으로 삼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자연재해인 지진을 다루며 주제 의식을 더욱 확실히 한다. 이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할 이야기로 깊은 공감을 안긴다. 

그 중심엔 스즈메가 있다. 스즈메는 과거 재해를 입은 곳에서 아픔을 극복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특별한 감정을 나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자신의 상처와 제대로 마주하고 비로소 이겨낸다. 

재난 앞 무기력한 인간이 아닌, 재난과 맞서 싸우며 희망을 찾아가는 스즈메의 모습은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후회,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바람이 담겨있다. 그리고 이런 스즈메의 성장을 통해 영화는 그동안 수많은 재난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숱한 상실과 아픔을 겪어온 우리 모두를 위로한다. 

캐릭터의 매력도 넘친다. / 쇼박스
캐릭터의 매력도 넘친다. / 쇼박스

재난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17세 소녀 스즈메부터 재난을 부르는 문을 닫기 위해 여행하는 청년 소타, 수수께끼 고양이 다이진은 물론, 스즈메가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까지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매력적이다. 특히 고양이 다이진은 미스터리하면서도 치명적인 귀여움으로 관객을 홀린다. 그가 주는 여운도 꽤 짙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애니메이션의 쾌감을 총동원해 스즈메가 하는 여행의 고양감을 그리고, 이야기가 완수해야 할 공감이나 격려의 기능을 플롯 밑바탕에 내던지며 그것들이 잘 구동하기를 바라면서 엔터테인먼트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러닝타임 122분, 오는 3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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